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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14:52





사일로 이펙트

무엇이 우리를 눈 멀게 하는가

 

 질리언 테트 지음

신예경 옮김




그들이 ‘똑똑한 바보’로 전락한 이유는?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혁신적 제품과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생활양식을 바꾼 소니의 몰락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스위스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금융 기업으로 알려진 UBS는 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런던 정경대(LSE) 최고 석학들이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앞에서 ‘똑똑한 바보들’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반면 블룸버그 시장이 이끈 뉴욕 시청과 시카고 경찰국이 데이터 전문가들을 고용해 관료제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시민의 삶과 안전을 증진한 사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 페이스북과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사회공학 실험은 조직의 혁신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양쪽의 사례에 공통된 키워드는 ‘사일로’다. 한쪽은 사일로에 갇혔고, 다른 쪽은 사일로를 넘어섰다.

《사일로 이펙트》에서 일련의 문제를 묘사하는 단어로 선택한 ‘사일로’는 주로 비즈니스 용어로서 부서 이기주의를 의미한다. 생각과 행동을 가로막는 편협한 사고의 틀, 심리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개인과 조직의 문제에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사일로’는 명사뿐만 아니라 동사(to silo)와 형용사(silo-ized)로 활용된다. 사일로에 갇힌 이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혹은 버젓이 드러난 문제를 문제로 인지하지 못한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관료제, 분류 체계 안에 생각과 행동이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사일로에 갇히느냐 넘어서느냐에 따라, 다시 말해 팀이나 조직 사이의 경계를 얼마나 유연하게 관리하고 협력의 시너지를 키우느냐에 따라 현대 기업과 정부, 국가의 운명이 갈린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책은 ‘사일로 이펙트’가 왜 발생하는지 추적하고, 우리가 사일로에 갇히기 전에 어떻게 사일로를 활용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한 해법을 제시한다. 독자는 각 장에서 사일로와 관련한 실패와 성공담을 만나면서 우리가 어떻게 사일로를 바라보고 극복해야 하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유쾌한 리듬으로 전개되는 저자 질리언 테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개인과 조직, 나아가 사회 시스템 속에 숨겨진 사일로의 문제를 명징하게 이해하게 된다.




다양한 점을 이어라(Connecting the dots)

 

9.11 테러가 발생한 지 442일, 미국은 테러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한 초당파적 위원회를 구성한다. 사건의 전말을 밝힌 567쪽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250만 쪽의 관련 서류를 분석하고, 1200명을 인터뷰하고, 19일간의 청문회와 160명의 공개 진술을 들어 작성된 보고서였다. 9ㆍ11보고서에서 강조한 대목이 있다. 점(點)을 선(線)으로 잇지(connecting the dots) 못하는 국가 시스템. 테러를 예고한 조각조각들의 정보를 연결하지 못했고 관련 부처 간의 칸막이를 깨지 못해 발생한 참사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도 다를 게 없었다. 세월호 침몰 훨씬 이전부터 여객선의 증축, 과적, 조타기 고장, 부실 점검 같은 여러 징후(點)가 있었지만 그걸 선으로 연결해 사고 가능성을 예견하는 지혜와 상상력이 부족했다. 사고 현장을 진두지휘하거나 총괄책임이 있는 핵심 인물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업무만 바라보느라 실상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들이 관장하는 부처들 역시 따로 움직였다. 이후 대책본부가 10개나 생기고 컨트롤타워를 만들었지만 공무원들은 소속 부처의 보스를 위해서만 일했고 보스들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따로 놀고 있었다. 점을 선으로 연결하지 못해 발생한 대한민국호의 침몰, 그것이 세월호의 본질이었다.

