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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에세이
    어크로스의 책 2022. 6. 8. 10:40

    무루 추천X휘리 그림

    작가들이 사랑하는 서점, 속초를 ‘책의 도시’로 만든 곳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건의 독서생활문

    속초를 ‘닭강정의 도시'에서 ‘책의 도시’로 만든 곳, 동네 책방을 넘어 전국구 서점이 된 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건 대표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66년간 3대에 걸쳐 운영 중인 동아서점은 이제 ‘속초’ 하면 떠오르는 자동 완성어가 되었고, 여러 작가들이 사랑하는 서점으로 이름나 있다. 동아서점을 찾는 이들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함께 이곳만의 남다른 큐레이션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그 바탕에는 수만 권에 달하는 책을 직접 선별하고 분류할 정도로 서가 구석구석 손길 닿지 않은 데 없는 김영건 대표의 남다른 독서 이력이 있다. 저자는 “손님이 서점에 없는 책을 주문하면 덩달아 읽고 싶어 두 권을 주문하고, 그날의 매출이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면 얼른 읽고 싶은 책을 골라 계산하고 나서야 문을 닫는”, 서점 주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독자로서 다른 이들을 책의 세계로 이끄는 친절한 안내자를 자처한다.

    바닷가 관광지의 오래된 동네 서점, 낯선 방문객이 무수히 들고 나는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책의 세계를 방문하는 이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환대하는 동시에, 책을 통해 좋은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애쓰는 저자의 태도가 독자들의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

    더 잘하고 싶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불 꺼진 서점에서 써 내려간 각별한 애정의 말들

    책의 유용성을 논하는 일이 민망해진 시대라지만, 저자는 항상 책에서 답을 찾는다. 눈앞의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서점에 드나드는 사람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는 책을 읽는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하루하루의 발랄한 기지개보다 일터에서의 고민과 삶에서 마주한 곤궁, 내면의 성장을 향한 집념 같은 것”이 촘촘히 담겨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 끝이 보이지 않아 지쳐갈 즈음, 번역가의 산문집을 읽으며 “한계 앞에 멈춰 서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서 완전함에 도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받아들이고, 손님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늘 그 자리에 꽂혀 있는 책이 안쓰러울 때면 세탁소의 정경을 노래한 시를 읊으며 잘 다려진 세탁소의 옷처럼 책들이 주인을 찾아 떠나길 기다린다(「당신의 아름다운 세탁소」).

    이런 삶의 태도에는 책을 향한, 그리고 사람을 향한 저자의 각별한 애정이 담겨 있다. 하루의 영업을 마감한 서점에서 홀로 불을 밝히고 써 내려간 이 책에서, 저자는 조심스럽게 “책을 읽고 더 조금이라도 나은 인간이 되자고 가만히 다짐하는 사람, 책의 말하는 슬픔과 같은 슬픔을 품은 사람, 귀 기울여야 겨우 알아챌 수 있는 책의 자그마한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 보자고 말을 건넨다. 이 책은 삶이라는, 세상이라는 파도에 맞서기 위해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어느 서점 주인의 고요하고도 치열한 ‘독서생활문’이다.

    “서점은 책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곳”

    흥미로운 이야기가 쉼 없이 펼쳐지는 무대에서 쓰여진 책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타인의 서사가 궁금하고 타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서일 것입니다. 서점 또한 책을 매개로 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입니다.”(2022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하루 12시간, 주 6일을 서점이라는 좁은 반경에서 생활하는 저자는 때론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없는 처지에 한숨 쉬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이 속한 풍경을 더 골똘히 바라봄으로써 더 넓은 세계를 만난다. 서점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이 책에 대해 하는 말들을 귀 기울여 듣고, 가족들이 건네는 말을 곱씹으면서 그는 책을 읽는다.

    이 책 속에서 서점이라는 공간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무대가 된다. 그곳에는 자식이 견뎌야 할 세상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얼어붙은 눈길을 걸어 서점을 찾아온 부모의 간절함이 있고, 마음껏 뛰놀 수 없는 서점을 울분으로 견뎌야 했던 아이가 있으며, 마치 서점의 일부가 된 듯 한구석에서 미동도 없이 문예지를 정독하던 속초의 시인이 있다. 그리고사람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절실한 시간을 견뎌온 저자 자신이 있다. 그 시간들을 통과해온 저자는 이제 독자에게 함께 책의 세계로 가자고,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자고 말을 건넨다.


    저자 소개

    김영건

    속초 동아서점 대표.

    1987년 바닷가 도시의 동네서점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주 6일을 서점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그곳에서 겪는 일과 마주치는 풍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 세상을 더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책을 읽고, 그 이해의 근거를 자신에게서 찾기 위해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 《당신에게 말을 건다》, 《대한민국 도슨트-속초》가 있다.

     

    추천의 말

    동아서점을 다녀온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그곳에 성실하고 우직하며 기품 있는 주인이 있고, 서점 또한 사람을 꼭 닮았다고. 그가 쓴 두 권의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도 있다. 단정하고 진솔한 문장들이 마음을 울린다고. 그러니 한껏 부풀어오른 기대의 잔을 꺼내 놓고 천천히 채워나가기만 하면 됐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바다 한가운데 있다. 차고 넘친 것이 글의 아름다움인지 사람의 아름다움인지 헤아리면서. 적막한 밤의 서점에 홀로 앉아 책으로 닻을 내리고 문장의 불빛을 따라 더듬어 간 이 책을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영혼이 지닌 고유한 무늬를 발견하게 된다. 닮고 싶고 닿고 싶은 모양을 한, 책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더 깊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무루(작가,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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