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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2 10:40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

그 많던 역사 속 여성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책 소개 

 

왜 역사책에는 여성의 이름이 그토록 적을까?

선사시대 동굴벽화부터 달 착륙 프로젝트까지,

누락된 여성의 기록을 복원해 다시 쓰는 세계사

 



역사는 여성을 기록하지 않고, 기록되지 않은 여성은 기억되지 않았다

-지워지고 빠져 있던 세계사의 퍼즐 조각을 찾아 맞추는 역사 교양서

 

2017년 말에 개봉한 영화 198787년 민주화운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최고의 흥행 영화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불편한 목소리도 들렸다. 바로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이다. 비단 이 영화뿐 아니라 역사를 다룬 수많은 영화에는 여성 인물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역사책에 기록된 여성의 수가 너무도 적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역시 이러한 현실에 닿아 있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대표적인 세계사 입문서인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어주다가 이 책에 여성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실제로 한국어판 곰브리치 세계사에 이름이 실린 여성은 10여 명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여왕이나 여신, 왕비를 제외하면 비중 있게 다뤄지는 여성 인물은 잔다르크가 유일하다).

왜 역사책에서는 남자들만 전쟁을 하고 나라를 세우고 영웅이 될까?

왜 박물관에 전시된 선사시대 모형에서는 늘 남자들이 사냥을 하고 여자들은 음식을 만들까?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순간에, 혁명의 자리에 왜 여자들은 보이지 않는 걸까?

저자들은 이런 의문을 품고 역사책을 다시 살펴보았고, 역사에서 빠져 있던 여성이라는 퍼즐을 하나씩 찾아서 끼워나갔다. 나라를 다스리고, 전장에 나가 싸우고, 철학자나 작가나 과학자가 되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인 여성들을 다시 역사 속으로 소환했다.

그렇다고 이 책에 여성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남자들을 걷어내는 방식으로는 이 책이 또다시 역사의 한 갈래로 머물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성들도 엄연히 역사의 한 부분임을 독자들에게,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여자들도 남자들과 똑같이 언제 어디서나 살았고 행동했다. 그동안 역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 사실을 누락했다. 이 책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는 기존의 역사적 관점이 지닌 편견을 바로잡고, 더욱 바람직한 역사를 써나가는 시작점이 될 책이다.

 

 

남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역사 속 여성들, 이름을 되찾다

-남성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 서술한 새로운 세계사 입문서

 

역사에서 남자와 똑같이 대단한 일을 해냈음에도 남자의 이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여성들이 많이 있다.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사람이 유리 가가린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최초의 여성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남성에 의해, 남성 중심적으로 서술된 역사책에서는 이처럼 여성의 업적이나 능력이 기록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누군가(남자)의 어머니, 아내, 딸로 기록되어 이름조차 실리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잔틴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여러 치적을 쌓아 대제라 불릴 정도이지만, 황후 테오도라는 기껏해야 경기장 무희에서 황후로 신분 상승한 신데렐라정도로만 언급되고 있다. 사실 테오도라는 남편 유스티니아누스가 반란군에 쫓겨 도망치려 할 때 반란군에 맞서 콘스탄티노플을 지킬 것을 끝까지 주장했고, 이후에는 어려운 처지의 여성들을 위한 법을 제정하는 등 나라를 다스리는 데 깊이 관여했다.

몽골제국을 이룬 칭기즈칸은 아들을 후계자로 삼는 다른 왕들과 달리, 딸들을 정복한 땅의 왕들과 결혼시켜 딸들이 그 땅을 다스리게끔 했다. 그리고 사위들이 딸들의 통치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정복 전쟁에 늘 데리고 다녔다. 하지만 그의 처사를 못마땅하게 여긴 당시 사가들이 양피지에 여자에 대한 기록이 적혀 있으면 모조리 잘라냈다고 한다. 그 결과 칭기즈칸의 딸들에 대한 기록 대부분이 사라지고 말았다.