다양한 점을 이어라(Connecting the dots).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로 유명해진 말이다. 9.11, 세월호, 구의역, 세계 금융 위기 같은 커다란 국가 재난이나 사고에서부터 소니와 페이스북의 같은 기업조직의 흥망성쇠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적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문제점과 ‘구조개혁’ 같은 정답을 너무 잘 아는 우리는,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한 결과만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많은 대책회의와 조직과 브리핑과 책임자와 협의체가 생기지만 각자의 업무에만 몰두할 뿐, 문제라는 커다란 그림의 변화와 해결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사일로 이펙트》의 저자 질리언 테트가 발견한 '우리를 눈 멀게 하고',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주범 ‘사일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점과 점 사이 선을 보지 못하고 모두 칸막이 속에만 갇힌 채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혁신 조직의 현재를 만난다

 

책의 전반부에 나오는 소니는 사일로에 ‘갇혀버린’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으로 불렸던 소니의 수많은 조직들은 각자의 폐쇄적인 환경에 갇혀 무의미한 경쟁에만 함몰했다. 그들은 다가온 위기와 혁신의 기회들을 발견하지 못했고 이후 끝모를 쇠락을 맞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전 전문가 집단을 대표하는 UBS와 런던 정경대 경제학자들이 벌여놓은 내부지향적이고 맹목적인 판단들, 그 밖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제너럴 모터스, 백악관, 영국 국민건강보험, BBC, 브리티시 페트롤륨 등도 사일로 관리에 실패한 사례들이다.

하지만 책 후반부에는 사일로를 통제하고 활용해 조직의 혁신을 이끈 사례가 같은 비중으로 소개된다. 대표적인 기업이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전문가 집단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사회공학 실험을 단행했다. 페이스북의 직원들은 조직의 문제를 더 큰 그림에서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능력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는 다른 분과의 의사들이 같은 환자를 중복 치료하는 관행을 깨고 협동진료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든 클리블랜드 클리닉, 데이터 전문가를 채용해 검거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시카고 경찰국, 사일로를 역이용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이익을 극대화한 블루마운틴 캐피털의 사례도 소개된다. 사일로를 넘어서 정보와 사람의 새로운 연결을 꾀한 세계 혁신의 현재를 만날 수 있다.




저자 소개


질리언 테트(Gillian Tett) 지음

세계 최고 권위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세계시장 분석을 담당한 스타 저널리스트. 2007년 올해의 윈콧 파이낸셜 저널리스트, 2008년 올해의 비즈니스 저널리스트, 2009년 올해의 저널리스트로 선정된 바 있다. 2011년에는 영국 아카데미 학회장 메달을 수여 받고 2014년에는 영국 언론인상 중 올해의 칼럼니스트로 뽑혔다. <파이낸셜 타임스> 도쿄지국장을 역임하면서 일본의 재정 위기를 진단한 《Saving the Sun》(2004)을 썼고, JP모건의 속사정과 월스트리트의 관행을 비판한 《Fool’s Gold》(2010)를 썼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사회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예경 옮김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셰익스피어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건주립대에서 르네상스와 초기 모던 문학을 전공하며 박사과정을 수학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번역 일에 매혹되어 전문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옮긴 책으로 《닥터 프랑켄슈타인》 《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 《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 《비트겐슈타인처럼 사고하고 버지니아 울프처럼 표현하라》 《이노센트》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우리는 물리적, 사회적 환경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맹목적인 존재가 될 필요는 없으며 때때로 개인은 우리의 세계를 조직하는 다른 방법을 상상할 수 있다. 부르디외처럼 경계를 뛰어넘어 외부인의 시각을 가진 내부인이 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_1장 「외부인의 시각을 가진 내부인」

 

스트링거는 구조조정을 시도할 때마다 이와 비슷한 저항에 직면했다. 수년 동안 소니는 제품 라인과 사업 부문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해왔다. 1000개 이상의 전자기기를 생산했고 그중 대다수는 독립된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되었다. “저희 집에는 소니의 전자기기가 35개 있습니다. 배터리 충전기도 35개 있고요.”

