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후기_ 숫자와 그래프 감옥에 갇혀 있는 비즈니스맨들이 떠올랐던 책

어크로스의 24번째 책의 제목은 <현실을 상상하라>입니다. 

철학자이며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의 <The Reality Test>를 번역한 책입니다. 

이 책의 출간을 검토하며, 흥미로웠던 점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이 책의 주제인 '전략보다 현실이 우선한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저자의 흥미로운 이력이었어요. 

먼저, '전략과 현실 사이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말이면 사업계획을 세우느라 숫자와 그래프를 맞추는데 급급했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눈앞의 현실의 문제를 뒤로 미루고, 아름다운 숫자와 그래프로 가득찼던 '전략보고서'를 만들던 때의 일 말이죠. 저자는 군사격언을 가지고 와 이렇게 말합니다. "적군과 마주친 순간 전략은 무용지물이 된다." 많은 조직의 리더들이 현실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지 못하면서 '완벽한 전략'에 매몰되면서 놓치는 많은 문제들. 저자는 이를 위해 이 책에서 48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가령 이런 질문이지요. "당신의 사업체의 사망일을 생각해 봤니?" 영원불멸하는 기업은 없지요. 사망일을 안다면 오늘과 내일,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관한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라면 당신이 만든 물건을 살 것인가?"와 같은 질문도 있습니다. 앗! 찔렸습니다.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저희 회사 책들을 다른 회사에서 나왔다면 제가 돈주고 샀을까요? (많은 것을 고민하게 만든 질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이 책을 지은 저자의 이력이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를 창립한 철학자이며 옥스퍼드에서 철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 7년간 옥스퍼드의 우수장학생이었고, 자크 데리다에 관해 쓴 책이 자크 데리다로부터 '매우 뛰어나다'고 칭찬을 받았던 철학자가 학교를 떠나며 어느날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기업과 정부조직, 단체들의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컨설턴트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전략'의 중요성을 깍아내리고 '현실부터 제대로 살피고, 현실의 문제를 상상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철학자가 비즈니스를 컨설팅하다???'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책의 카피에서 크게 강조하지 않은 것은 경영서적의 주 독자들이 철학과 비즈니스의 크로스오버를 낯설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어서지요.

어쨌건, 책을 만든 편집자로서 이 책은 솔직히 '소크라테스 CEO'라는 제목을 달아볼까 생각했던 책입니다. 원서의 결을 너무 넘어서고... 실제로 제목으로 만들어보니 지루한 느낌이라 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을 상상하라'라는 제목이 엄청 섹시한 것은 아니지만요.  

(참. 이 책의 제목은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현실을 상상할 수 있다'는  책에 실린 괴테의 말에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상상은 미래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현실의 문제를 풍부히 상상할 수 있는 리더가 힘이 세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비즈니서 철학서. 48가지 현실감각을 키우는 질문들.... 

회사에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적어도 저에겐 그랬습니다. 많이 아껴주시길. 

 (아... 역시... 쓰고 나니 횡설수설이네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에 달린 서점 소개 자료를 살펴보셔요...)

http://www.yes24.com/24/goods/11471312?scode=032&OzSra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