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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의 기쁨: 느리게 걸을수록 세상은 커진다
    어크로스의 책 2016. 4. 4. 19:20

    여행하는 21세기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실뱅 테송

    두 발로 세상의 광대함을 만끽하는 여행자의 기록





     



    여행의 기쁨

    느리게 걸을수록 세상은 커진다




    이 책은 21세기 문명과는 다른 시간, 다른 욕망을 보여준다.

    읽고 쓰고 모험하기를 사랑하는 낭만적 방랑자, 실뱅 테송.

    그의 세상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삶과 자연에 대한 현명한 통찰.

    _〈르몽드〉


     

    비행기도 기차도 심지어 자동차도 타지 않는 여행자가 있다. 프랑스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 불리는 실뱅 테송은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이내에 세상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날아갈 수 있는 시대에 '엔진 없이', '자연과 대등한 조건에서 자연에 그대로 자신을 맡기'며 여행한다. 이 책은 문명이 주는 모든 편리함을 내려놓고 고전적 여행을 삶의 방식으로 삼은 한 여행자의 철학이다. 그의 철학은 어디든 편하게 갈 수 있지만 어디를 가도 똑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세계, 경탄할 만한 것들이 사라진 시대에 여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그의 방랑과 사유를 좇으며 유랑자의 깊고 느린 시간을 공유하고 그가 발견해낸 세상의 경이로움에 매혹될 것이다.



    “세상에는 아직 경탄할 만한 것들이 남아 있다”


     

    시간도 공간도 모두 축소되어버린 세계, 지도를 펼쳐보아도 더 이상 마음껏 상상할 미지의 세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여행은 최소한의 시간 동안 최대한의 휴식을 누려야 하는 전투적 의식이 되어버렸을 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여행자는 어디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느린 여행자

    ‘프랑스의 가장 빛나는 여행 작가’라는 평을 받는 실뱅 테송은 언제나 온몸으로 세상을 만끽한다. 그는 히말라야에서 5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었고,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에서는 말에게 몸을 맡긴 채 3000킬로미터를 걷고 달렸다. 그가 이처럼 여행하는 것은 고행을 즐겨서가 아니라 “느림이 속도에 가려진 사물들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걷는 것은 여행자를 본질에 이르게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느릿느릿 움직일 때, 몸의 속도에 맞춰 시간도 함께 느려진다. 그는 황량한 고비 사막을 지날 적에 몇 분이 마치 수년의 시간과 같았다고 고백한다. 세상의 시간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되찾게 되면 그동안 무심히 흘려보낸 풍경들이 베일을 벗고 다가온다. 진정한 여행자는 풀잎에서 우주를 만끽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조약돌 하나를 보고 산을 상상할 수 있었고, 소로는 귀뚜라미의 노랫소리에서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썼다. 그는 이렇듯 우리가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놓쳐버린 것들에 주목한다. 이 책은 빠르게 흘러가는 21세기적 시간에 맞서 자신의 속도로 유랑한 여행자의 세상에 대한 ‘무한한 발견’이다. 

     

      

    낭만적 방랑자 '반더러'의 철학

    셰익스피어는 “이 세상에는 우리가 꿈에서 볼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경이로운 것들이 널려 있다”라고 확신했다. 그런 확신으로 세상의 경이로운 것들을 찾아나서는 고전적인 여행자이자 자유로운 유랑자를 ‘반더러’라 한다. 이는 “그 어떤 것에도 묶이지 않고, 바깥의 부름에 대답”하며 길을 떠났던 괴테의 별명이기도 했다. 테송은 반더러를 예찬하고 반더러의 삶을 추구한다. 현대는 도시인들에게 땅을 내려다보며 걷는 법과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법을 가르쳤지만 반더러는 언제나 머리가 하늘을 향해, 마음은 바깥을 향해 있다. 테송은 숲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늪의 탄식을 듣고, 벌레들의 비행에 감탄하며, 바다의 파도와 만날 것이라는 기대로 여행하며 살아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방랑자적 영혼은 도시에서조차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정글’ 같은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등정하고 첨탑 위에서 새벽을 맞는다. 곧 잘려나갈 도심의 가로수를 올라 해먹을 달고 야영을 한다. 그는 자유로운 사유를 방해하는 이념이나 장벽들을 뛰어넘는다. 도시 문명의 추함에 맞서는 그만의 미학이다. 그는 19세기적 여행 방식을 삶의 방식으로 삼은 21세기의 마지막 반더러일 것이다.


