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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9 16:33

말이 칼이 될 때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홍성수 지음


 

책 소개

 

“혐오할 자유는 없다”

한국 사회 대표적 진보 법학자 홍성수

혐오 시대, 공존을 위한 시민의 교양을 이야기하다

 

《말이 칼이 될 때》는 법학자 홍성수 교수가 혐오사회를 조망하고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혐오의 문화를 변화시킬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다.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연구하고, 젊은 감각으로 한국 사회의 이슈를 다뤄온 저자는 혐오와 차별의 현실에 무감각한, 그래서 별다른 대책조차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혐오표현이 우리 사회의 ‘공존의 조건’을 파괴하고 또한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곧 혐오표현의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할 길을 찾는 건 ‘공존의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과 표현의 자유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남아 있을까?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혐오’라는 문제적 현상을 인식하고,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의 아슬아슬한 긴장 속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어떠한 개인적, 사회적 노력을 시도할 수 있는지, 차별금지법부터 대항표현까지 혐오 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또한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남이 하면 혐오표현, 내가 하면 농담”

그 많은 혐오표현은 누가 다 했을까?

 

‘맘충’, ‘노키즈존’, ‘여혐’, ‘김치녀’... 언젠가부터 우리 일상 속 공기처럼 떠돌고 있는 혐오표현. 특정 집단 또는 개인에 대한 모욕적 표현이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말들이 사회 전 영역으로 넓고 깊게 퍼지고 있다. 피해 당사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고 사회의 공존은 뿌리부터 파괴되는 중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 94.6%, 여성 83.7%, 장애인 83.2%, 이주민 41.1%가 온라인 혐오표현으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증언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혐오표현을 들은 적은 많지만 한 적은 없다”라고 대답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보이지 않는 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남이 하면 혐오표현, 내가 하면 농담”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혐오표현은 누가 다 했을까? 이를 위해선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혐오표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말이 칼이 될 때》는 진보적 법학자 홍성수 교수가 바로 이러한 혐오의 시대를 조망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다. 법과 인권, 표현의 자유에 관한 쟁점들을 연구하고 한국 사회의 첨예한 이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해 온 홍성수 교수는 혐오표현이 단순히 싫다는 감정이나 일시적이고 사적인 느낌, 우발적인 사건이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혐오표현은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이 감정 차원을 넘어 현실 세계로 드러난 ‘문제’이며, 사회적·법적으로 섬세하고 엄격하게 다뤄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혐오라는 감정의 정체부터 혐오표현과 증오범죄까지, 우리 모두에게 위협이 되고 공존을 파괴하는 혐오의 문제에 정면으로 다가간다.

 

“말이 칼이 되고 폭력이 되고 영혼을 죽일 때”

혐오표현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국내 최초의 단행본

 

“혐오표현 연구는 연구자이자 시민으로서 배움과 깨달음의 과정이었다. 혐오표현 문헌은 대부분 훑어봤지만, 혐오표현의 문제를 마음 깊이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현장이었다. 공청회, 토론회, 집회 현장에서 소수자들과 함께 혐오표현을 얻어맞으면서 혐오표현이라는 말이 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나갈 수 있었다.”

혐오표현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국내 최초의 단행본인 이 책에서 홍성수 교수는 혐오표현이 칼이 되고 폭력이 되고 영혼을 죽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저자 스스로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현장에 뛰어들어 소수자들과 함께 혐오표현을 얻어맞으면서, 말이 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게 된 성찰의 과정을 겪었기에 가능한, 솔직하고 뜨거운 고백이 담겨있다.

홍성수 교수는 이야기한다. 우리 대다수가 혐오표현이라는 문제를 가볍게, 혹은 남의 일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그만큼 우리는 차별과 편견에 무감각하고 무신경하다고. 그리고 말한다. 문제를 문제라고 여기지 않을 때 그 문제는 시야에 잡히지 않는다고. 곧, 혐오표현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문제 삼아야 할 주제이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거듭해서 질문하고 고민하며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혐오표현의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할 길을 찾는 것은 ‘공존의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말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혐오표현에 대한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이해다. 지금껏 페미니즘, 인권, 공존의 관점에서 혐오표현의 문제를 부분적으로 접근한 책들이 많았지만, 한국 사회의 혐오와 혐오표현 문제를 깊이 있게, 또한 정면으로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책이 없었다. 지금 한국 사회가 ‘혐오의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우리에게도 혐오표현을 충분히 이해하고 혐오표현 문제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성수 교수가 쓴 《말이 칼이 될 때》는 일반인은 물론 앞으로 사회를 만들어갈 청소년 독자들이 혐오표현의 의미부터 원인, 해결책까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교양서라 부를 만하다. 독자는 홍성수 교수의 안내에 따라 ‘혐오표현’의 문제를 뿌리부터 인식하고 혐오표현의 해악과 위험성, 그리고 우리 사회와 구성원들이 행동해야 할 정책적, 사회적 방향을 고민해보고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라도 시작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혐오표현의 의미부터 해결방안까지 총망라하다

 

《말이 칼이 될 때》에서 홍성수 교수는 혼란스럽게 쓰이는 혐오, 혐오표현, 혐오발언 등의 용어를 혐오표현으로 정리하고, 그 정의를 '소수자집단에 대한 혐오에 근거해 소수자와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이라 말한다. 여기서 사회적 소수자 집단은 성별(여성), 인종(흑인·동남아시아), 성적 지향(성소수자), 지역 출신(전라도), 종교(무슬림), 장애 등으로 구분된다. 저자에게 혐오표현이란 단순히 '기분 나쁜 말', ‘듣기 싫은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데 실질적인 위협과 불안을 가져오는 말이다.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국가건 사회건 작금의 현실을 충분히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따라서 유의미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다. 어디서부터 희망의 대안을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최소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어떤 것이라도 시작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홍성수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한다. 혐오표현이 만연한 현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유의미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다. 어떤 것이라도 시작해야겠다는 절박한 상황이 그를 이 책을 쓰도록 이끌었고, 그래서 책에는 혐오표현의 A부터 Z까지, 곧 혐오표현의 의미부터 해결방안까지가 총망라 되어있다. 단순 나열이 아니라 우리가 최근까지 경험한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제시되어 이해를 돕는다.