심지어 중요한 업적을 이룬 여성을 남자로 둔갑시킨 경우도 있다. 초기 기독교 시절, 여사도 니노는 이베리아 왕국에 기독교를 전파하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니노가 세상을 떠난 후 자기 나라의 위대한 성인이 여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신학자들은 그녀가 사실 남자였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파울로스(바오로)가 높이 평가했던 여사도 유니아의 이름에는 아예 ‘s’를 붙여 유니아스라고 칭하며 남자로 둔갑시키기까지 했다.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에서는 남성 중심의 시각으로 쓰인 다른 역사책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여성 인물들을 다룬다. 그리고 그녀들이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함께 살펴본다. 인물의 단편적인 삶에 매몰되지 않고 역사의 흐름과 유기적으로 연관 지으며 세계사를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여성 인물을 다룬 타 도서와 차별성을 지닌다.

 

 

그리스는 민주주의의 발상지가 아니라 여성혐오의 발상지다

-남성 지식인의 여성혐오는 어떻게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막았나

 

여성들이 역사책에 이름을 올리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여성이 비범한 일을 하면 올바르지 않다’, ‘여자가 역사에 끼어들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편견과 혐오였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이미 고대 법전이나 경전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아시리아의 법전은 정숙한 여성이 사람들 앞에 나설 때 베일을 써 얼굴을 가려야 한다고 정했다. 이 말은 베일을 쓰지 않은 여성은 정숙하지 않으므로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당연히 남자들에게는 이런 규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무지하고 나약한 이브가 뱀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선악과를 따먹어 낙원에서 쫓겨났다는 유대교 경전의 이야기는 여자 때문에 인류가 지금처럼 힘들게 살고 있다는 남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되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는 사실 여성혐오의 발상지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법하다. ‘여성혐오를 뜻하는 미소지니(misogyny)’라는 용어 자체가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수많은 사상가와 작가들이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역사가 헤시오도스는 고귀한 제우스가 여자를 창조한 것은 남자를 괴롭히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고, 시인 소포클레스는 여자는 보아야 하는 것, 그 말은 듣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며 사실상 여성들이 말할 기회조차 막아버렸다. 크세노폰은 물레질이 여성에게 가장 명예롭고 가장 적합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실 잣고 베를 짜고 옷 만드는 일을 여자에게 떠넘길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가장 압권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인류 최고의 철학자로 칭송받는 그도 여자에 대해서만은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태아가 자궁에 있을 때 남아는 오른쪽에, 여아는 왼쪽에 앉아 있다고 주장했다. 오른쪽이 정의, 공평, 선이 자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뱃속에서부터 여자는 부족한 면이 있으며, 이런 결함 탓에 여성의 뇌가 더 작고 덜 발달했다고 확신했다. 한마디로 실패한 남자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런 주장은 그의 사상을 재발견한 중세에도 이어져, 중세 스콜라 철학의 대부로 꼽히는 토마스 아퀴나스가 불완전한 여성은 신의 의도이다. 여성의 유일한 목적은 종의 보존이다.”라는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오직 이성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던 계몽주의 사상가들도 유독 여성에게만큼은 그 냉철한 이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계몽주의의 대표적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올바른 아동교육을 다룬 소설 에밀에서 여자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바느질을 하고 요리를 해야 하며, 여성의 호기심은 억눌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볼테르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신의 연인 에밀리 뒤샤틀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여성이라는 유일한 결점을 가진 위대한 남성이다.”

급진적 혁명가들은 다르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공장에서 수백만 노동자가 노예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던 카를 마르크스도 여성이 집에서 추가로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보지 못했다. 밥과 빨래, 청소와 육아의 노동에는 아무런 대가가 지급되지 않으며 적지 않은 남성이 아내를 노예 취급한다는 사실은 전혀 그의 정의감을 건드리지 못했다. 이처럼 시대를 막론하고 아무리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여성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서는 한 번이라도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살펴보는 여성 논쟁의 역사

-온전한 역사를 만들어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지금 꼭 필요한 교양서

 