_2장 「소니를 몰락시킨 사일로의 저주」

 

사일로 문제는 그리스 신화의 히드라, 즉 머리가 여럿 달린 뱀 형상의 괴물처럼 보였다. 때때로 은행은 사일로를 제거하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문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할 무렵 그 문제는 다시금 고개를 쳐들었다. 분산화는 언제나 존재하는 위협이었고 비단 UBS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거대 금융기관의 골칫거리였다.

_3장 「UBS 최고의 전문가들이 눈뜨고 당한 서브프라임 사태」

 

경제학자들은 지켜볼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 다시 말해 ‘실물’ 경제 통계학의 모형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 세계 외부에 존재하는 하찮은 경제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았고 다른 영역들을 연결시키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경제학을 금융과 분리하는 습관이 깊이 뿌리내린 탓에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그 현상을 거의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자신들이 세운 수학 방정식의 세부 사항을 연구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뿐, 자신들이 사용한 분류 체계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이 분류 체계가 설정한 경계를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_4장 「영국 여왕을 당혹시킨 ‘똑똑한 바보들’」

 

그들이 고안한 데이터 지도는 일반적인 범죄 발생 가능 지역에 관해 중기 예측을 잘 제시했을 뿐 아니라 때로는 단기 예측에도 뛰어난 면모를 보였다. “어느 날 우리는 [살인 사건이 발생할 것 같은] 목표 지역을 확인했습니다. 목표 목록을 경찰 측에 보낸 지 1분 뒤에 저는 총격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렇게 이상한 일은 처음 겪어봅니다. 사건이 정확히 우리의 목표 지점 가운데 한 곳에서 일어났거든요.”

_5장 「시카고 경찰국의 빅데이터 혁명」

 

여러 회사들이 페이스북에서 개발한 사일로 소탕 전략을 이리저리 변형해서 활용했다. 구글과 애플의 직원들은 해커톤을 개최했고 직원들에게 순환근무를 지시했다.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공동 오리엔테이션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자는 생각은 널리 번져나갔다. 사옥을 하나의 도구로 활용해서 직원들이 서로 부딪히고 협동하도록 만들자는 개념 역시 IT업계 안팎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가령 제조기업인 3M은 여러 분야에서 신중하게 선별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 실험실을 운영하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꼈다. 또한 구글은 직원들이 서로 자주 부딪히게 만드는 시설들을 창의적으로 설계했다.

_6장 「페이스북의 사일로 소탕 작전」

 

코스그로브는 의사들이 건강을 생물학적 혹은 감정적 차원에서 바라보지 말고 두 가지 관점을 동시에 취해주기를 바랐다. 환자들이 경험하는 의료 행위에는 두 가지 측면이 고루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의사와 달리 대다수의 환자는 의학과 감정을 구별하지 않았다. “의료 행위의 질을 판단하는 환자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설사 환자들이 저를 지켜보더라도 제가 훌륭한 외과의사인지 아닌지 알지 못할 겁니다.” 코스그로브가 말했다. “하지만 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잘 압니다.”

_7장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창조적 파괴」

 

블루마운틴의 사례는 사일로가 UBS를 무너뜨린 사례 혹은 사일로가 잉글랜드 은행 소속 경제학자들의 추측을 조롱한 사례와 효과적으로 대조를 이룬다.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사일로를 좋아합니다.” JP모건의 고래 거래로 인한 혼란이 가라앉자, 펠드스타인이 곧 이렇게 말했다. “아니, 적어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사일로를 좋아합니다. 그 덕분에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_8장 「블루마운틴 캐피털이 사일로를 가지고 노는 법」

 

흔히 우리는 직업이나 직장을 이리저리 바꾸면 손해를 본다고 추측한다. 기업이나 기관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쓸데없는 부분을 도려내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전문화와 집중화가 현대 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부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직원들을 순환근무시키거나 혁신의 사파리 여행을 보내주는 것처럼, 많은 시간을 소요하면서도 즉각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활동은 정당화하기가 힘들어졌다. “해커먼스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페이스북의 마이클 슈로퍼가 말했다. “제도 속에서 좀 느긋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낭비라고 해도 되겠네요.”

