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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리의 키워드, 설득 자존감
    편집자가 쓰는 책 뒷담화 2012. 9. 19. 12:45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건 타고난 재주에 가깝다고 늘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말주변 좋고 글솜씨 좋은 사람들을 늘 경계한다.
    그런 재주란 곧 진실과는 먼 이야기도 가능케 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철학자의 설득법>은 내게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해주겠다고 말을 거는 책은 아니었다. 네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근데 네 생각부터 점검해 보면 좋겠는데-였다. 책이라는 게 남에게 못된 걸 알려줄 만한 것이 못 되지만, 이런 말을 걸어주는 책을 편집하게 되어 기뻤다.

     

    책은 소피스트 수사학이 주가 된다. 소피스트는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흔들리게 하는 많은 기술을 선보였다. 편견을 부추기고, 흥분시켜 판단력을 잃게 하는 등. 안광복 선생님은 이런 소피스트의 수사학을 ‘양날의 칼’과 같다고 적으셨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이런 수사학을 익혀 갖은 술수를 부릴 수도 있겠지만, 간파하여 방패로 삼을 수도 있다. 그래서 책은 소피스트들이나 대중 선동가들의 꼼수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편집하며 뽑은 카피는 ‘꼼수는 간파하고 팩트로 맞서라’였다. 속지는 않되 속이지는 않는 설득법. 정공법은 결국 술수보다 강하다. 하지만 이 카피는 약간 책에서 붕 뜬? 그러니까 감상문에 가까운 카피였다. 소피스트 수사학을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지만 당장 이렇게 답을 툭 던져주는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무얼 얻을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을 ‘설득 자존감’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말과 글로 옮겨도 부끄럽지 않도록 생각을 다듬고, 내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책이다. 그런데 설득 자존감, 이란 말도 좀 생각을 해야 들어오는 표현이라.. ‘까였다’. 이쯤 되면 이 후기의 목적이 밝혀진 듯하다. 오홍.

     

                                                                          길고도 모두에게 어려웠던 여름이 흘렀습니다.
                                                                          잘 버텨준 스스로에게 박수를 건네는 가을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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