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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짓기의 한 예]<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제목 비하인드 스토리~편집자가 쓰는 책 뒷담화 2013. 7. 18. 10:23
가 여전히 훌륭한 제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책을 기획하고 저자와 계약했던 지난 가을, 출판사에서 애초 목표로 한 것은 ‘잉여’에 대한 책이었다. ‘잉여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청년 세대의 자조적 냉소’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의 특징인 동시에, 근대 이후 꾸준히 변화한 사회가 도달한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들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로 저자가 ‘잉여’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 2,30대 문화연구자들 중에 논문 주제나 단행본 주제로 ‘잉여’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저자는 또래 연구자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싶어하지 않아했다. 기획자로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저자에게 원고 외에 다른 부담을 감당하게 하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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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쯤 이 일에 익숙해질까 [CSI in 모던 타임스] 편집 후기편집자가 쓰는 책 뒷담화 2013. 7. 1. 17:13
이 일이 가진 피고용자적 불안은 바로 이것이다. 실수를 하지 않고서야 어디서 실수가 날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점. 마감날이면 내 오른쪽 어깨 뒤로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도 하다. ‘너는 반드시 실수를 할 것이다.’ 그러다 정말 실수가 나서 종이를 다시 발주하고, 필름을 다시 뽑고, 협력업체 분들의 뒷모습에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 하고 있노라면, 이렇게 읊조릴 수밖에 없다. ‘이 일은 도대체가 익숙해지질 않는구나.’ 이번 책에서는 내가 책 그램 수에 욕심을 부리다 사고가 났다. 장장 416페이지에 이르는 책인데, 70그램과 80그램 종이 중에 80그램을 택했다. 이 책은 뉴욕 재즈 시대 화학 범죄 연대기를 다룬 책으로, 모두 실화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처럼 읽힌다. 그래서 일부러 소설에 잘 쓰는 종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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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편집자로서 저자와 함께 한다는 것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경우편집자가 쓰는 책 뒷담화 2013. 5. 23. 19:05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편집후기를 쓰네요. 그만큼 '거리두기'가 쉽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이런 감성 '돋는'... 아니 '축축한 편집후기'라니...! 부담스러운 분들은 어서 '뒤로'를 눌러주세요 >_ 이 책을 기획한 건... 엄밀히 말하자면 아마도 5년 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 한윤형씨를 어떤 '공간'에서 만났는데, 그 공간은 그야말로 '세대론의 소용돌이'의 중심 같은 곳이었으니까요. 당시 편집자가 아니었던 저는, 언젠가 '편집자'가 되고 싶었고, '그 언젠가' 편집자가 된다면 한윤형씨의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치만 그게 가 될지 당시로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저자와 저는 그 공간에서 상근자와 지원자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고 지냈고 그렇게 시간은 지났습니다. 몇 년 후, 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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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사장의 <장사의 시대> 편집 후기편집자가 쓰는 책 뒷담화 2013. 3. 6. 11:58
이 책 원서 을 검토하며, 잠시 흥분했었다. 왜냐면 이 저자의 전작인 (한국어판 제목 : 하버드 MBA의 비밀)을 잠시 뉴욕에 있을 때 읽었는데, 이미 한국어판 판권이 팔려 내가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 저자의 전작은 미국에서는 대형 셀러였는데, 한국에서는 많이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 이 책이 들어올 수 있었겠지만) 이 책 판권이 살아있다니... 쾌재를 부르며 검토하기 시작했고, 역시 내용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임프리마코리아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아 계약을 무사히 마치고, 심리학 분야의 책을 많이 번역했던 번역가이자, 후배인 문희경에게 책의 번역을 부탁했다. 그리고 번역 원고도, 무사히 제 날짜에 들어왔다. 원고를 받아들고는, 이 책을 많이 팔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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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출판사 서평 [잘 있었니, 사진아]편집자가 쓰는 책 뒷담화 2013. 2. 22. 17:49
이 책의 원제는 ‘Dear Photograph’로 저자 테일러 존스(Taylor Jones)가 운영하는 동명의 블로그에서 출발한 책이다. 이 청년은 어느 날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아 앨범을 보다가 동생이 어릴 적에 케이크를 앞에 두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사진이 지금 앉아 있는 바로 그 식탁에서 찍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때 그는 재밌는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동생의 사진을 지금 식탁 자리에 맞추어 다시 찍는 것. 생각이 여기서 그쳤다면 아마 이 책의 원제는 ‘past & present’ 쯤이 되었을 거다. 책이 나올 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에 더해 테일러 존스는 사진에게 짧은 말을 건넸다. ‘Dear Photograph, 이때처럼 지금도 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