_에필로그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연결해보자」

 

차례

 

저자의 말

프롤로그: 뉴욕 시청에 고용된 데이터 전문가들

“이곳의 규모는 정말 엄청납니다. 뉴욕 시청 산하에는 2500개의 직군이 있습니다. 네, 무려 2500개나 됩니다!”

 

1부: 사일로의 함정

 

1장 외부인의 시각을 가진 내부인

“때때로 우리는 세계를 조직하는 다른 방법을 상상할 수 있다. 경계를 뛰어넘어, 외부인의 시각을 가진 내부인이 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2장 소니를 몰락시킨 사일로의 저주

“저희 집에는 소니의 전자기기가 35개 있습니다. 배터리 충전기도 35개 있고요.”

3장 UBS 최고의 전문가들이 눈뜨고 당한 서브프라임 사태

“사일로 문제는 그리스 신화의 히드라, 즉 머리가 여럿 달린 뱀 형상의 괴물처럼 보였다.”

4장 영국 여왕을 당혹시킨 ‘똑똑한 바보들’

“끔찍하군요! 문제가 그토록 심각했는데도 어째서 사태를 파악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까?”

 

2부: 사일로의 가능성

 

5장 시카고 경찰국의 빅데이터 혁명

"시카고에 완전 새로운 부대가 생겼어. 장난이 아냐. 만만찮다고. 진짜 경찰이야."

6장 페이스북의 사일로 소탕 작전

“친구들이여, 로마인들이여, 해커들이여!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맘껏 즐겨요! 코드를 작성해보자고요!”

7장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창조적 파괴

“이 병원은 환자의 신체와 정신, 영혼을 위해 헌신할 것입니다.”

8장 블루마운틴 캐피털이 사일로를 가지고 노는 법

“우리는 사일로를 좋아합니다. 아니, 적어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사일로를 좋아합니다. 그 덕분에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에필로그: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연결해보자

“저는 이따금 내 안경에 다른 렌즈를 끼워넣고 세상이 어떻게 보이느냐고 묻는 상상을 해봅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요?”

 

감사의 말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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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9 09:39

느리게 산책하는 즐거움과

생(生)을 이어가는 존재들의 고단함이 공존하는 곳
동물원의 시공간에 관한 인문학적 탐사





동물원 기행

런던에서 상하이까지, 도시의 기억을 간직한 세계 14개 동물원을 가다
나디아 허 지음 / 남혜선 옮김



오래된 동물원은 묵묵히 시대의 흐름을 담아낸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어떤 건물들보다도 

훨씬 더 진실하게 그 도시를 말해준다.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가 아닌 ‘동물원’을 찾아 떠난 인문 기행
동물원, 인간의 역사와 공존에 관한 흥미로운 '텍스트'가 되다


대만의 젊은 소설가 나디아 허는 런던부터 상하이까지 지구 반 바퀴를 돌며 세계 각지의 동물원을 여행했다. 그를 동물원으로 이끈 것은 코끼리나 기린이 아닌, 각각의 동물원이 간직한 오래된 이야기들이었다. 프랑스 대혁명의 산물로 근대 시민사회 탄생의 초석이 된 파리동물원, 전쟁의 포화 속에서 잿더미가 되었던 베를린동물원, 2차 세계 대전 이후 ‘동물 외교’의 중심지가 되었던 베이징동물원까지. 저자는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 세계의 비극과 변화를 지켜본 독특한 공간, 동물원이 간직한 이야기를 발굴하고 들려준다. 또한 그곳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과 동물들이 빚어낸 사건들을 차근히 소개하며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 역사와 문화, 예술과 정치 등 우리 삶과 맞닿은 화두를 끄집어낸다. 
그에게 동물원은 단순히 동물을 구경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한 도시의 역사를 증언하는 공간이자 과거의 기억에 비추어 오늘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동물원 기행》을 통해 저자의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인간과 세상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인문적 공간으로서 동물원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동물원에서 도시의 기억을 만나다

