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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 태양> 맛보기 2 - 에티오피아에서
    책 이야기 2014. 2. 21. 18:17
    <두 번째 태양>의 열혈 의사 제프 태빈과 그 동료들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8일 동안 1000명 가까운 시각장애인들에게 새 빛을 선사하는 에피소드를 공유합니다.(375~388쪽) 그들의 믿기지 않는 열정의 에너지가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전염되기를 바라 봅니다. ^^

     

     

    태빈은 람 람 베르하르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붕대를 풀고는 등반용 머리 전등을 그녀 눈에 비추었다.

    “완벽하군. 수정처럼 맑아요.” 태빈이 말했다.

    그는 그녀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잠시 동안 베르하르의 얼굴은 완전히 무표정했다. 그러다가 태빈의 웃는 얼굴에 눈의 초점을 맞추었다. 베르하르는 벌떡 일어나더니 머리를 뒤로 치켜들고 울부짖었다.

    그녀의 외침은 전염성이 강했다. 줄지어 있던 환자들을 따라 의사들이 움직이는 동안 시력을 회복한 다른 수십 명의 여자들도 일어서서 트릴 같은 그 울음의 합창에 자기 목소리를 보탰다.

    살면서 그보다 더 순수한 기쁨의 표현을 듣지 말란 법은 없겠지만 그런 일이 언제 또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 닷새째 저녁에 우리 팀은 699건의 수술을 마쳤지만 더 많은 환자가 몰려오고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우리는 다음 날 아침에 북쪽으로 가서 며칠간 쉴 예정이었다. 그곳의 와인과 음식은 에티오피아에서 최고라는 소문이 있었다. 거기서 우리는 코라로에 있는 유엔 밀레니엄 마을을 방문하고, 그 근처의 붉은 바위로 덮인 황야를 탐험하고, 암벽에 지어진 교회에도 올라갈 예정이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태빈이 입을 열었다.

    “난 일을 끝낼 때까지 여기 남겠습니다. 이 사람들이 앞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니까요.”

     

     

    하지만 그 순간 나 자신이 느낀 실망감은 마음 불편한 진실을 깨우쳐주었다. 난 열기와 먼지와 고통에 압도당한 것이다. 복잡한 병원에서 한순간도 나 혼자 있을 수 없는 상황에, 그리고 병원의 녹슨 문을 통해 끝없는 강물처럼 밀려 들어오는 환자들에 완전히 질려버린 상태였다.

     

    나는 달아나고 싶었다. 제대로 된 식사와 편안한 침대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태빈의 헌신성 앞에서 창피해진 나는 남았다. 우리 모두 남았다.

     

    엿새째 나는 태빈 곁에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했다. 나는 환자들의 흐름을 조절하고 그의 수술대 아래에 새 환자를 준비시켜두었다. 앞의 환자에게 붕대를 감고 나면 즉시 그 자리에 새 환자를 밀어 넣을 수 있도록. 모하리는 강한 약(커피)을 자주 배달해주었다. 거기에 태빈의 일렉트릭 블루스를 들으면서 수술을 진행하다 보니 우리의 동작에 즐거운 리듬감이 생기면서 속도가 빨라졌다.

    오후 10시 직전에 나는 태빈의 마지막 환자의 눈에 항생제를 떨어뜨렸다. 그가 수술을 마치자 나는 거즈 위로 수술용 반창고를 감고 여자의 이마와 광대뼈를 부드럽게 눌렀다. 그 반창고 위에 나는 초록색 마커펜으로 82라고 썼다. 태빈도 그 숫자를 보았다.

    그 여성 환자는 태빈의 여든두 번째 환자였다. 그의 하루 수술 건수로는 신기록이었다.

     

    태빈은 장갑을 벗고 방충망이 달린 창문에 등을 기대고는 환자들을 흉내 내 트릴 같은 소리를 질렀다.

    내 귀에는 그의 울렁거리는 외침이 마치 전기 고문을 당하는 비명처럼 들렸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인들은 그 소리를 알아들었다. 야성적인 환희의 외침.

    병원 전역에서 우리는 회복실 안의 갈대 매트에서 쉬거나 벤치 위에서 담요를 덮고 졸거나 가족들과 가시덤불 아래에 웅크리고 있던 여자들이 부드러운 멜로디로 호응해오는 것을 들었다.

    “예, 우리는 당신에게 동의합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축하할 일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여드레째 중반쯤이 되자 마침내 병원에 빈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환자들을 태운 버스와 수레가 떠났다.

    친척들의 옷깃을 잡고 불안하게 이곳에 왔던 환자들이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집으로 걸어갔다.

     

    나는 907번 환자에게 붕대를 감았다. 놀랍게도 더 이상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도 곧 떠날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 각자의 자잘한 병을 치료하며 가족 품에서 실컷 잠잘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고요해진 수술실에 서 있을 동안에는 그 모든 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그 순간에는 오직 퀴하 지역 병원과 힘들게 배운 교훈 하나만 있었다.

    군중의 압도적인 절실함이 태빈 같은 보기 드문 사람을 더 강인해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환자를 눈부신 햇빛 속으로, 수백 명의 환자들이 웅크리고 있다가 환희에 울부짖었던 조용한 마당으로 데리고 나가면서 우리 내면의 숨은 자원을 우리 모두가 발견했음을 나도 깨달았다.

    제프 태빈은 그것이 무엇인지 내내 알고 있었다.

     

    우리도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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