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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1 11:38















원고지를 앞에 둔 당신에게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금정연 지음





책 소개


활자유랑자 금정연의

책과 글과 삶에 관한 가장 웃픈 엘레지


“이토록 짧은 글인데도 금정연은 매번 놀라운 기술을 쓴다.

길 찾기에 실패한 후에 도착한 곳이 훨씬 마음에 들 때가 많은데,

금정연의 글이 대부분 그렇다.”

-- 김중혁 (소설가)


원고지를 앞에 둔 당신에게. 혹은 “책상에 앉아 워드 프로그램을 실행한 후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하얀 모니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당신에게. 여기, 활자유랑자 금정연이 꼽은 34개의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이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문장론이 아니”며 “멋진 문장을 쓰는 법을 일러주는 책”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금정연’이지 않은가(저자는 이 대목에서 독자들이 금정연을 알까요? 물었지만, “모르셨다면 이제 아시면 됩니다”). 서점에서 온 택배 상자가 뜯지도 않은 채 쌓여 있는 방에서 마감에 허덕이며 밤새 글을 끼적이는 생계형 서평가 금정연 말이다. 이 책은 그가 어쩌다 잡문으로 삶을 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밤의 기록을 담아냈다.


그는 책들에 파묻혀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조차 문장을 떠올린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지 않으면서도 무심코 책을 뒤적이고 문장을 발견하며 엉뚱한 길을 찾아내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서평은 언제나 자신의 삶에 들어온 하나의 문장들로부터 시작한다. 혹은 둘, 셋, 다섯. 활자유랑자를 사로잡은 문장, 생계독서가를 버티게 하는 문장, 독자와 작가 사이에서 번민하는 그에게 영감을 던지는 문장들…. 우리는 존 버거, 알베르 카뮈, 롤랑 바르트, 찰스 부코스키를 넘나들며 그가 꼽은 문장들을 곱씹고 이 문장들에서 시작됐으나 번번이 실패하는 듯 보이는 그의 (애)쓰는 삶에 눈물짓다가 그럼에도 실패를 모르는 그의 글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책과 글에 관한 숨길 수 없는 애정과 증오, 삶에 대한 농담과 다짐으로 뒤엉킨 서른네 편의 에세이, 혹은 한 편의 소설과도 같은 그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생겨나지 않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의 문장들 속에서 내 삶을 만나고, 그의 문장을 훔쳐 나의 문장을 써내려가게 될지 모른다. 바로 그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쓰는 동안 다른 이들이 쓴 멋진 문장들을 강탈하고 때때로 훼손하며 나는 어떤 거리낌도 느끼지 않았다.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활자유랑자 금정연을 사로잡은 34개의 문장


눈을 감고도 쓸 수 있는 소설의 첫 문장 “오래전부터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왔다”(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부터 읽기만 해도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았던 카뮈의 문장들, 멋진 서문들, 교양 있게 욕지기를 내뱉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의 제목들,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의 비밀, 매너리즘에 빠진 서평가를 다시 글 쓰게 만드는 문장까지. 소설·에세이·인문·실용 분야를 막론하고, 그가 꼽은 완벽한 문장들로부터 어쩌면 문장 쓰는 법을 배울 수 있고 문장 보는 눈을 기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글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찾는 하나의 완벽한 문장이 “그 문장을 다른 맥락 속에 위치시킬 때, 다른 문장들과 만나게 할 때, 완벽함이 생각만큼 대단한 가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된다. 소설가 김중혁은 이 책의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글을 읽는 데 계속 실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실패한 후 도착한 곳이 훨씬 마음에 들 것이라고도.



읽는다는 것, 쓴다는 것, 산다는 것

그러니까 실패하고 또 실패한다는 것


그의 서평을 읽고 있자면, 그가 책을 소개하려고 이 글을 쓴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낸 삶을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실은 문장 건너 문장마다) 든다. 삶의 노정 중간에서 새로운 형식의 글을 시도했던 롤랑 바르트,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잡문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다고 자평한 폴 오스터, 서평자로 살며 대개 영양실조 상태거나 간혹 숙취 상태라고 고백한 조지 오웰, “남의 말은 그만 인용해”라는 충고를 들은 비평가 라이히라니츠키까지. “남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글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쓰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

2010년 초봄, 그는 온라인 서점 MD로 일하며 쏟아지는 신간 속에서 책을 읽지도 못한 채 책과 싸우는 날들을 거듭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날로부터 8년차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지금, 그의 세 번째 서평집이 나왔다. 꼭지들 말미에 붙은 게재 지면의 면면을 살펴보자. <시사인> <기획회의> <인물과사상> <프레시안> <한국일보> <행복한 동행> <앰블러> <보그걸> <오설록>… 등등. 연도와 월은 표기했지만 일자는 생략했다. 왜냐하면 깜짝깜짝 놀라다 눈물이 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글이 있다. 금정연이 쓴 것과 금정연이 또 쓴 것.”