끝없이 이어지는 동물들의 행렬과 구경하는 수많은 사람들, 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불꽃놀이까지. 1986년 일곱 살이던 저자에게 타이베이동물원이 이사 가던 날의 기억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행사 식순에 포함되었던 ‘장제스 초상을 향한 경례’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추억의 장소였던 동물원은 독재와 계엄의 기억을 간직한 복잡한 공간으로 새롭게 다가왔고, 그는 동물원의 풍경 뒤에 가려진 이야기들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2년간 세계 14곳의 동물원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파리, 베를린, 베이징 등 세계의 역사 도시에 자리한 동물원은 오랜 시간 도시의 부침을 함께 겪으며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프랑스 대혁명의 불길 속에서 태어난 파리동물원, 일본군에서 국민당과 인민해방군까지 여러 차례 주인을 바꾸며 파괴와 재건을 거듭했던 창춘동식물공원, 냉전과 동서독 통일을 온몸으로 겪어낸 동베를린동물공원까지. 저자는 시대의 조류에 적응해가는 동물원의 역사 속에서 그 위를 거니는 사람들의 삶을, 도시의 기억들을 그려낸다.


인간과 사회를 말해주는 공간, 동물원의 재발견

《동물원 기행》 속에서 동물원은 기린과 코끼리, 회전목마가 있는 공간을 넘어 정치와 예술의 무대이자 과학과 지식의 전당으로, 또 사회의 모순이 터져 나오는 약한 고리로서 그 다양한 얼굴을 드러낸다. 
저자는 식민지 침략과 약탈, 전쟁과 혁명, 이념 갈등과 화해까지 파란만장한 세계사의 무대가 되었던 동물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로맹 가리부터 록 밴드 U2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에 영감을 준 공간이자, 횡령과 학대 같은 사회의 치부가 드러나는 공간으로서 동물원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를 통해 동물원이 단순히 동물을 전시해놓은 공간이 아니라 사회와 인간에 대해 말해주는 흥미로운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거대한 동물원’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

저자는 《동물원 기행》의 여정 곳곳에서 동물과 동물원에 얽힌 다양한 사건들을 소개하며 이 사건들이 우리 삶에 남긴 질문들을 길어 올린다. 우리를 탈출하여 사람을 공격한 고릴라 ‘보키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동물 사이의 적절한 거리는 얼마일지를 묻고, ‘유전자 중복’을 이유로 도살당한 기린 마리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적 합리성’의 의미를 되묻는다. 전쟁 중에 학살당한 수많은 동물들, 원유 유출 사고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인간의 탐욕과 잔혹함의 끝은 어디일지를 묻는다. 저자는 동물과 인간이 ‘생(生)을 이어가는 고단함’을 함께 짊어진 존재임을 끝없이 상기시키며 동물원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들에 답해보기를 권한다. 




지은이 | 나디아 허(M. Nadia Ho, 何曼莊)

국립타이완대학교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했고 콜롬비아대학교 국제정치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단편 영화 제작, 번역, 웹 프로듀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차이나 타임스>, <상하이 위클리>를 비롯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2009년 ‘타이완이 낳은 위대한 영화감독 에드워드 양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극찬을 받은 장편소설 《곧 잃게 될 모든 것Everything That We Are About to Lose》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할 만한 작가로 떠올랐다. 단편소설을 모은 《까마귀에게 보내는 노래Songs for a Crow》(2012), 동물원 여행기를 담은 이 책 《동물원 기행The Grand Zoo》(2014)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웹 매거진 <크로싱>의 수석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 남혜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국립타이완정치대학교 동아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외국어 교육 분야 예비 사회적기업 랭글링크, 하자센터,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에서 일했다. 기존에 한국에 소개되었던 중국 도서들의 한계를 넘어 의미는 물론 재미와 대중성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중국어권 도서들을 지속적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학교가 답이다》,《일본 가정식 도시락》,《들개의 언덕》(근간),《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근간) 등을 번역했다.