     

    지리학자의 독특한 여행법

    그는 여느 여행자와 달리 지도가 아닌 지표면에 눈길을 준다. 지리학을 전공한 그는 지리학자는 “세상을 알기 위해 걷는 자”이며 그러므로 “언제나 여행자”일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지리학적 인식이 있는 여행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알아보려는 시선”을 가지게 되며, 그 시선은 유랑자에게 소중한 동료가 되어준다고도 썼다. 지리학자이자 여행자인 그는 가방에 지도나 여행서 대신 지형학개론서를 넣고서 길을 떠난다. 두 발로 살아 숨 쉬는 땅의 호흡을 읽어낸다. 이를테면 그는 기슭에 도달하기도 전에 어느 지점에 넓은 물웅덩이가 있을지 짐작하고 자신이 그 웅덩이를 건너가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에게 지리학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세상 속으로 자신을 나아가게 해준 여행의 토대였으며, 그의 인생길에 무수한 샛길을 만들어낼 영감을 안겨준 삶의 교양이었다.


     

    글쓰기, 또 하나의 여행

    그의 여행은 기도, 관찰, 명상, 암송, 글쓰기로 된 추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낮 동안 걸으면서 그러모은 세상의 경이로움과 자신의 통찰을 밤이 되면 종이 위에 늘어놓는다. 고독을 벗 삼아 치열하게 길을 걷는 유랑자에게 글쓰기는 피로회복제다. 글을 쓰는 동안 정신은 기분 좋게 기억 속을 뒤적이며 계속해서 또 다른 길을 가고 낮의 행군을 연장시킨다. 유랑하는 동안 시를 암송한다는 그의 글은 자연스레 그 유랑의 리듬을 닮았다.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상인 공쿠르상과 메디치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에세이스트로 인정받은 그는 오랜 여행의 경험과 여행에 관한 깊은 사유를 수려하면서도 간결한 시적인 문체로 담아낸다. 이 작은 책 안에 펼쳐진 세상의 광대함은 우리를 매혹하고 진짜 여행으로 초대한다. 그의 글을 통해 우리는 몽테뉴가 예찬한 최고의 생활방식인 기마 여행을 체험할 수 있고, 밤나무 꼭대기에 해먹을 매달고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나의 밤이 낮보다 더 아름다울 때가 종종 있다”라고 시작하는 10장의 ‘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 책의 백미라 할 만하다. 한 구절 한 구절 시처럼 다가오는 반더러적 야영에 관한 묘사를 읽고 있으면, 지표면에 흠집을 내고 풍경을 해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캠핑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감각할 수 있다. 나의 몸이 마치 벌판의 야영지에서 별들을 이불 삼아 누워 있는 듯 느껴진다. 우리는 잠들지 못할 것이다. 너무 아름답고 또 너무 위대해서.



     

    *해외 독자평

    -여행 이상의 여행.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또 한 명의 작가.

    -소비주의 사회에서 노예가 되는 모든 수단을 거부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철학.

    -그의 글은 절경이다.

    -진정한 여행의 정신, 우리가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게 한다.



     

    저역자 소개


    지은이 실뱅 테송Sylvain Tesson

    프랑스 문단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 불리는 에세이스트.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고 지리학을 전공했다. 그에 따르면 ‘지리학자는 언제나 여행자일 수밖에 없으며, 세상을 알기 위해 걷는 자’다. 그는 세상을 알기 위해 사막을 걷고 초원을 달리고 숲을 헤맨다. 그런 여행이 불가능한 도시에서는 대성당 외벽을 기어오르고 종탑이나 나무 위에서 야영을 하기도 한다. 《노숙 인생Une vie à coucher dehors》으로 2009 공쿠르상 중편 부문을, 바이칼 호숫가의 숲 속 오두막에서 6개월 동안 홀로 생활하며 남긴 은둔의 기록《희망의 발견: 시베리아 숲에서》으로 2011 메디치상 에세이 부문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2014년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뒤 2015년 출간한 《완전한 실패Bérézina》 역시 큰 호평을 받았다.


     

    옮긴이 문경자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루소의 자서전 글쓰기와 진실의 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에 출강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프랑스 하나 그리고 여럿》(공저), 옮긴 책으로 《혼돈을 일으키는 과학》 《부르디외 사회학 입문》 《내정간섭》 《성의 역사 2》(공역) 《카라바조》 《페테르 파울 루벤스》 《보티첼리》 《인간의 대지》 《에밀 또는 교육론 1, 2》(공역) 《우신예찬》 등이 있다.



     

    책 속에서


    티베트의 야크 사육자, 몽골의 말 탄 유목인, 아프가니스탄의 목동 또는 쿰부의 길 안내인을 주의 깊게 살펴본 이후 그리고 주기적으로 그들을 흉내 내보려 한 이후로 나는 유목생활이 앞질러 달아나는 시간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의 목표는 시간을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무심해지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의 영혼이 시계에 맞서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달리기에서 벗어나려면 느릿느릿, 한 걸음 한 걸음 몸을 움직여 이동해야 한다. 걷는 속도를 늦추자. _1장 시간에 맞서는 여행자


     

    여행은 사고가 완전히 자유롭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사유에게 제공되는 일종의 지표면이다.