 

맘충과 노키즈존에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까지

지금 여기, 가장 뜨거운 한국의 혐오 논쟁들을 만난다

 

이 책《말이 칼이 될 때》는 혐오표현의 개념과 이론을 넘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혐오표현의 뜨거운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책 속의 별면으로 구성된 5개의 <‘지금, 여기’ 한국의 혐오 논쟁>은 우리 사회 가장 첨예한 논쟁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맘충과 노키즈존의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청년경찰>과 <범죄도시> 등 중국 동포나 조선족을 다룬 한국 영화는 왜 꾸준히 혐오논란을 불러일으키는지,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은 여성혐오범죄인지, 우발적인 살인인지. 퀴어문화축제와 반동성애운동의 장외 대립에서 우리가 읽어낼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혐오에 맞선 혐오라고 읽힐 수 있는 메갈리아의 활동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독자는 이 첨예한 논의의 쟁점들을 인권과 공존의 관점에서 명확히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다.

또한 더불어 독자들은 저자의 안내를 따라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혐오표현을 유형화해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혐오의 피라미드’와 같은 개념을 통해 혐오표현이 증오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도 인식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혐오표현에 어떻게 맞서고 있는지. 혐오표현을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법인지, 의식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시민은 무엇을 해야하고 정치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조효제(성공회대학교 교수)

혐오표현은 복잡한 문제다. 그냥 두자니 해가 너무 크고, 무턱대고 막자니 자칫 장독을 깰 수도 있다. 혐오표현은 진보와 보수라는 단순 이분법도 넘어선다. 인권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이론적, 실천적 고민을 해온 저자가 이 딜레마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단숨에 읽히는 흡인력과 무릎을 치게 하는 통찰이 번득인다. 혐오표현을 없애자는 건 더불어 사는 공존의 사회를 만들자는 호소가 아니던가. 혐오표현이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른 한국 사회에 던지는 저자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절박하고 소중하다.

 

박주민(국회의원)

혐오가 만연한 사회.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혐오가 뿌리내렸다. 공감은 사라지고 적대감만 남았다. 구분 짓기를 통해 소수자를 규정하며, 약자를 향한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혐오당하지 않기 위해 혐오를 멈추지 않는 꼴이다. 혐오는 말이나 글의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차별, 나아가 증오범죄로 번진다. 말이 칼이 되는 사회다. 이 책은 혐오표현에 대항해야 혐오의 피라미드를 끊어낼 수 있다고 일갈한다. 표현의 자유로 곡해한 혐오표현을 바로잡아야 한다. 부디 혐오표현을 코너로 몰겠다는 저자의 반격 작전이 성공하길 바란다.

 

저자 소개

홍성수

2009년부터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법철학과 법사회학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 법대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법사회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스페인 국제법사회학연구소, 옥스퍼드 사회-법연구소, 런던대 인권컨소시엄 등에서 연구했다. 그동안 표현의 자유, 국가인권기구, 법과 규제, 기업과 인권, 학생인권, 여성 인권, 혐오표현 등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왔으며, 법과 인권에 관련한 한국 사회의 첨예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발언해온 소장 학자다.

2012년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정책 제안 보고서>의 혐오표현 파트 집필에 참여하면서 혐오표현과 공식적인 인연을 맺게 되었다. 혐오표현 연구는 연구자이자 시민으로서 배움과 깨달음의 과정이었다. 한국어나 영어로 된 혐오표현 문헌은 대부분 훑어봤지만, 혐오표현의 문제를 마음 깊이 인식할 있었던 것은 혐오표현이 난무 하는 현장이었다. 공청회, 토론회, 집회 현장에서 소수자들과 함께 혐오표현을 얻어맞으면서 혐오표현이라는 말이 칼이 될 수 있다 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나갈 수 있었다. 2013년 일베가 등장하고,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벌어지면서 도래한 ‘혐오의 시대’ 속에서 매년 수십 차례 혐오표현 특강에 나서고 있다. 2016년 국가 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의 연구책임 자를 맡아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고, 2017년에는 혐오표현에 관한 월드론의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를 번역했다.

 

차례

책머리에

프롤로그

 

1장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여자를 좋아하는데 왜 여성혐오죠?”

2장 혐오표현과 한국 사회

“남혐과 개독도 혐오표현인가요?”

* ‘지금, 여기’ 한국의 혐오 논쟁 1 _ 맘충과 노키즈존

3장 혐오표현의 유형

“흑인 두 명이 우리 기숙사에 있는데…”

4장 혐오표현의 해악

“니네 나라로 가!”

* ‘지금, 여기’ 한국의 혐오 논쟁 2 _ 영화 <청년경찰>은 혐오를 조장했는가?

5장 혐오표현과 증오범죄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 ‘지금, 여기’ 한국의 혐오 논쟁 3 _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은 여성혐오범죄인가?

6장 혐오표현과 역사부정죄

“일본 식민지?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7장 혐오표현과 싸우는 세계

“조선학교를 부숴라!”

* ‘지금, 여기’ 한국의 혐오 논쟁 4 _ 퀴어문화축제와 반동성애운동

8장 혐오할 자유가 보장된 나라, 미국?

“더 적은 표현이 아니라 더 많은 표현이 최고의 복수다”

9장 혐오표현, 금지와 허용의 이분법을 넘어서

“진정한 자유와 실질적 평등을 지향한다”

10장 ‘혐오표현 범죄화’의 명암

“합법이라는데 뭐가 문제냐”

11장 혐오표현 해결, 하나의 방법은 없다

“차별시정기구라는 컨트롤 타워”

12장 혐오표현 규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

13장 혐오표현, 정치의 역할

“동성애에 반대합니까?” “그럼요”

* ‘지금, 여기’ 한국의 혐오 논쟁 5 _ 혐오에 맞선 혐오? - 메갈리아

14장 혐오표현, 대항표현으로 맞서라

“관악에 오신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신입생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에필로그

부록1 이 책의 바탕이 된 저자의 원고들

부록2 혐오표현 관련 문헌 소개

주석

 