그렇다. 이 책에는 “숨죽이며 책장을 넘기던 오직 매혹만이 존재하던 순수한 독서의 시간”은 가고 “마감에 쫓기느라 밤잠을 설치는” “수없이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반복될 하루”들로 가득한 생계형 서평가의 기록이 오롯이 담겼다. 그럼에도 우리는 농담과 유머로 가득한 그의 글을 읽으며 울기보다 웃기를 더 자주 할 것이다. 얼핏 시니컬한 듯 보이지만 삶에 다정한 그의 태도 또한 그가 강탈한 문장들로부터 나온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말이다.

“나는 마감에서 마감으로 끊임없이 돌을 굴려 올리며 하루하루를 산다. 나는 지금도 가끔 카뮈와 그의 시지프를 생각하지만 그건 예전과는 다른 부분이다. 카뮈는 책의 한 문장을 이렇게 썼다. ‘우리는 행복한 시지프를 마음속에 그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

*

역사상 가장 성공한 만화가 중 한 명인 찰스 슐츠에 대해 쓴 글 ‘항상 패배하는 성숙한 사람’에서 금정연은 이렇게 말했다. “《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인생》에서 볼 수 있는 건 창작의 비밀이 아니다. 숨겨진 뒷이야기도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기 위해 평생 고군분투한 한 만화가의 모습이다. 그는 성숙한 사람이었고 성숙한 만화를 그렸다. 고마워요, 찰스 슐츠!” 그리고 이 책《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에서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렇게만 말하자. 그는 성숙한 사람이었고, 성숙한 글을 썼다.





추천사

금정연의 글을 읽다보면 언제나 힘이 빠지는 순간이 있다. 재미있게 달리고 있었는데, 옆으로 다가와서 슬쩍 다리를 거는 것 같다고나 할까. 팔꿈치를 툭 쳐서 책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것 같다고나 할까. 나는 달리던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나자빠지고, 고개를 들어보면 금정연은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장난스럽게 웃고 있다. 넘어진 나도 결국 웃고 만다. 이토록 짧은 글인데도 금정연은 매번 놀라운 기술을 쓴다. 독자들은, 기대하고 있는 서평을 읽는데 계속 실패하게 될 것이다. 금정연이 계속 글의 목적지를 바꾸기 때문이다. 짐작과는 다른 곳에 도착해서야 애당초 이 사람이 서평이나 가이드 같은 걸 쓰려고 했던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길 찾기에 실패한 후에 도착한 곳이 훨씬 마음에 들 때가 많은데, 금정연의 글이 대부분 그렇다. - 김중혁 (소설가)


저자 소개

지은이 금정연

서평가.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온라인 서점 인문 분야 MD로 일했다. 2010년 이후의 그를 수식하는 타이틀로 활자유랑자, 생계독서가, 후장사실주의자 등이 있다. 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간혹 팟캐스트와 강의와 인터뷰, 문학상 심사를 하고《문학과사회》편집동인 및 ‘일상기술 연구소’의 고문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은평구에 살고 합정에 자주 출몰하며 개를 좋아하고 늘 삶의 분기점에 서 있다고 느낀다. 서평집으로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라는 부제를 단《서서비행》과 ‘서평가를 살린 위대한 이야기들’이라는 부제를 단《난폭한 독서》가 있고, 고문으로 참여한 화제의 팟캐스트를 책으로 엮은《일상기술연구소》를 제현주 책임연구원과 함께 썼다. 그 밖에 소설가 정지돈과 한국문학을 이야기한《문학의 기쁨》, 소설가 김중혁과 서점을 인터뷰한《탐방서점》을 비롯해 《analrealism vol.1》, 《소년이여, 요리하라!》, 《청춘의 문장들+》 등에 참여했다.