이 책에서는 또한 언제 어디서나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했던 여성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교회의 권위가 절대적이던 중세 시대에 라틴어가 아닌 자국의 언어로, 그리고 가명이나 남자 이름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신학서를 펴낸 마르그리트 포레트는 정신적 자유를 추구한 대가로 화형을 당해야 했다.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인간의 진정한 의미를 묻게 되자, 작가 크리스틴 드피상은 저서 숙녀들의 도시에서 여성이 주도권을 잡은 세상을 그려냈다. 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현실과 정반대인 세상을 창조함으로써 여성의 영혼도 남성의 영혼 못지않게 가치가 크다고 주장했다.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서적의 보급이 수월해지자 여성 논쟁에도 불이 붙었다. 여성도 남성과 같이 존엄한 존재인지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일어나게 된 것이다.

여러 혁명의 시대를 거치는 와중에도 여성들의 제자리 찾기는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루터와 칼뱅만 종교개혁을 이룬 것은 아니었다. 낭비도, 과도한 금욕도 신앙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독자적인 수도원을 세운 아빌라의 테레사가 있었고, 여성에게도 공개적으로 설교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한 마리 당티에르가 있었다. 미국 독립전쟁 때는 영국 차 대신 자유의 차를 만들어 마시며 저항한 여성들이, 프랑스혁명 때는 베르사유궁으로 앞장서 진격한 시장의 여인들이 역사를 이끌며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얻기 위해 싸웠다.

피나는 노력으로 여성이 참정권을 얻게 된 오늘날에도 여성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허물기 위한 다양한 논의들을 다룬다. 더 이상 역사에서 여성이라는 퍼즐 조각을 잃어버리지 않고 온전한 세계사를 만들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함을 저자들은 거듭 당부한다.



 저자 소개 


지은이 케르스틴 뤼커(Kerstin Lücker)

철학, 슬라브학 및 음악학을 공부했다. 종교철학과 세계 종교, 유럽 및 러시아 역사가 그녀의 주요 연구 주제이다. 번역가이자 작가,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이 우테 댄셸(Ute Daenschel)

독일 문학과 역사를 공부했다. 그녀는 젠더, 문화 및 과학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프리랜서 편집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책을 편집했다. 2017년부터는 교사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 장혜경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감정을 읽는 시간,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나무 수업,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등 다수의 문학서와 인문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차례 


시작: 빠진 퍼즐 채우기

 

1 태초에 차별이 있었다

남자는 사냥, 여자는 수다? / 베일이 알려주는 것 / 여왕의 이름을 칼로 도려내다 / 차별의 탄생 / 딸은 길하지 않다 / 유일신은 어떻게 남자가 되었나 / 붓다가 깨닫는 동안 그의 아내는 / 그리스는 남자만 사랑해

 

2 여성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

최초의 세계 정복자 / 로마다운 여자가 돼라 / 열녀전의 시대 / 예수에겐 여제자가 없었을까 / 기독교 왕국의 숨은 공로자들 / 비잔틴제국의 찬란한 황후 / 아시아의 여제들 / 왜곡된 선지자의 뜻

 

3 여자라서 못할 일은 없다

성상을 지켜낸 두 명의 황후 / 키예프 공국의 여대공 / 결혼으로 이룬 왕국 / 여왕께 많은 날을 허락하소서 / 궁정 여인, 소설을 발명하다 / 도시의 삶 / 안나 콤네나가 기록한 십자군 전쟁 / 중세 궁정의 여인들 / 돈이 모이면 분열이 시작된다 / 몽골제국의 여전사 / 그녀들은 왜 화형을 당했나

 

4 남자도 여자도, 다만 인간일 뿐이다

, 크리스틴은 / 오스만제국의 등장 / 인간의 존재를 묻다 / 그리고 새로운 대륙을 유린하다 / 문을 걸어 잠근 제국의 상징 / 교회에 예속되지 않는 삶

 

5 자유와 권리를 찾아서

여왕의 시대 / 바다를 타고 온 변화 / 하렘의 벽을 넘어서 / 나는 여성이다, 고로 존재한다 / 왕과 권리를 나누다 / 이성의 빛은 여자를 비추지 않는다 / 계몽 군주들 / 차를 버리고 독립을 얻다 / 올랭프 드 구주의 여성 권리 선언 / 되돌아간 시간

