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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회의 출판사 서평 [잘 있었니, 사진아]
    편집자가 쓰는 책 뒷담화 2013. 2. 22. 17:49

     

     

     

    이 책의 원제는 ‘Dear Photograph’로 저자 테일러 존스(Taylor Jones)가 운영하는 동명의 블로그에서 출발한 책이다. 이 청년은 어느 날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아 앨범을 보다가 동생이 어릴 적에 케이크를 앞에 두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사진이 지금 앉아 있는 바로 그 식탁에서 찍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때 그는 재밌는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동생의 사진을 지금 식탁 자리에 맞추어 다시 찍는 것.

     

    생각이 여기서 그쳤다면 아마 이 책의 원제는 ‘past & present’ 쯤이 되었을 거다. 책이 나올 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에 더해 테일러 존스는 사진에게 짧은 말을 건넸다.

     

    ‘Dear Photograph, 이때처럼 지금도 멋진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올린 사진과 글을 보러 친구들, 친구의 친구들, 또 그 친구의 친구들이 찾아오며 디어 포토그래프는 시작됐다. 전 세계 사람들이 그에게 과거와 현재가 겹치는 사진을 찍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블로그 단계에서 이 프로젝트를 알았고, 책으로 나오길 기다렸다가 그냥 나 읽으려고 구입했다. 그러다 ‘꽂혔다.’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는데, 아주 어린 아이 하나가 유리창으로 된 현관문 안에서 밖을 보고 ‘안녕’을 하고 있었다. 그 사진에 담긴 이야기는 이랬다.

     

    “아버지가 내 사진을 한 번도 찍어준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기 유리창에 비친 아버지를 보고 말았다.”

     

     

    그제야 사진 속에 허리를 굽혀 아이를 찍는 ‘아버지’가 보였다. 처음에는 이제야 오해를 푼 아들 마음이 안되었다가 다시 보니 아들이 이 사진을 잊고 산 동안 아버지가 느꼈을 적적함이 또 마음에 걸렸다. 무뚝뚝한 아버지 밑에 자란 사람들은 한 번쯤 이렇게 눈물 뺄 날이 온다. 이 동감의 감동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이 책에 담긴 203개의 사진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겼다. 이제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서 계셨던 부둣가, 다 커버린 자녀의 어릴 적 통통한 뒷모습, 어려움을 모르던 시절의 나를 향한 편지들이다. 아스라한 추억에 대한 소회들이 동감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를 위로한다.

     

    사진이 한 시절 한 시절을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시절 내가 가장 가까이 지낸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보여준다. 십대 초반을 기점으로 가족사진보다 친구들과 우스꽝스런 자세를 취한 사진이 늘어가고, 또 어느 순간 연인과 찍은 사진이, 내가 꾸린 가족의 사진이 대부분이 된다. 그러는 동안 우리가 떠나온 집에는 여전히 우리의 어렸을 적 사진이 걸려 있다. 이 책은 그 사진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다. 워낙 영미권 사진이 많다보니 책이 팬시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편집자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모든 것이 변한다 해도 우리 뒤에는 가족이 있음을 책으로 확인시켜주고 싶은 그런 투박한 마음이 있었다.

     

     

    기획회의 338호 출판사 서평 "우리 뒤에는 늘 가족이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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