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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 프랑켄슈타인에서 현대 신경기술까지, 뇌과학으로 만나는 신경윤리의 질문들
    어크로스의 책 2026. 8. 14. 14:26

     

    인간은 왜 전기로 생명을 되살리려 했을까
    200년 전, 프랑켄슈타인이 던진 오래된 질문

    전기는 인간에게 오랫동안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물체를 움직이고, 번개를 일으키며, 심지어 죽은 동물의 근육을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18세기 유럽에서 개구리의 다리가 전기 자극에 반응해 움직이는 장면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안겼다. 게다가 인간의 몸 역시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전기를 이용해 생명을 되살리거나 신체의 기능을 바꾸는 일도 가능한 것일까. 전기에 대한 이 오래된 호기심은 생명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을 거쳐 오늘날 인간의 뇌를 직접 자극하고 조절하는 신경기술로 이어졌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한 19세기 초만 해도 생명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였다. 당시 전기는 이러한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전기는 단순한 물리 현상이 아니라 죽은 신체를 움직이게 할 만큼 강력한 힘, 어쩌면 생명 그 자체의 비밀을 품고 있는 힘처럼 여겨졌다. 《프랑켄슈타인》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상상력 속에서 탄생했다. 인간이 생명의 원리를 이해하고, 나아가 생명과 신체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상상은 이후 과학의 발전과 함께 더욱 구체적인 질문으로 변해갔다.

    전기는 어떻게 생명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적 도구가 되었으며, 어떻게 인간의 뇌를 자극하고 변화시키는 기술로 발전했을까?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한때 개구리의 다리를 움직이는 실험에 사용되었던 전기는 이제 뇌 깊숙한 곳에 전극을 삽입해 신경 회로의 활동을 조절하는 뇌심부자극술(DBS)로 발전했다. 뇌의 신호를 읽어 외부 기기를 제어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같은 기술도 등장했다. 인간은 이제 뇌를 단순히 관찰하는 것을 넘어, 뇌의 회로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이 책은 생명을 둘러싼 오래된 과학적 상상에서 시작해 신경가소성의 발견, 전기 치료의 역사, 첨단 보조기술과 약물, 뇌 자극 기술의 발전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몸과 뇌를 이해하고 변화시키려 했던 역사를 살펴본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뇌과학의 최신 기술만을 소개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뇌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그 생각이 어떻게 과학적 현실이 되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갈바니의 개구리 실험부터 현대의 뇌심부자극술까지
    인류가 전기로 뇌를 이해해 온 결정적 순간들

    인간이 뇌를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혁신의 결과가 아니다. 전기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자연철학적 탐구, 동물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려는 생리학적 실험, 정신 질환을 뇌의 문제로 이해하려는 의학적 시도, 그리고 뇌가 경험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발견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면서 오늘날의 신경기술이 탄생했다.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은 이 과정을 몇 가지 결정적인 역사적 순간을 따라가며 보여준다.

    그 출발점에는 전기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16세기 윌리엄 길버트가 전기와 자력을 구분하면서 전기는 자연철학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었고, 18세기에는 전기를 이동시키고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전기가 자연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이라면, 생명체의 몸에서 나타나는 전기 현상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물리학의 질문은 이렇게 생리학의 질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기는 곧 의학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전기를 이용한 치료와 과학적 시연이 유행했고, 한때 전기는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만능의 치료법처럼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열기는 식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연구의 초점은 점차 신경계와 뇌로 이동했다. 뇌의 특정 부위가 특정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는 뇌 국소화 이론이 등장하면서 정신과 행동 역시 뇌의 물리적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관점이 힘을 얻었다. 20세기에는 뇌파검사가 등장해 인간의 뇌 활동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고, 정신 질환을 생물학적 문제로 바라보는 흐름은 전기충격요법을 비롯한 새로운 치료법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치료 기술의 발전 이면에는 강제적 치료와 남용의 역사도 존재했다. 뇌에 개입하는 기술이 과학적 진보인 동시에 통제와 억압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후 뇌과학의 역사를 바꾼 또 하나의 결정적인 발견이 등장했다. 뇌는 한 번 완성되면 더 이상 변하지 않는 고정된 기관이라는 오랜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기의 뇌 발달에 대한 연구와 도널드 헵의 이론, 장기 강화(LTP)와 장기 억압(LTD)에 관한 연구는 경험과 학습에 따라 신경 연결이 강화되거나 약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른바 ‘신경가소성’의 발견은 뇌를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뇌가 변화할 수 있다면 외부의 자극이나 경험을 통해 뇌의 기능을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오늘날 전기 자극, 약물, 보조기술을 이용해 뇌와 인간의 능력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바로 이러한 과학적 토대 위에서 가능해졌다. 저자는 의학사와 과학사, 철학적 논의와 첨단 기술 산업을 넘나드는 방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 안에 촘촘하게 엮어낸다. 딱딱한 과학 지식을 나열하는 대신, 실험실의 구체적인 장면과 인물들의 논쟁을 생생하게 재구성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한다.