차례


Intro

1부 삶과 문장 사이에서

나는 실패한다 /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한 구절을 떠올렸다 / 완벽한 첫 문장을 찾는 데 실패했다면 / 눈을 감고도 쓸 수 있는 소설의 첫 문장 / 그 문장들을 읽으면 멋진 사람이 될 줄 알았지 / 여전히 빛나는 서문들 / 때때로 입안에서 맴도는 제목들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팔아버릴걸 / 잃어버리기 위해 있는 것 / 우리 삶의 노정 중간에서 / 항상 패배하는 성숙한 사람 / 먹고살기 위해 경험한 것을 기록했을 뿐 / 이름 없는 것들에게도 삶은 있다 /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 모르셨다면 이제 아시면 됩니다 / 앎으로도 어쩔 수 없을 때


2부 독자와 작가 사이에서

귀를 가진 사람의 할 일 / 제발 조용히 좀 해요 / 세상의 모든 요청을 거절하는 것 / 있는지 없는지조차 더는 알 수 없는 구원자에게 / 좋은 선생도 없고 선생 운도 없는 당신에게 / 진정성 있는 글을 기대한 독자에게 / 시큰둥한 독자에게 / 오직 매혹만이 존재하던 순수한 독서의 시간 / 앞으로도 읽지 않을 독자에게 / 좋은 책에는 두 종류가 있다 / 당신이 읽은 책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 대체 무엇이 끊임없이 글을 쓰게 만드는지 / 매너리즘에 빠진 서평가가 다시 글을 쓰는 법 / 서평가의 손버릇 / 어떤 탈출 / 남의 말은 그만 인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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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0 18:55

*지난 토요일, 중앙일보에 실린 서평입니다.

[BOOK] 더 나은 컴퓨터를 기다리나요? 참 딱하십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
피터 케이브 지음
배인섭 옮김, 어크로스
280쪽, 1만3000원


『로 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사계절),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마젤란)로 국내에 알려진 영국 철학교수의 교양서다. 원제는 ‘라마(남미에 사는 낙타과 동물)도 사랑에 빠질까’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넘기는 질문·번뇌·후회를 33개의 질문에 담아내고 이를 성찰하는데, 제목에서 풍기듯 그 과정이 진지하면서도 명랑하다.

 자, 한국어 판 제목의 배경이 된 질문을 보자. 지은이는 묻는다. ‘남의 불행에 행복해지고, 행복에 불행해지는 게 나쁜 마음일까’ 라고. “제일 친한 친구가 지붕에서 떨어진 사람은 행복하다”란 속담을 소개하는 걸 보면 은근히 남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것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독일어에는 아예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 해서 남의 불행을 보고 고소하다고 느끼는 심술궂은 마음을 뜻하는 단어가 있단다.

 지은이가 드는 예화는 두 가지다. 엄친딸 출신의 장관이 사석에서 총리를 비방한 말이 공개되는 바람에 곤경에 처한 경우, 그리고 한껏 모양을 낸 신사가 비둘기똥에 맞은 경우다. 대체로 “고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지은이는 이 같은 대중의 반응이 악의적인 것이라고만 해석하지 않는다.

 두 사례 모두 잘 나가는 사람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 운명에 휘둘리는 나약한 존재라는 인식을 일깨워주는 것이라 한다. 따라서 이럴 때 사람들이 느끼는 ‘샤덴프로이드’는 ‘평등’의 부활을 기뻐하는 것이라 풀이한다.

  보통사람을 위한 철학적 위로는 ‘참고 기다리면 더 나은 내일이 오지 않을까’란 질문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컴퓨터는 해가 갈수록 성능이 더 좋아지는 반면 가격은 더 내려간다. 포도주는 묵을수록 맛이 좋아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컴퓨터 구입이나 포도주 시음을 언제까지 미뤄야 할까. 한없이 기다리기보다 당장 즐겨야 하는 것 아닐까.

 지은이는 이런 선택의 균형점은 ‘지금 좋은 것’과 ‘나중에 더 나은 것’ 사이에 있다며 이상적인 것을 찾는 노력은 실패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썩 괜찮은 것을 즐길 기회마저 잃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최고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종종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허하고 추상적 이론 대신 일상을 소재로 생각 훈련을 시켜주는 철학교양서가 여럿 나왔다. 이런 유의 책들에선 적절한 질문과 새로운 시각이 그 가치를 좌우한다. ‘투표는 절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폭로된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 등 진지한 주제와 함께 ‘왜 다이어트 중에 참지 못하고 야식을 먹는 걸까’ ‘누군가를 용서할 때 생각해봐야 할 것’ 등 흥미로운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선 눈길 끌기에 성공했다. 여기에 무게를 잡지 않은 설명이 책을 들면 쉽게 놓지 못하도록 한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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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0 18:53

*지난 토요일 경향신문에 실린 서평입니다.

