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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팬옵티콘, 우리의 사라진 사생활
    책 이야기 2022. 5. 3. 17:01

    ⓒ University College London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공용 로비에서는 특이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방부 처리가 된 제러미 벤담의 시신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주검이 전시된 것은 18세기 영국 철학자인 제러미 벤담 본인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유언장에서, 자신의 시신을 전시하는 것 외에도, 제자들이 대학에서 공리주의에 대해 토론하는 경우, 그 상자를 토론이 벌어지는 방으로 옮겨 그가 토론에 참여하는 것처럼 상자를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철학자는 죽음 후에도 이렇게 이상할 수가 있군요 ^_^...

    ​벤담은 공리주의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옹호하는 철학입니다. 벤담은 철학자이자 사회개혁가로 급진적인 정책과 생각들을 제안했는데요.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팬옵티콘이란 아이디어입니다. 

    팬옵티콘은 원형 감옥 중앙에 감시탑이 있는 형태입니다. 감시탑 중앙에서 밝은 조명을 비춰서, 감시하는 감시자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죄수들이 알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죄수들은 자신들이 늘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결국은 그러한 느낌을 내면화해서 스스로를 감시하게 된다는 것이죠. 

    벤담은 감옥을 팬옵티콘으로 만들자는 자신의 제안이 보안은 개선되면서도 간수가 덜 필요하므로 효율적인 수감 시스템을 위한 큰 진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수감자의 모든 사생활은 보안이라는 이름 앞에 희생되고 말았죠. 오늘날에는 팬옵티콘의 아이디어가 진보적인 감옥 개혁이 아니라 디스토피아적 사회 통제와 감시 상태를 나타내는 데 소환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현대 감시 기술의 발달로 감시가 일상화된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벤담의 아이디어를 언급했습니다. 시민들은 자신의 존재, 자신의 활동, 자신의 소유물을 등록해야 합니다. 여러 기관에서 자동차, 운전면허, 학교, 법원, 공원에 들어가기 위한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심지어 시위를 하는 것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푸코는 현재의 감시 수준이 사회적 통제의 거대한 팬옵티콘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고, 감시는 실제로는 계속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영구적인 효과를 냅니다. 감시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믿음을 내면화하면, 결국 우리의 자유는 줄어들고 맙니다. 현대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우리는 벤담이 살던 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관찰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생활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나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도와 파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침실을 들여다보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시리나 알렉사 같은 음성인식 서비스는 침실에서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생활권의 본질은 자신의 정보에 대한 통제의 중요성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편의와 혁신 같은 다른 혜택을 얻기 위해 사생활을 기꺼이 포기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죠. 과연 우리에게 이 디지털 팬옵티콘을 벗어날 탈출구가 존재하는 걸까요? 이 팬옵티콘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떤 선택들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 답은 책 《시스템 에러》에서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 위의 내용은 책  《시스템 에러》의 일부를 발췌 인용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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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템 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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