책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이 세상에서 동물원의 시간은 늘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하다. 손오공도 암사자도 자신의 땅을 개발해서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꿈 따위는 갖고 있지 않을 테니. 바로 이 때문에 동물원은 ‘자라(ZARA)’, ‘에이치앤엠(H&M)’, ‘나이키’ 같은 해외 브랜드의 매장이 들어선 도심보다 그 도시의 역사적 성격을 더 잘 보존해낸다. _1장 「보통 사람들을 위한 동물원 티켓 -런던동물원」

귀족 동물원의 개념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화염 속에서 낡고 케케묵은 수많은 것들과 함께 잿더미가 되었다. (…) 왕실 정원이었다가 공공 소유로 탈바꿈한 세계 최초의 메나주리로서 이 동물원의 미래와 운영 방식은 호사가, 박물학자, 민주주의자 사이에서 온갖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나운 맹수와 온순한 동물들의 비율, 동물로 인한 안전 문제 등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토론 거리가 되는 사회 안전과 권익의 문제들이 당시 동물원을 둘러싼 끝없는 논쟁 속에서 싹을 틔웠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보잘것없는 동물원이 시민사회의 요람 역할을 했던 것이다. _2장 「혁명이 낳은 산책로 -파리식물원」

북풍이 불어오는 가운데 천문대의 둥그런 지붕에 쌓인 눈이 천천히 미끄러져 내렸고, 동물원 정문의 석조상은 세월의 풍파 속에서 우아함과 중후함을 더하고 있었다. 궈모뤄가 기념으로 썼다는 베이징동물원 현판은 문화대혁명 당시 일찌감치 패여 나갔고, 그 뒤 마오쩌둥 의 친필들을 모은 베이징동물원 현판도 이미 50년의 풍상을 견뎌냈다. 하지만 100년, 1000년이 흐른 뒤에는 이 글자들도 조각 문양들도 오래된 역사 속으로 들어설 것이다. 역사와 문화는 멈추었던 그 자리에 쌓이고 또 쌓여서 이루어진다. _12장  「동물원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 -베이징동물원」  

여러 해가 지난 뒤, 사랑했던 누군가를 떠올려보면 그 사람과 함께 거닐었던 동물원이 떠오를 것이다. 웃으며 떠들기도 했고, 화를 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곳. 맑게 개었든 비가 내렸든 당신은 그와 함께했던 하루를 마음 깊이 그리워할 것이다. 
그 사람은 이미 곁에 없을지 모르지만 동물원은 여전히 이곳에 있다. _14장 「한 도시의 기억 -타이베이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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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7 16:32


타칭 '웃기는 심리학자' 자칭 '경험추구 여행자'가 들려주는 
여행의 모든 것
역마살의 정체부터 여행 동료와 싸우지 않고 돌아오는 법까지 
후회 없는 여행을 위한 18가지 심리학을 전수하다

여행의 심리학
유쾌한 심리학자의 기발한 여행안내서
김명철 지음






스물아홉에 첫 여행을 떠난 심리학자가 있다. 그는 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 줄 모르듯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한 여행을 일삼았다. 도합 1년 5개월, 12개국을 여행한 베테랑 여행가가 되었지만, 그런 그조차 “첫 여행에서 ‘회의’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남은 것은 씩씩하고 싹싹한 배낭여행의 낭만이 아니라 발바닥과 발가락에 덕지덕지 붙인 반창고뿐이었다고. 그 경험은 심리학자로서 여행과 여행자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심리학과 여행학을 결합하고 여기에 자신의 여행 경험을 더한 이 독특하고도 기발한 여행안내서는 바로 그 결과물이다. 역마살의 정체에서부터 자신이 어떤 여행자 스타일인지, 내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여행의 테마는 무엇인지, 날씨나 풍경 혹은 음식 등 우리로 하여금 여행을 떠나게 하는 요인소은 무엇인지, 나에게 딱 맞는 숙소 찾는 법이나 여행 동료와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돌아오는 법, 여행에서 경험한 부정적인 정서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행복감을 오래 지속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심리학자로서 여행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짐승 같은 여행자 호세와 수도승 같은 여행자 에이미를 만나기도 하고, 네팔 지진을 겪은 저자의 위태롭고도 신비로웠던 순간을 함께하기도 한다. 빌 브라이슨과 알랭 드 보통을 섞어놓은 듯한 이 매력적인 여행담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여행을 즐기지 않았던 이마저도 엉덩이가 들썩거릴 것이다. 