    여행자는 풀잎에서 우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머리 위로 지나가는 구름을 보고 평면구형도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정신이 모래알 하나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면, 사막의 모래 언덕에 던져진 그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얼마나 무한하겠는가! _2장 권태의 해독제


     

    내가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세상을 관조하고 세상이라는 잔으로 세상을 마시고 그것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다. 괴테는 “여행을 할 때 나는 언제나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낚아챈다”라고 썼다.

    여행자라면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집중할 수 없다. 그는 자기 밖에서 경탄할 만한 것들을 찾아다닌다. _3장 미지의 땅을 찾아서


     

    19세기 말에 독일의 낭만적인 방랑자들이 만들어낸 어떤 여행 방식이 있다. 저녁이면 어느 곳간에서 잠을 청하게 될지 모르면서도 아침에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그들은 걸어서 무사태평하게 유럽 대륙을 횡단했다. 그들은 아름다운 전원에 둘러싸여 불어오는 바람에 영혼을 열어두고 자신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만으로 만족을 느꼈다. 나는 모자에 깃털을 꽂고 풀잎을 입에 문 채 시를 흥얼거리며 실존을 가로지르는 이런 방식을 복원하고 싶다. _4장 반더러, 낭만적 방랑자들


     

    반더러는 걷는 동안 약탈해온 이 모든 행복을 저녁마다 자신의 공책에 모두 집결시킨다. 그는 깨끗한 종이와의 약속 때문에 낮 동안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더 열심히 비축하게 된다. 긴 여정을 걸어가는 자에게 글쓰기는 가장 강력한 평정의 계기이고, 낮의 역량을 연장시켜주는 늘임표다. 긴장했던 근육들이 공책 위에서 피로를 푼다. 정신은 기분 좋게 기억 속을 뒤적이는 일에 몰두한다. 저녁마다 글을 쓰면서 여행자는 계속해서 또 다른 길을 가고, 그렇게 평평한 종이 위에서 행군을 연장시킨다. _5장 길 위에서 얻는 행복


     

    계속해서 훈련을 하다 보면 우리 주변의 세상에 다시 마법을 걸 수 있다.

    다시 생기를 얻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것, 신들을 만나보기 위해 숲 속으로 떠나는 것, 자기의 상상력으로 말고삐를 늦추는 것, 이것들만 있으면 다시 마법을 걸기에 충분하다. _8장 휴머니즘을 포기한 반더러


     

    서양은 오랫동안 어둠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고(문명은 ‘어둠을 흩어지게 한다’) 현대성을 얻는 대신 밤을 대가로 지불했다.

    반더러는 진정한 사치란 도시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아함은 고독 속에서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야영은 밤과 화해하도록 주어진 기회다. 야영은 세상이라는 무대 위로 열린 오두막이다.

    _10장 밤이 들려주는 이야기


     

    우리는 삶의 첫날부터 지구를 빌린 것일 뿐이므로, 조금이라도 빚을 가볍게 하려면 마땅히 빚을 청산해야 할 것이다. 방랑자는 세상의 열매를 따 모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면서 생을 보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빚을 졌다. 죽음의 순간이 왔을 때 그는 그 많은 빚이 걱정스러워 숨이 막힐 것이다. 나의 마지막 의지는 내 몸이 자양분이 되어줄 어느 나무 아래 묻히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사면을 받는 방법일 것이다. _11장 숲 속 오두막, 방랑의 끝


     

    이 책의 원제는 “세상의 거대함에 대한 소론”이다. 거대함과 소론. 자연의 극히 미미한 일부인 인간이 거대한 자연을 유랑하면서 왜 삶에 유랑이 있는지, 그 유랑이 인간의 삶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옮기면서 그를 따라 상상 속에서 티베트 고원, 시베리아, 침엽수림지대를 유랑하고 나무 위에서 잠을 자거나 총총한 별 아래서 야영을 해보았다. 그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잠시 도시를 벗어나 거대하고 위대한 자연으로 들어가본 느낌이 든다. _옮긴이 후기



     

    차례


     

    어느 서양의 떠돌이로부터


     

    1 시간에 맞서는 여행자

    2 권태의 해독제

    3 미지의 땅을 찾아서

    4 반더러, 낭만적 방랑자들

    5 길 위에서 얻는 행복

    6 내면 유랑을 위한 기마 여행

    7 지리학, 여행자의 교양

    8 휴머니즘을 포기한 반더러

    9 대성당을 오르며

    10 밤이 들려주는 이야기

    11 숲 속 오두막, 방랑의 끝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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