 

6 누구도 누구를 억압할 수 없다

기계의 발전과 출산의 문제 / 다윈도 마르크스도 깨닫지 못한 것 / 기회를 놓치다 / 노예에게 해방을, 여성에게 해방을

 

7 정해진 길을 가지 않을 권리

제국주의가 시작되다 / 넬리 블라이의 세계일주 / 저항의 몸짓 / 멈추지 않는 약탈과 경쟁 / 여성에게 참정권을!

 

8 평화와 평등을 꿈꾸다

등불을 든 여인 /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 갈등을 불러온 국경선 / 하나의 세계, 두 개의 이념 / 야만의 시대 / 냉전

 

9 그렇게 우리는 역사가 된다

앞으로 가야 할 길

 


 독일 언론 서평 

 

이 책은 중요한 관점을 열어준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세계 어디서나 잊혔던 사실을 밝혀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언제, 어디서든 여자들이 살아 활동했다는 사실이다.

Die Zeit

 

여성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새롭게 불붙은 현실에서, 이러한 작업은 너무나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일이다학교에서 배운 케케묵은 지식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풍성한 선물이 될 것이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어쨌든, 노생거 수도원의 주인공 캐서린 모를랜드는 이 책을 매우 반겼을 것이다.

-타게스슈피겔

 

조연일 때도 많지만 주연일 때도 그 못지않게 많다. 어쨌든 이 책에선 여성이 역할을 맡는다. 시대를 통틀어 언제나 무슨 역할이든, 나름의 역할이 있다.

-S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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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5:23

노래의 언어

유행가에서 길어 올린 우리말의 인문학



책 소개

 

국어학자노래방 책에 빠져들다

한 세기에 걸친 유행가 속에서

우리의 삶과 사랑시대의 단편들을 불러내다

 

국어학자가 방탄소년단에게 상을 주고 싶은 이유?

가사에서 사랑보다 많이 나오는 말이 있다?

김소월의 시가 노래로 많이 불린 이유는?

영어 가사의 100대 60 법칙?

우리는 어느 계절을 가장 많이 노래할까?

 

노래가 우리 삶에서 사라진 적 있을까이 책은 먹고사는 일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지만 먹고사는 일만큼이나 우리 삶 속 깊이 들어와 있는 노래에 주목한다전작 우리 음식의 언어로 삼시세끼 말들을 통해 우리 삶의 자화상을 드러내 보였던 국어학자 한성우가 이번에는 노래의 말들을 탐구해 풀어냈다현대적 의미의 가요가 등장한 192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한 세기가 흐르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노래가 쏟아져 나왔다저자는 노래방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가 즐겨 부른 26,250곡의 유행가를 선별해내고 원고지 75,000매 분량의 노랫말을 언어학적 통계로 분석한다책은 흘러간 옛 유행가에서 오늘날 방탄소년단과 <쇼미더머니>까지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고동시에 그 중심을 관통하는 세대 문화의 특성을 발견해내기도 한다일상의 언어보다는 정제되고문학의 언어라기에는 속되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독특한 성격의 언어인 노랫말을 통해 사랑과 이별뿐만 아니라 우리 삶과 세상의 여러 문제들을 또 다른 시선으로 살펴본다.

노랫말은 죽어 있는 단어와 문장의 조합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체와 같은 것이다노래로 불리기 위해 다듬어진 말이고부르고 듣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 것이 노랫말이다.”