책 속으로

나는 동성애에 반대한다거나 비판적이라는 ‘의견’ 정도는 굳이 제한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 생각이 무엇이 문제인지 차분하게 설명해준 고마운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 덕분에 ‘말’이 차별의 현실과 만날 때 어떤 폭발력을 갖는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성소수자 당사자인 친구가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야 혐오에 맞서 싸우는 당당한 인권운동가지만, 그런 그도 뒤로 돌아서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곤 했다.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정당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눈물의 의미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다. (책머리에)

된장녀가 왜 혐오표현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왜 된장녀‘도’ 혐오표현일 수 있는지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운동이 된다. 된장녀 신상털기와 데이트 폭력, 성폭력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 제기다. 다양한 수위의 차별, 적대, 배제, 폭력의 말들을 ‘혐오표현’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내 이 문제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1장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혐오표현에는 “동남아시아 출신들은 게으르다”, “조선족들은 칼을 가지고 다니다가 시비가 붙으면 휘두르는 게 일상화되어 있다” 등과 같이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말들이 있고, 여성은 “조신해야 한다”, “나서지 마라”, “집에서 애나 봐라”와 같이 소수자를 일정한 틀에 가둬놓고 한계를 지우는 유형도 있다. 이러한 말들이 별다른 제지 없이 발화된다면 어느 순간 사실로 굳어지게 된다. 허위가 사실로 둔갑하여 또 다른 차별을 낳게 된다. (2장 혐오표현과 한국 사회)

 

한국 사회가 과연 아이와 아이 엄마를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그런 사회가 아니라면 맘충이라는 말의 사회적 해악은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맘충처럼 아이와 엄마를 혐오하는 말들이 널리 사용되면서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적’당할까 두렵고 자기도 모르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어 위축된다고 말한다. (‘지금, 여기’ 한국의 혐오 논쟁 1 _ 맘충과 노키즈존)

 

혐오표현이란 그런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 그건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이것이 과연 실체가 없는 고통일까? 개인의 특수한 고통일 뿐일까? 그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과연 존엄하고 평등한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4장 혐오표현의 해악)

 

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한 <청년경찰>이 문제가 되었지만 실은 그동안 누적되어온 불만이 <청년경찰>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중국 동포들이 분노하고 항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차별받아온 역사를 가진 소수자로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영화를 보고도 그냥 참고만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는 영화로만 봐달라”는 요청이 통할 리 없다. (‘지금, 여기’ 한국의 혐오 논쟁 2 _ 영화 <청년경찰>은 혐오를 조장했는가?)

 

사회의 혐오와 차별은 쉽게 확산되고 공고해진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타고 더욱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더욱이 요즘처럼 사회 불만이 증폭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현실에서 차별과 혐오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차별과 혐오가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게 이미 십수 년 전에 우리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던 나라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5장 혐오표현과 증오범죄)

 

강남역 사건은 ‘진공상태’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여성혐오와 여성폭력이 만연한 사회 현실에서 발생한 하나의 비극적 ‘결과’다. 혐오와 차별이 있는 곳에서는 혐오표현이 발화되기 마련이고, 혐오범죄의 위험도 항상 도사리고 있다. 성소수자 혐오가 만연한 곳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이, 이주자 차별과 적대가 있는 곳에서는 이주자에 대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혐오, 차별, 혐오표현, 혐오범죄는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지금, 여기’ 한국의 혐오 논쟁 3 _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은 여성혐오범죄인가?)

 

혐오표현이 금지되면 사회의 담론이 합법 표현과 불법 표현으로 이분화되어 그동안 도덕·비도덕, 사회적·반사회적 등 다양한 가치판단에 의해 논의되던 것들이 합법·불법이라는 논점으로 급격하게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이전에는 반사회적이라고 비판받던 것들이 ‘합법이라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엉뚱한 정당화 기제를 갖게 될 수도 있다. 형법의 판단은 일도양단一刀兩斷이다. 유죄 아니면 무죄다. (10장 ‘혐오표현 범죄화’의 명암)

 

2017년 대선 토론회의 한 장면이다. “동성애에 반대합니까?” “그럼요.” 운동을 하며 건성건성 토론회를 듣다가 하마터면 아령을 바닥 에 떨어뜨릴 뻔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방송’에서 ‘대선 후보’들이 어떻게 이런 문답을 주고받는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성소수자 문제에 다소 유연하고 점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기대까지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소수자가 우리 사회의 평등한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점을 의심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선거’는 변명이 될 수 없다. (13장 혐오표현, 정치의 역할)

 

메갈리아의 미러링에 대해 일부 남성들은 심한 거부감을 표출했다. ‘여성혐오도 나쁘고 남성혐오도 나쁘다’는 식의 양비론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미러링의 취지를 오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러링은 뒤집어서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로 혐오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또한 그 사회적 효과를 보면, 여성혐오와 남성혐오가 똑같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여성혐오적 말이 여성차별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러링 차원에서 발화되는 남성혐오적 말이 남성차별을 확대 재생산한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 여기’ 한국의 혐오 논쟁 5- 혐오에 맞선 혐오? - 메갈리아)

 

도서정보

교보문고: goo.gl/RCf4me

예스24: goo.gl/gEffj3

알라딘: goo.gl/GZXvy5

인터파크: goo.gl/JNz9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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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9 16:04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장수연 에세이



“세상이 요구하는 모성애는 제게 없습니다.”

엄마, 아내, 며느리, 직장인, 여자…

83년생 라디오PD 장수연, 나를 지켜낸 시간에 대하여

 

처음부터 엄마였던 사람은 없다. 서투르고, 실수를 반복하고, 거듭 폐를 끼치고... 때로는 후회하고 자책하고...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쩌면 너무 당연한 과정이다. 엄마는 처음이니까.

