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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지하경제 탐사기에서 도쿄의 뒷골목을 떠올리다 <플로팅 시티>
    편집자가 쓰는 책 뒷담화 2014. 8. 5. 14:30

    몇 년 전 바로 이맘때 나는 도쿄 한복판 아카사카赤坂 역에 있었다.

    “잇쇼니 오챠 도오?”

    멀끔한 중년 남성이 함께 차를 마시지 않겠냐고 말을 걸어왔다. 당황한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말도 할 줄 몰랐고...) 다른 여성을 물색해 떠났다. 약속 장소에 기다리던 룸메이트가 도착했을 때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들려주니 그녀는 내게 ‘이런 곳에서 기다리게 해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플로팅 시티>의 막바지 작업을 하는 동안 이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는 뉴욕의 지하경제를 탐사하면서 특히 섹스산업에 주목한다. 할렘의 흑인 마약상,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과 유색인 창녀, 하버드 출신의 재원과 한량인 백만장자, 언뜻 접점 없어 보이는 이들이 섹스로 한데 엮이는, 인종이나 계층 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뉴욕. 도쿄나 서울로 치환해도 어색하지 않을_

     

    이것이 뉴욕에만 해당하는 현상일까? 이 책이 보여주는 뉴욕 지하경제의 모습은 세계적 대도시 도쿄나 서울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도쿄 지하경제를 이끄는 곳이 바로 아카사카다. 국회의사당, 정부청사, 영빈관 등이 모여 있는 이곳은 낮에는 정치의 중심지로 기능하지만, 밤에는 환락가로 변한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고급 문화 시설, 술집, 요정이 밀집된 뒷골목이 불을 밝히며 게이샤에서부터 국적 다양한 매춘부들까지 공공연히 영업을 시작하고 정치가나 비즈니스맨들은 뒷거래를 한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그때, 그녀-나의 룸메이트-는 내게 주위를 둘러보라고 했다. 나는 밤거리를 돌아보고 나서야 그녀가 ‘이런 곳’이라고 지칭하며 사과한 의미를, 그 중년 남성이 나를 매춘부로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일본의 미용 기술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스물아홉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아카사카의 미용실에서 일하던 그녀의 주 고객은 성매매에 종사하는 한국 여성들이었다(간혹 연예인이나 모델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 6월 일본이 26세 이상 여성에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원전 성매매 행태가 원인으로 꼽혔다.

     

    <플로팅 시티>의 한 대목을 옮겨본다.

    “지극히 친밀한 행위이자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내밀하고 사적인 일로 여기도록 훈련받은 행위가 보이지 않는 실이 되어 뉴욕 사회 각계각층을 하나로 연결하는지도 몰랐다.”(264쪽)

     

    '성'을 '실' 삼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이들에게서 이야기를 채집한 저자는 그들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거나 가치 판단을 하기 이전에 왜 그들이 지하경제로 스며들었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는지, 성공과 실패의 간극은 어디에서 오는지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나는 도쿄에서 그랬듯 '나의 도시' 서울에서도 똑같이 이민자라 느끼며 살아간다. 당신도 어딘가에서는 이민자이며 약자일 것이다. 부유하는 도시 안에서 동아줄이 되어줄 한 가닥 실을 찾아 헤매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샤인, 아날리스, 안젤라, JB, 만준, 브리트니, 산토시, 카를라, 마고, 벤카테시까지… 더 나은 현실과 더 나은 자신을 꿈꾸는 그들의 고투에서 우리 자신의 욕망을, 우리의 맨 얼굴을 마주한다. 서울 뒷골목을 탐사하는 괴짜 사회학자가 있다면, 여기에 우리 이름 하나 들어간대도 이상할 것 없으리라.

     

    국내 괴짜 사회학자의 등장을 기다리며

    편집자 J_

     

     

    플로팅 시티

    괴짜 사회학자, 뉴욕 지하경제를 탐사하다

     

    <괴짜 사회학>으로 전 세계 지적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전복한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의 신작.

    10년간 뉴욕의 지하경제를 탐사하고 기록한 이 책은

    계층을 뛰어넘고 합법과 불법을 오가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에 관한 생생한 사회학적 보고다.

     

    전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올 여름 화제의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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