“둘이 여행을 떠나면 왜 꼭 싸우고 돌아올까?” 

여행이 묻고 심리학이 답하다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여행의 모든 것 


첫 여행으로 패키지여행이 좋을까 자유여행이 좋을까? 여행의 행복은 얼마나 갈까? 혼자 떠난 여행에서 가지 말아야 할 곳은? 성격따라 숙소 고르는 법도 달라진다? 왜들 그렇게 여행이 좋다는 걸까? 라면을 꼭 싸가야 할까 얼마나 가져가면 좋을까? 여행에 관해 한 번쯤 품어봤던 질문들을 심리학자가 파고들었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 ‘함께 여행을 떠나면 왜 꼭 싸우고 돌아올까?’(216쪽) 

“여행 동반자들이란 한번 여행을 시작하면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여행이 끝날 때까지 옹기종기 꼭 붙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관계에 착안해 부부 상담심리학을 통해서 불행한 부부와 행복한 부부 관계를 분석한다. 불행한 부부와 여행에서 싸우고 돌아오는 여행 동반자의 특징 중 하나는 서로의 ‘영향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상대가 나에게 아무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아집과 적대감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자기는 몸만 가면서 내가 짠 계획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마” 같은 말들. 저자는 이를 비롯해, 함께하는 여행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언행 3가지, 꼭 지켜야 할 마음 5가지를 전한다. 


여행의 만족이나 행복은 항상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저자는 여행이 “기대가 저절로 이루어지고 행복이 제 발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활동이 아니라 기대를 이루어나가고 행복을 쟁취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그동안 여행지 가이드북만 챙겨온 우리에게, 이 책은 내가 원하는 여행이 어떤 여행인지, 어떻게 하면 나만의 완벽한 여행을 꾸릴 수 있을지 알려주는 최고의 여행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나는 짐승 같은 여행자? 수도승 같은 여행자?”

나의 성격과 취향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여행을 위해

나를 찾는 여행보다 나를 알고 떠나는 여행이 행복하다는 것


저자가 첫 여행에서 사귄 친구 호세는 멕시코계 캐나다인으로 2주 만에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을 돌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파티를 즐기고 감기에 걸렸음에도 강을 떠내려가는 액티비티인 튜빙을 즐기고 각지에서 사귄 여러 여행자 친구들의 사진을 모은다. 그야말로 '짐승 같은 여행자'. 이와 정반대로 저자가 인도에서 만난 여행자 에이미는 여행은 혼자하는 것이며, 여행지에서도 프라이버시는 확보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녀는 인도 바라나시에 오래 머물며 마치 '수도승'처럼 조용히 그 지역의 문화와 삶을 즐기고 있었다. 


이 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저자는 성격심리학과 여행학 연구를 통해 ‘외-내향성’과 ‘개방성’이 여행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성격 요인임을 밝힌다. 이를테면 호세처럼 심리적 에너지 수준이 높은 외향인은 자극을 받아 각성된 상태를 선호하고, 에이미 같은 내향인은 내적 성찰을 하기를 즐기며 번잡함에서 탈출해 평온함을 취하려 한다. 개방성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문화와 미적·예술적 생활을 즐기는 성격 특성이다. 에이미의 경우, 내향인이지만 개방성이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자기 내면에 집중하는 여행에서, 어떤 이는 타인과 환경에 중점을 두는 여행에서, 또 다른 이들은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추구하는 여행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이처럼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와 만족을 느끼는 여행의 모습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달려 있다. 1장에서 소개하는 성격 5요인 테스트(32쪽)로 자신이 어떤 여행자 유형인지 파악해본다면, 여행 준비의 반은 마친 셈이다. 