너무 잘 아는데 그러다가도 간혹 대상모를, 해답 없는 원망과 화가 울컥 치민다. 모든 일들을 자기 탓으로 돌리기엔 세상이 엄마에게, 아내에게, 며느리에게, 워킹맘에게 그리고 여자에게 친절하지 않다고, 편견과 무지의 벽이 높고 견고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당장에 세상을 바꿀 힘은 나에게 없다. 다만 쉼 없이 변화와 어려움을 겪어내고 매순간 준비하고 태도를 다잡을 뿐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종종 쓰고 이야기하면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

그렇게 시작된 책, MBC 라디오 피디 장수연의 에세이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책은 성공과 인정에 목말라 이따금 두려워도 항상 앞만 보고 나아갔던 장수연이라는 인간이 아이를 낳고 아이와 함께 성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다가 상처도, 실망도 수없이 겪어온 그녀가 가족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서 역설적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세상과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과정을 담았다. 엄마, 아내, 며느리, 워킹맘. 83년생 여자가 2017년 현재, 자기자신을 지켜낸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하는 듯한 느낌을, 도리 없이 죄송한 입장에 서야하는

대한민국의 엄마, 여자의 현실을 쓰다

 

“집이 아닌 카페 화장실에서,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 있는 사람 많은 커피숍에서 임신 테스트를 해보는 여자의 심정, 아마 모르긴 몰라도 아이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은 아니었을 겁니다. 불안하고 초조해서 급하게 테스트해봤을 가능성이 크지요. 저도 그랬으니까요.”(프롤로그 중에서)

 

육아휴직 후 카페 화장실에서 발견한 임신테스트기. 급하게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했던 그 누군가에게 슬며시 말을 거는 마음으로 장수연은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책에서 내미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불안함과 초조함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시간을 견뎌내고 버텨내면서, 남편과 아이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은 과정을 공감의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지금 겪고 있는 많은 일들이 “네 탓이 아냐”라는 인생 선배의 조언, ‘엄마와 나는 함께 성장하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듯한 두 딸의 말과 행동들, 힘들 때마다 마음 담긴 편지로 더없는 사랑을 고백해준 남편의 목소리에 장수연은 생각한다. 나도 바뀌어야 하고 성숙해야 하지만, 아이와 남편과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스텝을 맞추며 동시에 사회의 시선과 기준을 바꾸어보자고.

그래서 장수연은 썼다. 이따금 결혼하지 않은 인생을 상상하다가도 아이 때문에 뜨거워질 때, 내가 (아이와 함께)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할 때,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라는 말이 공감될 때,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이야기가 비로소 내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하는 듯한 느낌을, 도리 없이 죄송한 입장에 서야하는 대한민국의 엄마, 여자의 현실을.

그리고 세상에 정해준 모성애의 기준보다 자신과 자신을 사랑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아이들,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 모성애와 엄마, 여성의 기준을 만들어갔다. 독자는 아이를 낳고 달라진 것, 아이를 낳아서 달리 보게 된 것, 아이가 나를 변화시킨 것, 천천히 스미는 ‘모성애’의 감정들, 그리고 일하는 여자의 고민과 성장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미래가 궁금한 얼굴을 갖고 있었던 20대 여성이

비로소 어른으로 홀로서기에 돌입하기까지

 

“이 시대에 엄마로 산다는 것은 여전히 외롭다. 엄마의 목소리는 엄마다운 목소리만 인정받는다. 그래서 난 그의 글이 좋다. 솔직하고, 날 것이지만, 이 시대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말에는 고개를 돌리고 강요된 모성애는 거부하지만 여전히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다.”(서천석 추천사 중에서)

 

미래가 궁금한 얼굴을 갖고 있었던 20대 여성이 출산과 육아와 육아휴직과 복직을 경험하며 만난 수많은 세상의 난관들, 장벽들, 편견들,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빛 같은 것들. 수유실에서 카페에서 방송국에서 유치원에서 동네 구멍가게에서. 장수연은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한 순간들을 극복하고 내가 아이를 내 소유물처럼 다루기만 했던 시간을 곱씹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아이와 가족 그리고 일에 관한 애정과 열의를 포기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지켜가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장수연은 아이를 알게 된 날(1장 너의 이름은)부터 내일을 위한 시간(2장 우리 함께 있는 동안에)을 함께 살아내고 불현 듯 가족은 언제나 타인이며 자기 몫의 인생이 있다는 걸 알아간다(3장 언제나 타인). 그런 시간을 겪으며 언젠가 두 딸과 이별하는 시간이 오리라는 걸 예감하기도, 남편과 남편을 키운 분에 대해 곱씹게 되기도 하고, “세상엔 내가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라는 말을 되뇌며 더 큰 어른으로 성장해나간다(4장 귀를 기울이며)

책에는 많은 것을 포기하기보다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시작하려고 하는 여자, 사람의 뜨겁고 값진 시간이 담겼다. 그렇게 그녀는 한 뼘 성장하고, 이렇게 그녀는 어른으로서 홀로서기에 돌입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독자는 자기와 닮은, 어리고 좁았던 장수연이라는 한 사람의 시야가 나, 가족, 나아가 사회와 직장으로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겪고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 결혼한다는 것, 워킹맘으로 살아간다는 것,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진득하게 느끼게 된다.

 

 

 

★ 추천사

 

이동진- 영화평론가

어떤 글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끈질기고, 어떤 글은 간명하면서 힘차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모든 글에는 또렷한 공통점이 있다. 정직한 문장들이 주는 신뢰 속에서 나는 내내 고개를 끄덕인다.

좋은 이야기는 친밀감을 경험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작고, 연대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크다. 여기엔 이상주의자인 여자가 현실주의자인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두 딸을 키우며 겪는 시시콜콜한 일화들이 다정하게 담겨 있다.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한 여성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겪었던 부조리와 난관에 대한 명확한 문제의식이 굵직하게 새겨져 있다.

차를 마시며 천천히 이 책을 읽다 보니, 늦은 오후 햇살이 투명하게 비치는 작은 카페 유리창 옆자리에 앉아 조곤조곤 전해오는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몸이 점점 따뜻해진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시간은 놀랍게도 빠르게 간다. 장수연 PD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아이가 없었다. 아이가 없을 뿐 아니라 아이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 둘을 키우고, 그들의 엄마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요즘 엄마다.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고, 자기 욕망을 존중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이를 참 많이 사랑한다. 그는 엄마고, 여성이고, 장수연이다. 이 시대에 엄마로 산다는 것은 여전히 외롭다. 엄마의 목소리는 엄마다운 목소리만 인정받는다. 그래서 난 그의 글이 좋다. 솔직하고, 날 것이지만, 이 시대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말에는 고개를 돌리고 강요된 모성애는 거부하지만 여전히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다. 나는 더 많은 엄마들이 자신감을 갖기를 바란다. 엄마는 이래야 하는 것은 없다. 당신이 바로 엄마다. 소중한 엄마다.

