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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7 14:05

숭실대와 YES24와 함께한 '정재승 교수님의 특별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이날 주제는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였습니다. 


왜 과학자는 왜 영화를 볼까요? 그리고 과학자는 영화를 어떻게 볼까요?

교수님의 강연을 따라가다보면 왜 영화를 보는지, 과학자는 어떻게 영화를 보는지, 그리고 그래서 마침내 정재승 교수님은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요즘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 이 날 강연을 통해 들려주셨습니다. 




<고질라> 영화를 보면 고질라의 임신사실을 임신 키트로 확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너무 궁금해서 미국에서 가장 큰 임신 테스터기 생산하는 제약사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고질라> 영화처럼, 임신키트로 고질라의 임신사실을 알 수 있는지 메일을 보냈죠. 8시간 만에 답장이 왔습니다. "저희도 너무 궁금합니다.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가까운 시간 내에 고질라와 내방을 하시면 저희가 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에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실려있습니다.


사람들이 '영화 속의 과학' 하면 영화에는 과학적이지 않은 것들이 점철되어 있고, 과학자들이 영화를 보면 비판적으로 볼 것이라는 생각들을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서평은 "너무 재미있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에도 과학의 메스를 놓지 못하는 이 과학자는 과연 행복할까?" 가 마지막 문장인 글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이 시간만큼은 무장해제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거죠.



그래서 두번째 책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에서는 조금더 긍정적인 측면, 과학의 눈으로 영화를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과거에는 물리학자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영화를 봤다면, 그 후 10년은 뇌과학자로 살았기 때문에 뇌과학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되는거죠. 물리학자는 영화의 설정이나 환경을 주로 봤다면 뇌과학자로는 캐릭터에 주목을 하게 되더라구요. 사람사이의 관계, 정신질환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거죠. 그런 증세를 우리가 다 가지고 있거든요. 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두 권이 한 권처럼 서로 보완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과 과학자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데요. 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보며 성에 눈을 뜬다거나 (웃음) 고등학교 때 프랑스문화원에 가면 매주 프랑스 영화를 상영하는데 거기 매주 가서 프랑스 영화를 보는거에요. 영화를 보고 앞에 있는 까페에서 우유를 마시는게 저의 제일 큰 즐거움 중에 하나였어요. "나는 프랑스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는 사실" 이 너무 기특한거에요. 하지만 너무 난해하고 졸리기도 하고... 그런데 그 어두운 공간 안에서 세상과 떨어져 그 공간 안에 있다는게 너무 큰 안식, 위안이었어요.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다가 천체물리학을 공부하다가 복잡계 과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이 우주에서 과장 복잡하다는 인간의 뇌를 연구하게 되었어요. 환자들의 뇌를 찍고 연구하다가, 저랑 같이 일하는 의사가 어느 날 정신 질환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면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제안하더라구요. 그들의 생활을 보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저를 카톨릭 의대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루 동안 거기 있게 된거죠. 처음에는 관찰자로 이중철문의 낯선 공간에 갇힌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약을 타 먹는 동안 저는 조금 뻘쭘하죠. 처음에는 누군가 말을 걸면 무섭기도 한데 그러다가 대화를 하고 나중에는 그분들이랑 화투를 칠 정도가 되었어요. 제가 원래 화투를 못 치거든요. 그 분이 저한테 화투를 가르쳐주는거에요. 정신분열증 환자 셨는데, 그 분이 화투를 치면서 계속 이야기를 해요. "나는 살기 위해서 화투를 쳤는데 너는 무척 쉽게 화투를 배운다" 제가 그때 배운 화투를 세상에 나와서 쳤는데 룰이 다른거에요. 저는 정신분열자의 화투를 아직 치는거죠. 



저는 그 때의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누군가에게 혼나가며 뭘 배우고..누군가는 4시간씩 밖을 바라보는데 한 10분쯤 보면 호기심이 생기지만 2시간 쯤 보고 있는 사람을 보면 보면 눈물이 주르르 날 정도로 감동이 생겨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그 날 하루에 하게 되요. 이런 사람들을 치료하는 연구를 해야겠다. 이러면서 뇌 중에서도 정신질환과 관련된 연구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때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를 보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 영향이 가장 감동이 큰 영화가 아니가 싶습니다. 멀쩡한 사람이 정신병동에 들어가 정말 미쳐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고, 그들과 같이 폭동을 일으키고 빠져나오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담고 이는데 잭 니콜슨은 정상인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미쳐가는거죠.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영화인데, 책에 이와 관한 에피소드도 담겨있습니다.


