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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높으신 분들은 제대로 사과하지 못할까?
    어크로스 in News 2014. 5. 3. 14:40

    최근에 저희 회사 책 중 한 권이 자주 언론에 인용되고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일이 있습니다. 이 책이 많이 이야기되고 검색이 되면... 무언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언급하는 일이 많을 때 좋아하기가 어렵습니다.


    책의 제목은 <쿨하게 사과하라>. 위기관리 전문가인 더랩에이치의 김호 대표와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가 함께 쓴 책입니다. 저희 어크로스의 첫번째 책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생기고, 이에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사과 같지 않은 말'들을 떠들어대니 다시 이 책이 유명해졌습니다. 


    가끔 이 책의 제목을 '진정으로 사과하라'라고 지었어야 하지 않을까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요즘 같을 때는 더 그렇습니다. '쿨하게 사과하라'라고 제목을 지은 까닭은 쉽고 간단하게 사과하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사과를 해야할 상황에 대부분의 사과 책임자(리더)들은 당황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려하거나 하는 본능적 반응을 보입니다. 이럴 때 방어적 자세가 아니라 '당황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에 서 문제를 바라보고 잘 처신하고 제대로 사과하라는 뜻을 담은 것입니다. 그런데...많은 사람들은 사과해야 할 때, 오히려 경직되고 책임을 회피하려 들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해 피해자들에게 더 큰 2차적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목에 '쿨하게'라는 말을 넣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와 같은 경우에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의 태도가 '경직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도가 아니라 뻔뻔하고 공감하지 못한 경우에는 아예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세월호 사건에 대한 당국의 태도를 <쿨하게 사과하라>로 비판한 좋은 서평기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내용이 좋아 몇 부분을 발췌하여 소개하려 합니다. 원문을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원문 출처 : http://www.hellodd.com/news/article.html?no=48705 /  HelloDD.com의 김형석 기자님의 서평입니다.) 


    ***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과, 19세기와 20세기 '루저(loser)'의 언어에서 21세기 '리더(leader)'의 언어로 부상하다." 그런데 21세기 리더의 언어라는 사과(그것도 진심어린)는 여전히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누구나 알고 있다. 실수나 잘못을 범했을 때 사과해야 한다는 것은 당위이자 규범에 가깝다는 사실을. 그런데도 사과를 주저한다. 직책이 높을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권위가 심할수록 사과에 인색하다. 저자들은 그것을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한다. 사과하는 동시에 권위를 잃거나 책임감이 더 막중해진다는 기억이 학습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일종의 방어기제다. 그래서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거짓말과 변명만 늘어간다. 권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혹은 불필요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공포가 '사과'를 주저하게 만든다.


    *** 이러한 사과와 용서의 과학이 전하는 교훈은 간단하다. 사과는 감정을 동반해야 한다는 것, 감정이 동반된 진심어린 사과가 상대방의 분노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의 죄책감이나 수치심은 자신의 상태를 피해자의 상태로 낮추는 역할을 한다. 반면 어설픈 동정심의 표현은 역작용을 불러온다. 쉽게 말해 변명하지 말라는 거다.


    ***사과하고도 욕을 듣는 경우(세월호와 관련해 권력자와 책임자들의 '사과'에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저자들은 말한다. 단순히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고.


    *** "훌륭한 사과란 사과를 하는 사람이 피해자 혹은 대중들에게 진심으로 연결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많은 사람들은 자아도취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시작하지 못한다". 


    *** 책장을 다시 넘기며 이번에는 이 대목에 별표를 그렸다. "거만한 사과는 모욕과 다름없다."


    아래의 내용은 프레시안북스에 실린 천문학자 이명현 선생님의 글입니다. 

    (원문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6864)



    이명현(천문학자) : 이젠 더 말하기도 싫다. 야만을 벗고 문명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쿨Cool하게 사과하라>(김호·정재승 지음, 어크로스 펴냄)에 쓰여 있는 그대로 한 마디도 고치지 말고 사과하고 행동하라. 
    원래 수첩에 쓴 대로 잘 읽는 분이니 그 정도는 충분히 잘 하시리라 믿는다. 새벽닭이 울기 전에 사과할 마지막 기회다.



    아래의 그림은 <쿨하게 사과하라> 본문에 삽입되어 있는 카툰입니다. 요즘 누군가 이런 식으로 사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이런 사과의 태도가 사과일까요?)





    사족


    1. 과거에도 제대로 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이 책은 '제목만' 유명해진 적이 많습니다. (제목만이라고 하는 까닭은 '잘 팔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 유명해질 때마다 읽어야 할 분들에게 책을 공짜로 보내볼까 생각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곧 깨닫습니다. 진작 사과를 제대로 해야할 사람들이 사과를 제대로 하는 경우를 못 봤다는 거지요. 보내도 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 세월호 참사 초기, JTBC 후배 아나운서의 잘못된 질문에 공식 사과하던 손석희 아나운서의 사과를 보며 제대로 된 사과의 전범을 봤습니다. 책을 읽으셨는지 모르지만 책임지는, 진정성 있는 사과란 저런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3. 이 블로그의 내용은 어크로스의 사장이 썼습니다. 논란이 많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회사 블로그에 올리는 짓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입니다.이 내용이 왜 정치적으로 민감할 것이라 미리 스스로 검열을 하는지...이해가 안 되는 세상이긴 합니다...


    4. 최근 2주 동안, 세월호 참사 이후로 회사의 모든 SNS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슬픔과 죄책감, 분노가 우리 모두를 압도하고 있는데 정보를 보태는 것도, 회사의 홍보 활동을 지속하는 것도 염치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 내용은...좀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뜬금없이 글을 올려봅니다. 곳곳의 도서관에 책 있습니다. 이 책 한번 살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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