 

★ 저자소개

 

장수연

내 SNS 계정의 ‘자기소개’는 이렇다. “MBC 라디오PD. 딸 둘 엄마, 권태형 연인. 페미니스트. 취미는 음주와 독서, 장래 희망은 작가.” 이 책은 저런 말로 나를 소개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도 가끔 놀란다. 내가 저런 사람이라는 게. MBC 라디오PD가 되었다는 사실이, 결혼을 해서 어떤 남자와 한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저 예쁜 두 여자아이가 나를 ‘엄마’라 부른다는 사실이. 하지만 그토록 낯설고 어색하던 것들이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 어떻게 여기에 익숙해질 수가 있을까, 가끔은 스스로가 황당할 지경이다. (세상에, 내가 엄마라니… 오마이갓!) ‘취미는 음주와 독서’이던 스물 몇 살의 대학생이 라디오PD, 페미니스트, 장래희망 ― 작가, 아내,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라는 프로필을 갖게 되었다. 나는 대체 무슨 짓을 해온걸까.

2008년 MBC에 입사해 〈손석희의 시선집중〉,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여성시대, 양희은 강석우입니다〉 등을 조연출하고 〈이동진의 문화야 놀자〉, 〈세상을 여는 아침 강다솜입니다〉, 〈써니의FM 데이트〉, 〈미쓰라의 야간개장〉 등을 연출했다.


★ 책 속에서

 

‘아이를 지울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워커홀릭 여자가 둘째를 갖고 일을 잠시 접을 정도로 변하는 데까지 불과 4년여가 걸렸습니다. 이 책은 그 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다지 교훈적이거나 정보가 있는 책은 아닐 겁니다. 그런 게 없는 책이길 바랐습니다. 공중 화장실에서 급하게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했던 누군가에게 슬며시 말을 거는 마음으로 썼으니까요.

_ 프롤로그- 태풍이 지나가고 (12쪽)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을 잠깐 놓기로 했다. 내 정체성 중 가장 큰 부분, 카를 융 식으로 표현하면 내가 가장 무겁게 붙잡아왔던 페르소나를 벗어보기로 했다. 아이가 아니라 실은 나 때문에 육아휴직을 결정한 셈이다.

_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64쪽)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될 기회인 것 같다. 우리가 자동적으로 훌륭해진다는 게 아니라 그럴 기회를 얻는다는 뜻이다. 절대적으로 강자인 내가 철저히 약자인 누군가에게 가슴 깊이 우러나는 존중감으로 최선의 배려를 하는 것, 자식이 아니면 내가 누구를 상대로 이런 사랑을 해보겠는가. 화낼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것, 힘으로 누를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것,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 딸을 통해 더 나은 인격을 조금이나마 경험해봤으니,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성숙한 인간이기를, 그리하여 조금 더 괜찮은 사람, 조금 더 괜찮은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_ 너를 통해,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77쪽)

 

시어머님께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려면 시어머님과 가족이 되겠다는 결심이 동반돼야 한다. 사실 요즘 세상에 시어머님과 며느리, 쿨하려면 얼마든지 쿨한 관계로 지낼 수 있다. 용돈 잘 보내드리고, 때 되면 덕담 주고받으면서, 서로 크게 간섭하지 않고 예의 바르게. 그런데 ‘육아’라는 과업을 함께 수행하면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자기주장이 강한 예순 살 여자와 되바라진 서른 살 여자가 만나 가족이 되는 건 스물 몇 살의 또래 남녀가 만나 가족이 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나는 그걸 몰랐다.

_ 내 남편을 키운 분에 대하여(106쪽)

 

결국 나는 이 아이와의 이별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도 생각해보았다. 지금은 아이가 내 등을 보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아이의 등을 보는 날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곧 책가방을 메고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배웅할 것이고, 스물 언저리에는 혼자 살겠다고 짐을 싸서 떠나는 아이를 보내야 할 것이고, 언젠가는 제 남자와 손잡고 버진로드를 걷는 모습을 뒤에서 봐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의 이별은 그 많은 헤어짐의 서막일 뿐이라고, 그렇게도 생각해보았다.

_ 자기 몫의 인생(116쪽)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여러 가지 뜻이 있을 테지만 양육의 과정에서 이렇게 스스로를 알아간다는 의미도 있을 듯하다. 사춘기를 지나면 성인이 되는 것처럼 이 시기를 지나며 다시 어른이 된다는 의미는 아닐까.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겪는 이런저런 일들을 이야기할 때 그 까맣고 깨끗한 눈빛으로 ‘너는 어떤 사람인가’ 묻는 경우가 많다날 때리는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물음은 이제 생각하니, 내가 그 어떤 면접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무서운 함정 질문이었다.

_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 ’는 말에 대하여(163-164쪽)

 

없던 제도가 생긴 건 물론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게 여성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읽힌다. 사실 우리나라에 아이를 키우는 남성 근로자를 위한 제도는 거의 전무하다. 심지어 출산 휴가 일수도 ‘5일의 범위에서 최소 3일 이상’이라고만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회사 분위기, 뻔하지 않은가. 법에 ‘최소 3일’이라고 돼 있다는 건 길게 줘야 3일이란 뜻이다. 내 남편도 하율이와 하린이를 낳을 때 각각 3일씩 쉬었다.

_ 아빠에게 육아를 허하라(185쪽)

 

배제보다 배려에 익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우선은 내가 관용적인 인간이 되는 것 아닐까. 내가 배려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수록, 약자를 대하는 내 태도가 성숙해질수록,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갈수록 나와 내 자식도 더 배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이게 노키즈존 앞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이다.

