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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상 철학자' 안광복, 그가 35권의 책을 오독(誤讀)한 이유
    어크로스의 책 2014. 12. 24. 18:43

    '임상 철학자' 안광복, 그가 35권의 책을 오독(誤讀)한 이유


    『철학, 역사를 만나다』, 『열일곱 살의 인생론』,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철학자의 설득법』, 등 10여 권의 철학책을 통해 3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철학하는 즐거움’에 오롯이 빠져들게 했던 안광복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세네카부터 알랭 드 보통까지, 걸출한 사상가들의 저작 35권을 읽어나가며 지은이의 의도를 먼저 헤아리는 대신 적극적인 오해를 시도한다.




    현실에서 철학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은 무척 많다. 아득하기만 한 취업,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 마음을 어떻게 다잡아야 할까? 더 이상 노력만으로는 세상을 이기지 못할 듯한 절망감이 나를 감쌀 때, 나는 어떻게 미래를 꿈꿔야 할까? 상처만 안기는 가족을 사랑할 힘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등등.


    철학 교사인 나는 매일매일 이런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들과 씨름한다. 이런 고민들에게 ‘책으로 익힌 철학’은 별 도움이 못 된다. 우물은 목마른 사람이 파는 법이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지혜를 빚어내야 한다.


    “모든 이해는 오해다.”라는 니체의 말은 이때 빛을 발한다. 어떤 책을 읽건 나는 지은이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부터 헤아리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눈앞에 놓인 문제에 어떤 도움이 되겠는지를 가늠할 뿐이다. 나에게 철학은 현실의 문제를 싸워 이기게 하는 ‘무기’여야 한다.


    그래서 철학 교사의 독법(讀法)은 독특할 수밖에 없다. ‘하얀 거짓말(White lie)’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좋은 의도로하는 거짓말을 뜻한다. 나는 책의 좋은 내용들을 ‘오해(?)’하며 읽는다.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는 눈앞의 사람들에게 절실한 철학 처방전을 안겨주기 위해서다.


     -저자의 말 중에서


     





    “모든 이해는 오해다.” 철학 교사의 의도적인 오독이 찾아낸 현실 문제의 해법


    1946년 출간된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에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에 대한 해답을 발견한다. (「집단폭력,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지 않는 법」)

    루스 베네딕트는 우선 일본과 미국의 아이 키우는 방식을 비교한다. 미국에서는 아이를 엄격하게 키운다. 하지만 커갈수록 자유는 점점 늘어나고, 성인이 되면 순전히 자기 의지에 따라 삶을 꾸려나간다. 반면, 일본 아이들은 왕처럼 제멋대로 굴어도 그저 귀여움을 받는다. 그러나 커갈수록 자유는 줄어들고 의무는 늘어난다. 일본인의 삶은 자기 것이 아니다. 온통 의무로 둘러싸여 있다. 개인의 실력 평가에 지나지 않는 학생들의 시험조차 가문의 영광을 이루어낼 경연처럼 여겨진다. 이러다 보니 주변의 기대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은 왜곡된 분노로 표출되기 쉽다. 일본의 학교와 군대에서 숱하게 벌어지던 가학 행위들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가 『국화와 칼』에서 언급한 청소년기 폭력은 이 정도다. 안광복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해법을 찾아 나선다. 그의 눈에 띈 것은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 문화의 핵심이라고 언급한 ‘각자 알맞은 위치에 놓이는(take one’s proper station)’이라는 문구다. 자신에게 알맞은 지위와 역할을 찾았을 때, 남들 눈에 떳떳하고 제대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때 비로소 폭력성은 수그러든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이 『국화와 칼』에 등장하는 일본 소년들처럼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은 열심히 해도 자기 위치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비전을 찾아주고 자신에게 알맞은 위치를 갖게 되리라는 희망을 돌려주는 것, 이것을 학교 폭력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 조언한다.


    “검증된 양서(良書)는 지혜 창고와도 같다. 고민을 입에 문 채로 책을 꼼꼼하게 읽어보라. 어떤 문제에 대해서건 훌륭한 해법을 얻어낼 것이다.” (「저자의 말」 중에서)


    “삶을 바꾸는 것은 감미로운 토닥임이 아니라 쓰디쓴 해답이다.”

    일상의 불안과 고민을 희망으로 자라게 할 성장의 철학


    삶을 괴롭히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정작 사람들은 답을 찾기보다 위로받기를 원한다. 겹겹이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대신 달콤한 초콜릿으로 기분만 달래듯이. 위로는 불안을 숨길 수는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삶을 바꾸는 것은 감미로운 토닥임이 아니라 쓰디쓴 해답이다.

    당장 고된 삶을 보상받고 싶어 감미로운 위로와 응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도서관 옆 철학카페』가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가득 채운 것은 자신을 향한 날선 질문과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라는 타이름이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 이상한 인간들만 꼬이는 것도 나 때문이고, 화가 나도 참아야 하는 건 나다. 불행이 찾아와도 ‘왜 나라고 이런 고통을 겪으면 안 되는가’라며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불편하다. 미완의 존재인 나와 오롯이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통과 실패는 당장 나를 힘들게 하지만,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그 고난을 넘어설 때 사람은 성장하는 법이다. 성장은 누가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2500여 년 전 시장(agora)을 누비며 인생과 세상의 부조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듯이, 『도서관 옆 철학카페』는 끊임없이 현실에 대해 질문하고, 독서와 사색을 통해 스스로 해답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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