    뇌를 바꿀 수 있다면, 어디까지 바꿔도 될까
    치료와 향상 사이, 그 위험한 경계선을 탐구하다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놀라운 성취인 동시에 새로운 윤리적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질병으로 손상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뇌에 개입하는 것은 비교적 분명한 목적을 갖는다. 하지만 치료의 범위를 넘어 기억력을 높이고, 집중력을 강화하고,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고, 감정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간의 능력을 어느 수준까지 높이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기준을 누가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은 바로 이 ‘치료와 향상’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질문을 던진다.

    첨단 보조기술은 이 문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의수와 의족은 잃어버린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생물학적 신체보다 뛰어난 능력을 제공할 가능성도 커졌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와 블레이크 리퍼를 둘러싼 논쟁은 장애를 가진 사람의 신체를 ‘정상’으로 되돌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기술로 강화된 신체가 과연 불공정한지를 묻게 한다. 약물 역시 마찬가지다. 치료를 넘어 집중력과 인지 능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이른바 ‘스마트 약’은 효능과 안전성, 그리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용을 강요받을 가능성까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뇌에 직접 개입하는 기술이 등장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뇌심부자극술을 비롯해 경두개 직류 자극, 경두개 자기 자극,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은 뇌의 활동을 조절하거나 뇌의 신호를 외부 기기와 연결하는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때 중요한 질문은 과학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에서 ‘그 힘을 얼마나 책임 있게 다룰 수 있는가’로 옮겨간다. 정상적인 능력이란 무엇이며, 향상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기술이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제공된다면 불평등은 심화되지 않을까. 특정 기술의 사용이 경쟁력을 위한 사실상의 의무가 된다면 사용하지 않을 자유는 보장될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신경윤리학’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정상’이라는 기준 자체가, 사실은 고정된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 시대와 기술과 사회적 기대에 따라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져 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신경윤리학은 뇌과학과 신경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단순히 기술이 개발된 뒤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와 기술 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자율성, 안전, 공정성, 정체성, 책임과 같은 윤리적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 과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 책은 은 과학의 발전을 무조건 경계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낙관적으로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기와 뇌를 둘러싼 수백 년의 역사를 따라가며 과학적 진보가 언제나 새로운 책임을 함께 만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죽은 개구리의 다리를 움직이던 전기는 이제 인간의 뇌 회로를 조절하는 기술이 되었고, 한때 생명의 비밀을 상징했던 전기는 오늘날 인간의 능력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되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뇌를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꾸어야 하며 무엇을 바꾸지 말아야 하는가?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은 이 질문을 통해 뇌과학의 놀라운 가능성뿐 아니라, 그 가능성 앞에서 과학과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까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

    김명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반골 기질 때문인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과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과학을 전공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대신 디자인을 공부한 덕분에 만화와 그림이라는 나만의 언어로 과학을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경배과학재단, 카오스재단,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 여러 과학 단체와 협업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의학의 소소한 최전선》, 《사이언티픽 게이머즈》, 《관찰과 표현의 과학사》, 《김명호의 과학 뉴스》,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등이 있다.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삶 속에서 느리고 넓게 살고 있다.

    류영준 서울대학교에서 인문의학(의학 역사와 생명윤리)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생명윤리학회 총무이사, 신경윤리연구회 간사, 강원 지역 인체자원은행장과 뇌은행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원대학교와 강원대학교병원 병리과 전문의로 뇌 부검, 연구 및 진단을 맡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신경윤리 연구과제 총괄책임자로서 국내 최초로 인문학과 뇌신경과학 융합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XYZ축 접근법을 개발하여 매년 특정 신경과학 기술을 주제로 인문학자·신경과학자와의 다학제 연구를 이끌며 꾸준한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를 이루는 등 이 분야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책 자세히 살펴보기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 - 교보문고

    "번쩍! 찌릿!" 창백한 과학자가 죽은 자의 육신에 전기를 흘려보내자, 마침내 거대한 괴물이 꿈틀거리며 깨어난다. 소설 《프랑켄슈타인》 속의 한 장면인 오싹한 생명 창조의 순간은 허무맹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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