_ 거절당하는 느낌- 노키즈존 단상(216쪽)

 

사회 곳곳에서 파워를 점유하는 건 대부분 중년 남성들이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또는 조만간 갖게 될 사람들, 딸바보 아빠인 그들이 페미니스트가 되었으면 한다. 차별에 예민해졌으면 한다. 딸을 향한 당신의 사랑이 그런 힘을 발휘해서 우리 사회가 보다 진보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_ 아빠들이 페미니스트가 돼야 하는 이유(225쪽)

 

내 남편은 집안일에 절반 이상 참여하는 합리적인 남자이고 육아에도 적극적이다. 시댁 스트레스도 없는 편이다.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내 인생에 이렇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존재들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결혼하지 않은 내 인생은 어땠을까 상상하며 울컥한다. 아마 결혼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도 나처럼 가끔 행복하고, 가끔 후회하며, 그래도 각자의 삶을 앞으로 밀고 나가게 될 것이다. 삶이 버거운 어떤 순간을 만날 때, 당신이 ‘내가 결혼을 안 해서 이런가’, ‘내가 아이를 안 낳아서 그런가’라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나도 ‘아이 때문에 이렇게 힘든가’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테니. 우리 모두 삶이 주는 버거움을 잘 감당해보자.

_ 비혼, 비출산을 선택한 당신에게(229쪽)

★ 차례

 

[프롤로그] 태풍이 지나가고

 

1. 너의 이름은

이제까지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

첫 번째 결정

몸의 일기

나는 처음부터 네가 아니었다고

취향과 정서에 대하여

두 번째 처음

우울감이 찾아올 때마다

*다시 부르는 노래/ 글쓰기와 똥 싸기

 

2. 우리 함께 있는 동안에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달팽이가 움직이는 속도로

아이에게서 나를 볼 때

너를 통해,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롤모델

똑같은 하루를 다시 살게 된다면

동생을 만나는 법

비교하는 말

‘난감함’이라는 감정

내 남편을 키운 분에 대하여

복직 전날 밤의 상념

*다시 부르는 노래/ 나는 이럴 때 씁니다

 

3. 언제나 타인

자기 몫의 인생

어른의 언어

남편들에게

몽상가와 현실주의자

나는 기억한다

자식의 인생에 개입할 수 있다는 생각

너도 네가 마음대로 안 되지?

왜 혼을 내고 싶으세요?

사랑받고 싶어요

*다시 부르는 노래/ 선배열전

 

4. 귀를 기울이면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말에 대하여

내가 변한 이유

아이들이 나와 다른 인생을 살기 원한다면

아빠에게 육아를 허하라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돈이 없으면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말

내가 살고 싶은 집

사랑은 타이밍

거절당하는 기분

아빠들이 페미니스트가 돼야 하는 이유

비혼, 비출산을 선택한 당신에게

아이들이 비밀을 갖게 될 때

너의 마음이 내 마음이라고

*다시 부르는 노래/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글

 

[부록] 사진첩-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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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6 12:00


      혁명의 러시아 1891~1991

         Revolutionary Russia 1891~1991 




2017년 10월, 러시아 혁명 100주년

왜 러시아였는가? 왜 레닌인가?

왜 스탈린인가? 왜 실패했는가?

러시아 그리고 소련, 세계를 뒤흔든 100년의 혁명사의 재구성


러시아 현대사의 권위자인 런던대학교 버벡 칼리지의 올랜도 파이지스 교수는 이 책에서 러시아 혁명을 100년 동안 장기지속된 하나의 사이클로 서술한다. 러시아 혁명을 다룬 대부분의 책들이 혁명이 일어난 1917년 전후의 짧은 시기의 사정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올랜도 파이지스는 이 책에서 혁명의 기원에서부터 독재, 그리고 소련 몰락에 이르는 비극적인 과정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서 혁명 이전의 제정 러시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인류 최대의 유토피아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 혁명과 공산주의에 대한 이상이 어떻게 현실에서 왜곡되고 실패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레닌과 볼셰비키의 10월 혁명에서 고르바초프의 개혁 이후 소련 몰락에 이르는 전 과정을 혁명의 계승과 진행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한다.

2017년은 러시아 혁명 100주년이다. 1917년 10월 이후 한 세기가 흘렀고, 우리는 이제 러시아 혁명을 냉전과 좌우대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류의 중요한 역사적 경험으로 다시 살펴보아야 할 때다. 왜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는가? 왜 레닌이었고, 왜 스탈린이었는가? 그리고 그들은 왜 실패했는가? 저자 올랜도 파이지스의 놀랍고 우아한 서술이 돋보이는《혁명의 러시아 1891~ 1991》과 함께 혁명과 공산주의, 그리고 러시아와 소련의 100년을 가로질러볼 수 있을 것이다.


제정 러시아 말기에서부터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까지

100년의 역사를 혁명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이 책은 혁명의 관점으로 읽는 러시아 근현대사이자 소련의 역사이다. 러시아 혁명에 관한 대다수의 저술이 1917년 2월 혁명과 10월 혁명, 또는 내전과 레닌 사망을 전후한 볼셰비키 정권 초기에 집중되어 있는데 반해 이 책은 1891년 제정 러시아 말기의 대기근에서부터 시작해 1991년 소련의 붕괴에 이르는 100년의 과정을 러시아 혁명의 단일한 사이클로 해석한다. 모두 20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에서 5장까지는 10월 혁명의 전사(前史)를, 6장에서 9장까지는 10월 혁명 후 신경제정책에 이르는 소련 건국 초기를, 10장에서 16장까지는 스탈린 시대를, 17장에서 20장까지는 흐루쇼프의 탈스탈린 노선에서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소련의 붕괴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100년에 이르는 러시아 혁명 과정을 ‘혁명의 진행과 계승’의 관점으로 파악하고 설명한다.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면 ‘농업국가 러시아’가 ‘공산주의로 이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러시아에서 어떻게 공산주의 혁명을 실행할 수 있을까?’ 혁명 이전부터 레닌을 비롯한 볼셰비키들이 맞닥뜨린 이 문제는, 레닌에서 고르바초프에 이르는 소련 공산당의 지도자들이 풀려고 한 문제였다. 이에 따라 ‘러시아처럼 후진적인 농업 국가에서는 혁명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으며, 산업화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줄 국가나 더 선진화된 산업 국가에서 혁명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레닌의 신념은 이후 지도자들에게 계승되었다. 스탈린의 집단화와 공포정치, 그리고 흐루쇼프의 탈스탈린 노선, 소련 지도자들의 일관된 ‘혁명 수출’과 고르바초프의 개혁까지 시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이 모든 사건들을 100년의 지평 안에서 혁명의 이행과 계승이라는 관점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구 볼셰비키, 신 엘리트, 그리고 60년대인들’