자폐에 걸려있는 천재가 나오는 <레인맨> 의 경우 제가 한국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정신과 포스트닥을 미국에서 할 때 제가 비슷한 경우를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자폐아의 뇌를 촬영하는 실험을 하게 되었는데, 미국에는 특별한 한가지 능력이 있는 자폐인의 경우 자신의 뇌를 촬영하게 하고 실험비를 전제로 하는 메일이나 제안이 오고는 합니다. 제가 촬영한 분은 23세의 인도 청년인데 과거 아무 날짜를 말해도 바로 요일을 맞춰요. 그런데 이 돈은 부모에게 가요. 그 분은 동기가 없는거죠. 자기가 무슨 실험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실험실을 돌아다니며 계속 반복하는거죠. 특별한 능력은 있으나 사회적 능력은 떨어져 피험자로 참여하고 그걸로 가족이 먹고 사는... 이 경우 직업이 피험자인거죠. 이 분은 결국 실험 참여 중 잠에 들 정도였습니다. 주의 산만, 과잉 행동, 학습 장애 같은 것들은 원래 질병이 아니었는데 "병이다" 라고 규정되고 약물을 투여하게 하고, 제약회사들이 소비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병을 고안하기도 해요. 정신 질환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된 계기가 된거죠.


<인셉션> 은 다들 보셨죠? 그 해에 꿈의 내용을 컨트롤 하는게 가능한지에 관한 질문을 50통은 받은것 같습니다. 제 두번째 학생이 꿈의 내용을 조절해주는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드림메이커'라는 장비가 있는데 이 장비는 엠씨스퀘어처럼 알파 웨이브를 만드는 장치입니다. 실험의 결과는 등장인물은 컨트롤할 수 있지만, 장르는 결정할 수 없다입니다. 이 실험을 하고 4년 뒤에 영화가 개봉한거죠. 꿈은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없고 완벽한 정보 처리가 아니니까 완벽한 컨트롤은 불가능합니다. 


어떤 학생이 <아바타>를 보고 이런 걸 만들고 싶다고 찾아왔어요. 저희 연구실에는 주로 이런 친구들이 모여 있습니다.그래서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미로를 만들고 로보트가 미로를 통과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 로보트는 방향을 선택할 수 없어요. 조종은 옆 방에 있는 제 학생이 하는거죠. 이렇게 머리에 장치를 하고 생각만으로 로보트를 움직이게 합니다. 느린 버전의 아바타인거죠. 이 연구가 대박이 나 <디스커버리>에도 실리고 영국에서 다큐멘터리로도 나옵니다. 


<이터널 선샤인> 은 안 보신 분들이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연인이 헤어져 각자의 기억을 지우는 줄거리인데요, 지우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상대를 생각나게 하는 물건을 들고 병원에 그 물건을 볼 때 움직이는 뇌세포를 손상시켜 그 패턴이 나오지 않게 하는거죠. 과학적으로는 일견 말이 되지만, 이게 기억 손상이라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활용하면 단 하나의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에게 그걸 지우는게 가능해집니다. 종치고 전기 충격을 주고 를 반복해 '외상후증후군' 쥐를 만듭니다. 그럼 종만 쳐도 쥐가 얼어요. 이 연구는 그해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으로 뽑힙니다. 영화에서 자극을 받은 연구죠. 



과학자들은 왜 이토록 엉뚱한 연구를 할까요? 실제로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비둘기들에게 피카소의 그림과 모네의 그림을 보여주고 어느 그림 앞에서 모이를 먹게 하는가 라거나 모짜르트 음악은 잉어게에 어필한다 라는 결론을 내는 실험 같은거요. Ig Nobel Priae (이그노벨상) 이라는 상이 있는데 '다시는 재현될 필요 없는 실험' 들도많습니다. 진도구 라는 발명품도 마찬가지인데,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으나 쓰고 싶지는 않은거죠. 


자자 그렇다면 결론입니다.


왜 과학자들은 영화를 구현하고 싶고 만들려고 할까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 때문입니다. 보통은 일상으로 돌아가는게 과학자들은 이걸 누군가는 만들어보는거죠. 과연 저게 가능할까, 이들에게 영화는 창조적인 영감의 원천입니다. 본질적으로 영화와 과학은 동반관계입니다. 상상想象 이란 중국인들이 인도에 다녀와 코끼리를 설명할 수 없자 죽은 코끼리 뼈를 가지고 코끼리를 설명했다는 이야기에서 온 말입니다. 저는 여기 상상력의 본질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상에는 코끼리의 뼈가 필요합니다. 코든 상상은 과학적 상상을 포함합니다. 여기있는 여러분의 시선으로 봐도 줄거리 이상의 통찰이 나올 수 있죠. 


한 가지 더, 왜 드라마나 영화의 과학자는 늘 약간 미쳐있는 이미지일까요? 장동건 물리학자, 원빈이 화학자로 나오는 걸 꿈꿉니다. 이게 무리라면... (물리학자라고 하면 정재승만 떠오른다면 <빅뱅이론> 이나 <프렌즈> 에 나오는 친구들처럼 과학자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영화가 나왔으면, 여기 계신 누군가가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저자
정재승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 2012-07-15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영화를 통해 내 안에 숨겨진 과학을 만난다!정재승의 시네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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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저자
정재승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 2012-07-18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속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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