 

최초의 가요 <희망가>에서 BTS까지

노래가 사랑한 말들우리가 기억하는 말들

 

국어학자가 방탄소년단에게 상을 주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방언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연구자인 저자는 노래 속의 사투리도 놓치지 않는다과거에는 몇몇 곡에서만 띄엄띄엄 들을 수 있던 사투리가 최근 자주 등장하는 현상에 주목하고방탄소년단이 발표한 2013년 노래인 <팔도강산>의 가사를 분석하며 그들의 언어학적 통찰과 사회 감수성에 감탄하기도 한다그러나 우리가 감탄하게 되는 지점은 노랫말과 우리의 언어를 대하는 저자의 시각이다저자는 사투리가 지역에 따른 방언만이 아니라 계층연령성별 등에 따른 사회 방언을 포함한다는 것을 일깨우면서노랫말의 표준어는 무엇일까 넌지시 묻는다그에 따르면 노랫말의 표준은 젊은 세대의 말이다지금의 나이가 든 세대가 사랑하는 노래도 결국은 자신의 젊은(어린시절 노래다. TV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이나 <슈가맨>이 인기를 얻는 지점도 그때 그 시절을 소환하고 응답하게 하는 데 있지 않을까그 노래가 세월이 흘러 흘러간 노래가 되고 노랫말이 시간 방언이 되더라도 당대에는 최신의 곡이었고 최신의 말을 담아낸 것이다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놓치면 노래와 노랫말의 차이를 세대 간의 갈등으로 보게 된다고 꼬집으며 말과 노래는 늘 변하기 마련이고 그 변화는 젊은 세대가 주도한다는 것을 다시금 주지하게 한다.

이러한 논지는 책 곳곳에서 노랫말과 통계로 증명된다. 1938년에 발표된 재즈풍 노래 <청춘 계급>을 비롯해 1930~40년대의 영어투성이 노래(10), <샌프란시스코> <아메리카 차이나타운> <홍콩 아가씨같은 1950년대에 대거 쏟아진 외국 지명이 등장하는 노래(18), 이 노래들 모두 당시 젊은 세대의 최신 말을 가사로 쓰며 해방 전후와 한국전쟁 이후의 시대상을 담아낸 것이다시대의 흐름에 따라노래 속에서 연정의 대상이었던 선생님의 자리는 오빠가 대신하고(15, 13) ‘은 이별의 장소에서 만남의 장소로 변모한다(18). 하지만 찻집에서 마시던 소위 다방 커피가 아메리카노로 변하는 동안에도 은 시대를 관통해 인생의 슬픔과 즐거움을 담아내는 한 잔으로 한결같이 우리 곁을 지키기도 한다(19).

 

가사에서 사랑보다 많이 나오는 말이 있다? 노래가 사랑타령이라는 데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노랫말에서도 사랑을 이길 다른 단어는 없어 보인다하지만 책은 사랑을 압도하는 두 단어를 제시한다바로 와 저자는 이를 통해 노래에 대한 정의를 다시금 내린다노래는 “1인칭이 2인칭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 다르게 표현하면 나와 너의 이야기물론 그것이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그렇다면 우리의 노래가 애초부터 사랑타령이었을까아니라면 언제부터 사랑타령으로 바뀌었을까? ‘사랑은 어떤 말들과 함께 나타날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쓰는 명사 중 104위를 차지하는 사랑은 (인칭대명사를 제외하고노래의 제목과 가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다(12).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의 노래가 사랑타령은 아니었다가요에서 최초로 사랑이 등장한 노래는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고 읊은 윤심덕의 <사의 찬미>(1926)일 것이다. ‘사랑이 쓰인 노래를 시대별로 분석해보면 50년대까지는 전체 노래에서 고작 2.19퍼센트에 그친다그러다 2000년 이후에 11.03퍼센트까지 오른다여기에 러브와 ‘love’까지 포함하면 무려 65.22퍼센트이다저자의 관심은 시대만이 아니라 작사가에까지 미친다자신이 만든 전체 곡에서 사랑’ 노래의 비중이 가장 큰 작사자가 ‘SG워너비라는 사실을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사랑 앞뒤로 나타나는 단어들을 50위까지 뽑아보기도 하고제목에서 사랑을 꾸미는 말들만 모아보기도 한다노랫말에서는 눈물이별이 가득하고 아프다못하다떠나다가 사랑 뒤에 붙는다제목에서는 ‘XX 없는 사랑과 슬픈 사랑만이 사랑인 양 보인다그럼에도 사랑노래는 그 기세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심지어 우정과 친구를 말하면서도, ‘계절을 말하면서도, ‘사랑을 노래하고 있으니 말이다(14, 16).