3개의 세대로 설명하는 100년 혁명사의 굴곡들

저자는 100년 동안 지속된 러시아 혁명의 부침을 설명하기 위해 3개의 세대를 주목한다. 10월 혁명을 주도한 ‘구 볼셰비키’, 소련식 가치를 주입받은 ‘스탈린 시대의 신 엘리트’, 흐루쇼프의 해빙기에 정체성을 확립한 ‘60년대인’이 바로 그 3개의 세대이다. 저자가 묘사한 이들 세대의 삶의 궤적은 러시아 혁명이 태동하게 된 원인과 그 실현 과정에 서 빚어진, 최초의 유토피아적 이상으로부터의 일탈과 변형, 퇴락의 상황을 실감 나게 재현해낸다.

첫 번째 세대인 ‘구 볼셰비키 세대’는 난공불락과 같은 차르 체제를 몰락시키고 권력을 쟁취한 세대다. 높은 혁명의 이상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감도 넘쳤지만, 오래된 후진적인 농업 국가인 러시아의 ‘농민 문제’에서 좌절하고 대부분 스탈린 시기에 숙청당하고 사라진다.

두 번째 세대는 스탈린 식 근대화의 과정에서 스탈린의 비전에 열광한 세대들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맞선 대조국전쟁의 승리를 경험한 세대이다. 제정 러시아와 단절된 새로운 세대이며 20세기 초에 태어나 소련식의 가치를 교육받았고 이전 세대인 구 볼셰비키들의 자리를 대체했다.

마지막 세대는 흐루쇼프의 스탈린 격하와 비판, 공포정치의 해빙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확립한 소위 ‘60년대인들’이다. 스탈린 이전의 사회주의 이상과(레닌으로의 복귀), 서구의 문화와 소비 생활에 더 관심이 많았던 전후의 베이비붐 세대들이다.

100년 동안 지속된 러시아 혁명의 부침을 3개의 세대론으로 설명하는 저자의 설명은 인상적이고 흥미롭다. 혁명은 같은 신념 아래 100년 동안 지속되었지만 그 양상과 방식은 지도자들마다 그리고 그것을 경험한 세대들마다 달랐다. 이들 3개의 세대가 각각 열광하고 지지하고 맞섰던 것은 달랐지만 레닌이 기초한 동일한 혁명적 신념, ‘낡고 오래된 농업 국가 러시아의 공산주의로의 이행과 혁명’의 굴절된 양상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념에 기댄 유토피아 실험이 권력의 손에서 어떻게 굴절되고 정당화되었는지,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는지를 저자는 3개의 세대의 삶의 궤적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러시아 현대사에 관한 가장 위대한 이야기꾼

올랜도 파이지스 교수의 대중을 위한 러시아 혁명사

이 책은 펭귄클래식으로 유명한 영국 펭귄출판사의 대중 교양 시리즈인 ‘펠리칸 시리즈’의 한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념에 열광하는 것이 지나간 시대, 전문가들만이 읽을 수 있는 학술적인 러시아 혁명사와 소련 현대사만이 저술되고 출간되는 가운데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아 일반 대중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기획되고 출간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러시아 혁명과 소련의 역사에 관한 자신의 일련의 저술 (《농촌 러시아와 내전 Peasant Russsia, Civil War》(1989), 《민중의 비극 A People's Tragedy》(1996), 《러시아 혁명의 해석—1917년의 언어와 상징Interpreting the Russian Revolution—The Language and Symbols of 1917》(1999) ,《나타샤 댄스 -러시아 문화사 Natasha's Dance》(2002), 《속삭이는 사회 - 스탈린 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 내면, 기억 The Whispers》(2007) (*괄호 안은 원서 출간 년도) )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평범한 시민이 러시아 혁명에 관해 접근할 수 있는, 이론적 접근 보다는 사건의 전개를 중심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책을 펴내려고 노력했으며, 이 책은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 저자 소개

올랜도 파이지스 Orlando Figes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고 현재 런던대학 버벡 칼리지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며 러시아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다. 러시아 현대사에 관한 가장 정통한 역사가‘, 현대 러시아에 관한 가장 위대한 이야기꾼’(<파이낸셜 타임스>)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의 얼굴을 찾아 드러내는 섬세한 감각, 타고난 문학적 재능을 겸비한 저술가로 명성이 높다. 그가 쓴 책은 울프슨 역사상,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도서상, NCR 도서상을 비롯하여 학계와 출판계 유수의 상을 휩쓸었으며,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국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

올랜드 파이지스는 이 책에서 러시아 혁명을 1891년의 대기근에서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까지 이르는 100년의 지평에서 살펴본다. 1917년을 전후한 일련의 단기간의 사건사적 설명의 맥락이 아니라 그 후의 독재와 테러, 그리고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까지 레닌과 그 후예들이 계승한 100년의 장기지속적인 과정으로 100년의 역사를 서술하고 재구성한다.

대표작으로는《속삭이는 사회-스탈린 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 내면, 기억The Whisperers》(교양인, 2013),《나타샤 댄스-러시아 문화사Natasha’s Dance》(이카루스미디어, 2005),《민중의 비극 A People’s Tragedy》(한국 미출간) 등이 있다.


◎ 역자 소개

조준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 교양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러시아 근대사》(공저) (민속원, 2014)가 있고, 이사야 벌린의《러시아 사상가》, 미하일 엡슈테인의《미래 이후의 미래》, 안나 폴릿콥스카야의《러시안 다이어리》등 다수의 번역서가 있다.


◎ 서평 및 추천사

올랜도 파이지스의 러시아 혁명을 읽는 프레임은 통찰력 있고 설득력 또한 높다.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준 놀라운 역사 저술가로서의 재능은 이 책에서도 다시 펼쳐진다. 그의 책은 독자들이 적은 노력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고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도와준다.

