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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후기] 세상에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많다니... 책을 만드는 기쁨 몇 가지 <새로운 황금시대>의 경우
    편집자가 쓰는 책 뒷담화 2013. 9. 4. 10:30

    책을 만드는 일은 참 재밌습니다. 

    아아, 그러니까. 늘 즐거운 건 아니고요. 물론 힘들 때도 많아요 ;ㅁ; (어머, 나 어뜨케..) 


    제 모니터 옆에는 펜으로 대충 쓴 포스트잇이 하나 붙어있는데요. 이렇습니다.


    Sailing is amazing, but it doesn't mean I love every second on the boat.

    Doing what you love means dealing with things you don't.


    좋아하는 선배님이 트위터에 올리셨던 글인데, 냉큼 베껴적었습니다. 아.. 위대해보이는 선배님들도 늘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시는구나. 그럼, 힘들지 않으면 일이 아니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위로도 얻었고, 또 원래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그에 수반된 일을 모두 다 감당한다는 각오라는 생각을 하며 파이팅해보기도 합니다.


    이번 책을 만들면서도 저자는 누구보다 이 말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사장님의 차에 거꾸로 꽂힌 책이 너무 인상적이라 찍어봤습니다. 번쩍 번쩍~ 어크로스에도 황금시대를 열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사장님의 차에 거꾸로 꽂힌 책이 너무 인상적이라 찍어봤습니다. 번쩍 번쩍~ 어크로스에도 황금시대를 열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새로운 황금시대>의 부제는 '비즈니스 정글의 미래를 뒤흔들 생체모방 혁명'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찍찍이 역시 도꼬마리 풀의 고리 모양을 모방한 거구요. 박태환 선수의 수영복도 상어의 피부 돌기를 모사해 물의 저항을 감소시켜 속도를 빠르게 만든 것입니다. 책에는 화학, 물리, 지구과학, 생물 분야를 넘나들며 색색의 자연의 다양한 기술적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과학을 잘 못했던 편집자는 무려 450쪽이 넘는 이 책을 만들면서는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저자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원고를 읽고 제 머리에 남아있는 이미지는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창업가'였습니다. '해저 2만리의 기업가 버전'이랄까요~ 흔히 이런 미래 비즈니스, 과학 + 산업인 책이라고 하면 좀 어렵게 느껴집니다. 특히 교수나 학자들이 쓴 책은 정말 재미없죠. 그런데 이 책은 저자는 직접 이 산업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창업가이자 연구자입니다. 대자연이 살아숨쉬는 호주에서 태어나서일까. 저자 제이 하먼은 어릴 때부터 바다에서 뛰놀고 직접 보트를 만들거나 곰팡이를 키우고 싶어했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특히 바다뱀과의 사투, 보물선을 발견하기 위해 해저를 탐사하는 장면은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하더라구요. 거침이 없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위한 거침없는 도전 정신이 아마도 그를 '생체모방 비즈니스'의 대가로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그는 동식물 연구자이기도 하고 생태학자이며, 기업가이자 발명가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모험가에요. 게다가 풍부한 창업 경험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설립한 에너지 연구 그룹 ERG는 1982년에 30억 달러의 자산 가치를 가진 오스트레일리아 최대의 기술 전문 회사였습니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고, 정처없이 해변을 거닐다가 조개 껍데기를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칩니다. 이걸로 사업을 할 수 있겠구나.!


    흔히들 창업가에게는 남다른 DNA가 있다고 말합니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건널 때는 이 바다를 꼭 건너야 한다는 큰 신념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는 수 많은 과학 분야의 생체모방 사례들과 비즈니스의 최전선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미국방성이 집착하는 새의 날개, 버섯의 무궁무진한 힘, 연꽃 잎의 방수 성질, 상어의 꼬리 지느러미 원리를 적용한 수력 발전의 터빈... 아마도 저자가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며 자신의 이야기로 재밌게 써내려간 것은 '미래를 바꾸는 자연의 힘'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존경받는 기업인은 없고, 새 정부는 언제나 과학 기술에 대한 캐츠프레이즈를 들고 나옵니다. 창조경제, 지속가능 경영.... 신문에는 매일 같이 사례들이 넘쳐난다지만, 좀처럼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원금이 아니라, 윗 분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전략이라고 짜넣어야 하는 구호가 아니라 진짜 치열한 고민과 뜨거운 사투 속에서 벌어지는 혁신을 보고 싶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입니다. 그리고 편집자는 그런 이야기를 세상에 더 친절하고, 재밌게 읽힐 수 있게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역시, 이 일이 너무 좋습니다! 



    이 책에는 정말 신기한 사진이 많습니다. 이 사진은 책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진인데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진이라 올립니다. 에뮤라는 호주 특산 동물로 타조를 닮았습니다. 저자가 22살이던 시절 야생동물 감시관으로 오지의 보호구역 안에 있는 트레일러에 살 때 에뮤가 새벽 5시 반이면 언제나 '똑똑똑' 노크를 하고 저자를 만나러 옵니다. 심지어 사람보다 키도 커요. 문을 열고 황당해하는 저자를 바라보는 에뮤. 저자는 책에 이렇게 묘사합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이해해보려 노력하면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 부분을 읽던 저는 이 상황을 상상해보려 노력하면서 "...." 말풍선을 띄운 채 원고를 응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자, 그러면 재밌고 스펙터클하고, 기업가 정신도 샘솟고, 자연을 다시 바라보게 되며, 심지어 미래 성장동력도 알 수 있고, 진짜 창조 경제도 배울 수 있으며, 가슴이 뛰는 이 책을 함께 읽지 않으시겠습니까?


    덧1. 이런 책은 읽고 있으면 폼도 납니다. 

    누군가 "응? 무슨 책이야?" 라고 물어온다면, 지그시 바라보며 "미래 산업에 관한 책이죠. 추석 연휴도 다가오는데 슬슬 내년도 사업 전략을 생각해야 할 거 같아서요." 


    덧2. 사진도 많고 460쪽이 넘는데도 20,000원, 온라인 서점 할인하면 18,000원에 적립금을 더해 모십니다.(으응...?) 


    - 어마어마하게 훌륭한 기사가 많이 나와 회사 블로그에 편집 일기 쓰고 있는 편집자 미오씨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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