사랑을 쓰지 않은 노래들은 어떨까사랑만큼이나 유별난 세월을 노래하기도 하고(17), 부조리한 현실을 그리며 시대정신을 노래하기도 한다(5). 이처럼 노래는 사랑을 쓰든 쓰지 않든 모두 우리의 삶과 시대를 선율과 리듬 속에 담아내 우리의 가슴과 귀로 파고들어왔다.

 

왜 노래방 책이었을까?

국어학자가 뽑아낸 100년간의 유행가 26,000여 곡의 사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노래는 2017년 12월 1일 기준으로 604,029곡이었다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노래는 26,250곡이다이렇게 분석 대상이 추려진 데에는 특별한 기준이 있다수없이 많은 노래가 있지만 박제된 말이 아닌 삶 속에 살아 있는 말을 살피려면 누구나 즐기고 부르며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노래를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 저자는음악저작권협회나 음원 서비스 업체가 아닌 노래방 업체에 주목한다노래방에는 “‘모든’ 노래가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노래가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손님이 찾지 않을 곡은 제공할 이유가 없으니 노래방 업체의 기준은 철저히 손님이 된다. “연령성별취향 등 모든 것을 고려해 손님이 한 번쯤은 찾을 만한 노래를 가능한 많이 모아놓은 것이 바로 이 노래방 책이다그야말로 우리 모두가 즐겨 부르는 의미 있는 노래’ 즉 유행가가 대상이다이보다 더 좋은 선별 기준이 있을까?

노래방 업체의 목록에서 빠진 비교적 오래된 노래들은 <한국가요전집>(5)을 참고해 보충했다이렇게 1923년에 유성기 음반으로 발매되어 최초의 가요로 꼽히는 <희망가>부터 방탄소년단까지 26,000여 곡으로 선별된 노래의 제목과 가사를 빠짐없이 모두 훑었다제목만 해도 원고지 2,600가사는 75,000매 분량이다이뿐 아니라 노래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를 비교하기 위해 1,400만 어절로 된 일상 언어 말뭉치 데이터를 함께 활용했다국내서로는 최초로 계량언어학을 적용한 인문대중서를 선보이는 셈이다저자는 풍부한 언어 자료와 탁월한 언어 분석으로 노래를 위한 말’ 속에 담긴 우리네 삶을 맛깔나고 흥겹게 엮어냈다교과서에는 없는보통 사람들의 삶과 세상이 담긴 노랫말의 인문학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한성우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가톨릭대학교서울대학교를 거쳐 현재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있다주로 말소리와 방언에 대해 연구한다문화방송 우리말위원회의 전문위원을 지냈고국어학자로서 우리 음식의 말들과 이야기를 엮은 우리 음식의 언어와 방언 기행을 통해 사투리의 행간에 담긴 삶의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준 방언정담을 썼다그 밖에 지은 책으로 방언이 땅의 모든 말경계를 넘는 글쓰기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이공계 글쓰기》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시작하며 노래를 찾아가는 길

 

1부 노래

1 ‘노래를 부르는 말들

노래가 된 시시가 된 노래

노래도 번역이 될까

후렴의 반란

금지된 노랫말

 

2부 말

6 ‘가 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노래가 여운을 남길 때

노랫말 속의 사투리

노랫말이 부리는 마술

10 물 건너온 말들

 

3부 사람

11 노랫말 속 주연과 조연

12 사랑타령또 사랑타령

13 노래 속 가족그리고 오빠

14 우정그 씁쓸함에 대하여

15 노래가 사랑한 직업노래로 불리는 이름

 

4부 삶

16 봄 여름 가을 겨울

17 노래가 그리는 시간

18 노래가 가 닿는 곳

19 먹고사는 일에서 한 발짝 떨어져

20 하늘과 바람과 별과 노래

 

부록 순위로 보는 노랫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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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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