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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질주의의 야만’서 벗어나는 힘, 철학에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
    어크로스 in News 2011. 5. 30. 18:53

    *지난 토요일 경향신문에 실린 서평입니다.

     

    [책과 삶]‘물질주의의 야만’서 벗어나는 힘, 철학에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피터 케이브 | 어크로스

    생 활 밀착형 철학책이다. 문장 속에 유머가 넘실거린다. 저자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모두 33개의 질문이다. 질문의 영역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왜 다이어트 중에 참지 못하고 야식을 먹는 걸까?’ ‘잘 나가는 친구를 보면 왜 시샘하는 걸까?’ ‘노숙자를 보면 왜 마음이 불편한 걸까?’ 등의 일상적 질문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물론 심각한 존재론적 물음도 있다. ‘종교와 진화가 우리를 설명해줄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같은 것들이다. 사회와 정치에 대해서도 묻고 답한다. 예컨대 ‘투표는 절대로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비열한 신념과 불평등한 예외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같은 것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노상 부딪히는 욕망과 도덕, 나와 타자, 사회적 정의와 공정함, 민주주의와 연대, 인간의 운명과 죽음의 문제까지 두루두루 살피는 책이다.

    저자는 그런 갖가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와 모순을 짚어낸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할 때, 사실은 “죄책감을 느끼는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 사람들은 대개 삶이 유한해서 무의미하다고 말하지만, “삶이 무한하다면 인간은 그야말로 무력감에 빠질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아울러 퍼포먼스에 불과한 선거공약에 휘둘리는 대중의 투표심리,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는 언론의 속내, 가난하고 소외된 집단을 지속적이고도 구조적으로 차별해야 하는 계급사회의 메커니즘을 지적한다.

    저자 피터 게이브 사진 | 클레어 휴이트
    생 각을 버리고 단순하고 즐겁게 살자는 메시지가 넘쳐나는 요즘, 저자는 왜 “더 생각하자”는 제안을 내놓는 걸까. 저자는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라는 글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자신의 진정한 눈을 갖자”고 권한다. 그는 현재 우리의 삶이 “물질주의라는 야만”에 갇혀 있음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벗어나려고 “종교에 몸을 맡기는 것은 너무도 쉽게 또 다른 야만에 빠져드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믿음을 강요하는 것” “다른 이에게 자기가 믿는 ‘좋은 삶’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야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바 로 이 물질주의라는 망령이 철학과 예술과 교육이라는 ‘최후의 보루’까지 점령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그는 “철학이 특정한 청중을 노리는 웅변이 되고, 예술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교육은 경제적 성공만을 추구한다”는 비관을 피력한다. 그리하여 저자가 시선을 돌리는 곳은 “물질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야말로) 섬세함과 감수성을 품고 있다. 그들은 하늘의 미세한 변화, 양탄자에서 빠져나온 실오라기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미신이나 신화 그리고 전통에서 통찰력을 얻는다.”

    어떤 이들에게는 낭만적인 넋두리로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시와 철학이 애초에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렇게 눈살을 찌푸릴 표현은 아닐 성싶다. 그것은 저자가 비유와 이야기가 풍부한 ‘쉬운 철학 책’을 펴낸 이유와도 직결된다. 그는 자신의 책이 결코 ‘잘난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이기적인 세상에 맞서는 아주 보통의 철학”이라고 규정한다.

    하 지만 그가 권하는 생각하기, 즉 ‘철학하기’란 결코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항상 이중적이다. “열망을 피워내고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절망적이고 우울할 수도 있으며, 진지할 수도 있지만 변덕스러울 때도 있다.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감각적인 경우도 있으며, 안정적이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평범한 사람들은 왜 철학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철학이 “궁극적으로 위로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물론 철학은 그 위로를 주기 전에 우리 자신을 헝클어놓고 휘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기주의와 물질주의를 견디고 벗어나는 힘이 철학에 있음을 거듭 강조하면서 “우리 모두 시인이 되자”고 역설한다. 저자인 피터 케이브는 영국 개방대학교 교수이며 ‘휴머니스트 철학자 협회’의 회장이다. 배인섭 옮김. 1만3000원

    <문학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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