 

[책과 삶]‘물질주의의 야만’서 벗어나는 힘, 철학에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피터 케이브 | 어크로스

생 활 밀착형 철학책이다. 문장 속에 유머가 넘실거린다. 저자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모두 33개의 질문이다. 질문의 영역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왜 다이어트 중에 참지 못하고 야식을 먹는 걸까?’ ‘잘 나가는 친구를 보면 왜 시샘하는 걸까?’ ‘노숙자를 보면 왜 마음이 불편한 걸까?’ 등의 일상적 질문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물론 심각한 존재론적 물음도 있다. ‘종교와 진화가 우리를 설명해줄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같은 것들이다. 사회와 정치에 대해서도 묻고 답한다. 예컨대 ‘투표는 절대로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비열한 신념과 불평등한 예외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같은 것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노상 부딪히는 욕망과 도덕, 나와 타자, 사회적 정의와 공정함, 민주주의와 연대, 인간의 운명과 죽음의 문제까지 두루두루 살피는 책이다.

저자는 그런 갖가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와 모순을 짚어낸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할 때, 사실은 “죄책감을 느끼는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 사람들은 대개 삶이 유한해서 무의미하다고 말하지만, “삶이 무한하다면 인간은 그야말로 무력감에 빠질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아울러 퍼포먼스에 불과한 선거공약에 휘둘리는 대중의 투표심리,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는 언론의 속내, 가난하고 소외된 집단을 지속적이고도 구조적으로 차별해야 하는 계급사회의 메커니즘을 지적한다.

저자 피터 게이브 사진 | 클레어 휴이트
생 각을 버리고 단순하고 즐겁게 살자는 메시지가 넘쳐나는 요즘, 저자는 왜 “더 생각하자”는 제안을 내놓는 걸까. 저자는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라는 글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자신의 진정한 눈을 갖자”고 권한다. 그는 현재 우리의 삶이 “물질주의라는 야만”에 갇혀 있음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벗어나려고 “종교에 몸을 맡기는 것은 너무도 쉽게 또 다른 야만에 빠져드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믿음을 강요하는 것” “다른 이에게 자기가 믿는 ‘좋은 삶’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야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바 로 이 물질주의라는 망령이 철학과 예술과 교육이라는 ‘최후의 보루’까지 점령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그는 “철학이 특정한 청중을 노리는 웅변이 되고, 예술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교육은 경제적 성공만을 추구한다”는 비관을 피력한다. 그리하여 저자가 시선을 돌리는 곳은 “물질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야말로) 섬세함과 감수성을 품고 있다. 그들은 하늘의 미세한 변화, 양탄자에서 빠져나온 실오라기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미신이나 신화 그리고 전통에서 통찰력을 얻는다.”

어떤 이들에게는 낭만적인 넋두리로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시와 철학이 애초에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렇게 눈살을 찌푸릴 표현은 아닐 성싶다. 그것은 저자가 비유와 이야기가 풍부한 ‘쉬운 철학 책’을 펴낸 이유와도 직결된다. 그는 자신의 책이 결코 ‘잘난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이기적인 세상에 맞서는 아주 보통의 철학”이라고 규정한다.

하 지만 그가 권하는 생각하기, 즉 ‘철학하기’란 결코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항상 이중적이다. “열망을 피워내고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절망적이고 우울할 수도 있으며, 진지할 수도 있지만 변덕스러울 때도 있다.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감각적인 경우도 있으며, 안정적이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평범한 사람들은 왜 철학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철학이 “궁극적으로 위로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물론 철학은 그 위로를 주기 전에 우리 자신을 헝클어놓고 휘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기주의와 물질주의를 견디고 벗어나는 힘이 철학에 있음을 거듭 강조하면서 “우리 모두 시인이 되자”고 역설한다. 저자인 피터 케이브는 영국 개방대학교 교수이며 ‘휴머니스트 철학자 협회’의 회장이다. 배인섭 옮김. 1만3000원

<문학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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