여행은 다양한 활동과 다채로운 정서들로 이루어진 삶의 특별한 이벤트이다. 우리는 이 책이 던지는 여행에 관한 질문들을 통해 자신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와 자신의 여행 유형을 탐색해보고, ‘여행하다’라는 동사의 5가지 용법을 체험하며, ‘여행이 썩 좋지만은 않던데’라고 느낄 만한 3가지 부정적 요소를 살피면서 여행 불만족을 미연에 방지하고, 여행을 결심하게 하거나 여행을 풍요롭게 해주는 날씨와 음식, 풍경과 숙소에 대한 나의 취향을 발견하며 이상적인 여행의 모습을 그려본다. 마지막 장에서는 좋은 여행자가 되기 위한 실전을 익히자. 여기까지 마쳤다면, 이제 '인생 여행'을 떠날 일만 남았다.



★떠나기 전 꼭 챙겨야 할 여행심리학 18★

우리가 늘 다른 곳을 꿈꾸는 2가지 이유 

여행자 유형을 나누는 5가지 성격 요인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생의 강도는 어디까지일까

문화충격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역사 유적지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원리는?

혼자 바다에 가도 즐거울 수 있을까

쓰지도 않을 기념품 쇼핑이 정신 건강에 좋은 이유는?

여행자 대상 사기를 방지하는 법 혹은 대처하는 법

비행공포 속에서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법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비위생적인 환경을 견디는 행동 요령

역마살을 부추기는 날씨의 심리학

왜 우리는 여행지에 라면을 싸갈까

여행자 유형별 최적의 경치 감상법

백 퍼센트 만족할 만한 숙소 찾는 법

함께 여행을 떠나면 왜 꼭 싸우고 돌아올까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 지켜야 할 3·2·1 여행 법칙

여행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을까

여행을 업그레이드시키는 3가지 조건



★책 속에서★


여행은 격렬한 서핑과 편안한 독서, 왁자지껄한 클럽과 고요한 숙소, 문명과 자연, 피자와 커리와 말라리아, 도마뱀과 새, 정글과 오로라로 이루어진 놀랍도록 풍성한 활동이다. 

덕분에 우리는 자신과 잘 맞는 여행의 요소를 골라서 즐기거나, 싫어하는 요소를 요리조리 잘 피하거나, 또는 다양한 여행 요소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_10쪽


신기한 사실은, 기념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 기념품을 샀던 나라에 대한 기억뿐 아니라 특히 그것을 샀던 가게와 당시의 주변 환경이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점이다. 

나 또한 잠시만 눈을 감으면 내가 기념품을 샀던 수많은 가게와 그때 어떻게 흥정했는지 등을 정확하게 떠올릴 수 있다. 나는 멋진 가죽 목걸이를 샀던 중국 랑무쓰 기념품가게의 아담한 실내와 보얀 먼지가 내려앉은 기념품들, 차가운 느낌을 주던 자연광 조명 등을 기억한다. _123쪽


과연 우리는 성격과 취향이 자기와 비슷한 사람하고만 여행해야 하는 것일까? 나하고 성격과 취향이 일치하지 않는 내 연인, 가족, 친구와는 여행을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 

여행 동반자들 사이의 관계에서 동반자들의 성격과 취향의 유사성은 사실 그렇게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동반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자주 소통하고, 서로의 욕구와 취향과 가치를 절충하거나 공유함으로써 좋은 여행을 만들어나가려는 의지가 있느냐이다. _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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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7586458 | 2016.07.04 07:5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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