-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파이낸셜 타임스>

현대 러시아 역사의 권위자인 저자가 혁명을 일으킨 볼셰비키들의 간절한 염원에서부터 소비에트 제국의 완전한 붕괴에 이르는 거대하고 딱딱한 학술적 이야기를 대중들이 읽을 수 있는 저술로 만들기 위해 모험을 했다.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 <커커스 리뷰>

우아하고 명료한 글이다. 올랜도 파이지스처럼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웅장함과 공포, 그리고 종종 분노와 같은 감정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저자는 거의 없다.

- <스타 트리뷴>


◎ 차 례

서문

1장 시작 – 1891년 대기근

2장 최종 리허설 – 1905년 피의 일요일

3장 마지막 희망 – 스톨리핀의 개혁과 좌절

4장 전쟁과 혁명 – 1914년 1차 세계대전의 발발

5장 2월 혁명 – 1917년 1차 혁명

6장 레닌의 혁명 – 1917년 10월 혁명

7장 내전과 소비에트 체제의 형성 – 1918~1921년 볼셰비키의 성장

8장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 – 혁명의 결정적 얼굴

9장 혁명의 황금기? – 1921~1928년 신경제정책

10장 대전환 – 스탈린의 경제개발5 개년 계획

11장 스탈린의 위기 – 1932년 새로운 상황

12장 후퇴하는 공산주의? - 소련의 극적인 방향 전환

13장 대숙청 – 1937~1938년 구 볼셰비키의 축출

14장 혁명의 수출 – 2차 세계대전의 배후

15장 전쟁과 혁명 – 1941년의 대재앙과 승리의 이면

16장 혁명과 냉전 – 전후 강경 노선으로의 회귀

17장 종말의 시작 – 1956년 흐루쇼프의 ‘비밀 연설’

18장 성숙한 사회주의 – 노쇠한 정부와 고르바초프의 등장

19장 마지막 볼셰비키 – 1991년 소련의 붕괴

20장 심판 – 혁명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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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서

소련 지도자들은 그들의 정권이 끝나기 전까지 하나같이 레닌이 시작한 혁명을 자신들이 계승해나가고 있다고 믿었다. (...) 그들은 소련 국가의 건립자들이 상상한 것과 똑같은 유토피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 스스로를 레닌의 상속자로 자처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혁명이 1991년 소련 체제의 붕괴와 함께 끝나는 100년의 단일한 사이클로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 (10쪽)


제1차 세계대전 전야에 러시아 내에 혁명적 상황이 도래했는가 아닌가는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이 많은 면에서 1차 세계대전의 결과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군사적 패배로 인해 반역과 무능으로 비판받던 ‘친독적’ 황실과 정부에 대해 사회 여론은 등을 돌리게 됐다. 따라서 민족의 구원을 위해 황실과 정부를 제거하는 것이 애국적인 행위로 여겨졌다. 1917년 2월 혁명은 군주정과 그 군사 지도부에 맞선 민중의 봉기가 될 예정이었다. 그것은 전쟁에 의해 파생된 ‘민족’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사회 전체로 확산시켰다 (87쪽)


레닌이 계획한 도발, 즉 선제 쿠데타가 제대로 먹혔던 것이다. 멘셰비키와 사회주의혁명당원들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감으로써, 자신들의 실수를 최초로 인정했던 멘셰비키 인사 니콜라이 수하노프의 표현을 쓰면 “소비에트와 대중과 혁명에 대한 독점권을 볼셰비키에게 내준” 셈이 된 것이었다. “우리 자신의 어리석은 결정 때문에 우리가 레닌의 총 ‘노선’의 승리를 보장해준 꼴이 된 것이다” (147쪽)


무엇보다, 레닌은 농민에 대한 정책에서 스탈린과 달랐다. 레닌은 스탈린의 통치 아래서 이루어졌던 폭력적인 방식으로 농업 집단화가 수행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레닌이 신경제정책(네프 NEP)에 대해 품었던 혁명의 비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탈린과 마찬가지로 유토피아적이었지만, 스탈린이 1928~1929년 신경제정책을 번복하면서 선포한 ‘대전환’보다 더 농민 친화적이었고, 더 다원적이고, 더 관용적이었다. (199쪽)


공산주의는 민족주의적으로 변했고, 민족 주의는 소비에트 방식으로 재구성됐다. 우리가 티마셰프나 트로츠키의 견해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간에, 스탈린 정권의 강화는 혁명 초기의 유토피아적 꿈보다는 견고하고 친숙한 원리에 근거해 국민의 지지를 동 원하려는 시도에 확실히 근거하고 있었다. (262쪽)


1945년에는 어떤 개혁도 일어나지 않았다. 종전은 황폐해진 소련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5개년 계획의 자급자족정책과 금욕 생활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했다.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서 스탈린 정부는 냉전 시기 서방과의 투쟁을 대비해 나라를 무장하고자 통제의 끈을 조였다. (337쪽)


흐루쇼프는 한 번도 권력을 확고히 잡아본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의 탈스탈린화 계획은 스탈린의 충복으로서 정치 경력을 쌓았던 고위 당지도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385쪽)

 

고르바초프는 알맞은 때를 기다렸다. 그는 ‘근위대’ 수구파에 자신이 안드로포프의 개혁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는 중앙위원회 내에서 자신의 지지 세력을 쌓아갔고, 해외 순방으로 자신의 위신을 키워갔다. (401쪽)


러시아인들이 공산주의 체제의 사회적 트라우마와 질환으로부터 치료받는 데에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정치적으로 혁명은 죽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혁명은 100년 동안의 그 폭력적인 사이클 속에 휩쓸린 사람들의 정신 속에서 사후의 삶을 계속 살아가고 있다. (4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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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모로마노 | 2018.02.20 16:1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누락된 부분이 있어서 제보합니다. 353쪽 밑에서 7번째 줄의 문장이

<모스크바 대학교,>

이렇게 쉼표만 찍고 불완전한 문장으로 끝납니다.
어크로스 | 2018.03.22 10:42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어크로스 편집부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을 확인하여 다음 인쇄에 반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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