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두 번째 태양> 맛보기 1 - 처음 만난 기적
    책 이야기 2014. 2. 13. 09:15

    눈먼 이들에게 다시 태양을 찾아주는 두 의사의 이야기 <두 번째 태양>에서

    저자가 처음으로 그들이 이루어낸 기적을 직접 확인하는 부분을 공유합니다(2장 27~40쪽).

    조금 길지만, 저자가 처음 이들의 기적을 본 그 순간 느꼈던 전율과 감동을

    독자 여러분들도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누군가 다급하게 위험하다고 외쳤다. 등이 굽고 몸이 여윈 여인이 자기 이름이 불리자 눈썹 다듬는 곳으로 가려다가 막 넘어질 찰나였다. 남편이 달려와서 붙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손을 휘젓다가 넘어졌을 것이다.

    내가 말을 걸자 그녀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고는 자기 이름이 파탈리 네팔리라고 말했다. 홍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유리구슬 크기의 유백색 구체가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더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녀 앞에 쭈그리고 있는 내 모습이 그 텅 빈 공간에 반사되었다. 

    “작년에는 아무 일도 못 했어요.” 파탈리가 말했다. “몸까지 아이들이 씻겨줘야 했어요. 그러니 굶을 수밖에 없었지요. 난 아침 한 끼만 먹었는데도 가족들이 먹을 음식은 언제나 모자랐어요.”

    난 그녀 남편에게 파탈리를 어떻게 라수와로 데려왔는지 물었다. “택시를 탔어요.”

    이런 산간 지역보다 더 궁벽한 오지인 그들의 마을까지 과연 도로가 나 있을까.

    “바구니 택시 말이지요.” 그가 웃으면서 자신의 튼튼한 등짝을 가리켰다. “제가 바로 택시예요.”

    ... 루이트의 의료기사들은 환자 눈의 형태를 측정해두었다. 그렇게 하면 환자에게 꼭 맞는 도수의 렌즈를 삽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렌즈는 백내장이 제거된 환자들의 시력을 최대한 정밀하게 복원해준다. 루이트는 절개창을 통해 렌즈를 신속하게 밀어 넣어 렌즈의 중심이 환자의 흐려진 동공 아래쪽에 오게 했다. 내가 몸을 굽혀 들여다보니 툴로 바하두르의 눈은 갓 닦은 유리창처럼 깨끗했다.
    “자, 우리는 이걸 봉합 없는 수술이라고 부르죠.” 루이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드러났다. “봉합하지 않아도 절개창은 저절로 아물고 나을 겁니다. 내일이면 환자는 아주, 아주 잘 보게 될 거고요.”

    간호사는 툴로 바하두르의 눈에 플라스틱 안대를 매주었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수술을 끝내는 데 7분 걸렸다. 지독하게 까다로운 백내장 수술이었는데. 한 남자의 시력을 복구하는 데 7분이라고. 내 등골이 발전기에 연결된 것처럼 찌릿찌릿해졌다.

    ... 어제 수술을 마친 쉰한 명의 환자들은 눈에 붕대를 두른 채 낮은 돌담으로 구획된 마당에 모여 있었다. 켐은 무릎을 꿇고 첫 번째 환자의 붕대를 벗긴 다음 밝은 손전등으로 그의 눈을 검사하고, 마침내 수술의 성공에 만족했다.

    툴로 바하두르는 햇빛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그는 웃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그의 눈은 양손에 쥐고 있던 허름한 지팡이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몸을 똑바로 일으켜 세우더니, 무슨 더러운 물건인 것처럼 지팡이를 맨발로 서 있던 흙바닥에 떨어뜨렸다.

    ... 나는 파탈리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붕대를 풀자 그녀의 눈을 가렸던 푸른색 플라스틱 덮개가 광대뼈 양쪽에 늘어졌다. 파탈리는 눈을 깜빡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녀의 눈은 심하게 충혈되어 있었으므로, 나는 수술이 실패한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그러다가 자기 눈앞에 무릎 꿇고 있는 형체를 알아본 그녀의 입이 벌어지더니 미소를 지었다. 

     

     


    “똑똑히 보인다면 그의 코를 만져보세요.” 켐이 말했다.
    파탈리는 손가락을 뻗어 내 코끝을 정확하게 건드렸다. 그녀가 목표물을 찾아내자 우리 셋은 모두 웃었다.

    “기다리세요.” 내가 말하면서 그녀의 남편에게 달려갔다. 그는 아내 곁에 쭈그리고 앉아 머리 위에 얹힌 평범한 갈색 토피를 똑바로 썼다. 파탈리는 그의 주름진 얼굴을 살펴보았다.

    “자, 그가 어떻게 보입니까?” 내가 물었다.
    “똑같아요. 지금도 미남이네요.” 파탈리가 말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여윈 팔을 그의 튼튼한 어깨 위로 둘렀다. 나는 수술이 자기에게 돌려준 세계를 받아들이는 파탈리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멀리 산의 능선을 바라보았다.

    “저 산들을 보세요! 얼마나 빛나는지 당신도 보여요?” 그녀는 남편에게 기대면서 말했다. 그녀는 붕대를 풀고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루이트의 직원들이 작은 기적을 몇십 번 더 행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제2의 시력이라는 선물에 가장 압도당한 것은 가장 나이가 많은 층이었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쁨을 있는 그대로 여과 없이 표출했다. 흰 터번을 쓰고 남루한 무릎 길이의 외투를 입고 있던 노인은 황홀감에 빠져 지팡이를 짚고 빙빙 돌며 춤을 추고 노래하다가 다른 환자들의 발을 건드려 항의를 받기도 했다. 
     

     


    녹슨 문을 향해 걸어가던 나는 파탈리처럼 생긴 사람을 보았다. 하지만 이 여자는 남편 곁에서 곧은 자세로 자신감 있게 발을 내딛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파탈리의 등은 골다공증으로 굽은 것이 아니었다. 실명의 무게 때문에, 절망감 때문에 굽었던 것이다. 그 변신은 놀라웠다. 하루 전만 해도 수술을 기다리며 병원의 콘크리트 바닥에 어색하게 웅크리고 있던 그녀를 보았기 때문에 그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끝없는 하늘을 배경으로 옥상에 서 있는 사람들의 옆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옥상에 있는 저 의사는 내게 여전히 수수께끼였지만

    타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을 해주는 사람이 지구상에 또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인터넷 서점 링크 (원하시는 서점 이름을 클릭하세요)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