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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들며 배웠던 가장 뭉클한 단어, 지두룸책 이야기 2013. 10. 30. 10:14
지난 주말 <응답하라 1994>를 보다 고향 계신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그러다 저희 책 <방언정담> 만들며 배웠던 가장 뭉클했던 강원도 방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건 안 돼, 서울 간 성(형) 지두룸이여."
...
막내가 벽장을 쳐다볼 때마다 어머니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린다. 막내는 삼시 세끼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는다. 그러나 서울에 유학 간 큰아들은 어머니의 따뜻한 밥을 먹을 기회가 없다. 짭조름한 밑반찬도, 가끔씩 해주는 특별식도 없다. 어머니는 그것이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밥을 지어 서울로 향할 수도 없고, 지은 밥을 아들이 올 때까지 보관해둘 수도 없다. 그래서 준비한다. 귀하지만 상하지 않는 것, 먹어도 물리지 않는 것을 벽장 한 귀퉁이 고이 보관한다. 그것이 서울 간 아들을 '지둘리면서(기다리면서)' 보관해둔 '지두룸'이다.
선생님의 설명이 온도를 더 한다. '기다린다' 대신 '지둘린다'를 쓰면 촌스럽게만 느껴졌는데 지두룸만은 전혀 그렇지 않다. 끼니마다 둘러앉아 밥을 같이 먹을 수 있어야 식구다. 그러나 멀리 떠나 있는 식구가 있다. 그런 식구를 지둘리면서 준비한다. 그게 지두룸이다.
-<방언정담> 48쪽, 한성우 지음'책 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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