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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NEMA 4 영화 속에 등장하는 최첨단 생체 인식 보안 시스템 <007 시리즈>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2012. 8. 13. 11:01




    영국에서는 2004년부터 사람 눈의 홍채로 신원을 파악하는 보안 시스템을 전국 700여 개 현금자동지급기(ATM)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은 스코틀랜드 NCR 파이낸셜 솔루션 사에서 제작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역시 제임스 본드의 나라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를 놀라게 했던 〈007〉 시리즈의 장면들을 이제는 현실에서도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건물에 들어갈 때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을 컴퓨터로 접속할 때, 사용자 본인임을 확인하는 ‘보안 시스템’이 걸어온 발자취는 지난 첩보 영화 속에 등장했던 장면들을 떠올리면 쉽게 더듬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주로 사용해온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비밀번호’를 이용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서 그 사람의 기억이나 소유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경험하듯이 기억은 별로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비밀번호는 사용자가 잊어버리기 쉽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수첩에 적어놓을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누출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밀번호를 하나로 통일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한 번 누출되면 큰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게다가 비밀번호 숫자는 대개 4자리. 그 조합은 1만 가지. 이 정도의 조합을 알아내는 일은 컴퓨터를 이용하면 쉬운 일이다. 어느 영화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기발한 트릭을 본 적이 있다. 미세한 분말을 보안 시스템 번호판에 뿌려서 비밀번호가 어떤 숫자로 이루어졌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번호판의 번호를 누를 때 특별히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대개 비밀번호 숫자 위에만 지문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선 세 번 이상 실수하면 경보기가 작동하는 상황이었지만, 원래 주인공은 8분의 1 정도의 확률(4개의 숫자로 만들 수 있는 경우의 수는 24가지이므로)은 그대로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특권이 있는 사람들인지라 별다른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100퍼센트 보안에 도전하는 생체계측학 


    위와 같이 소유물이나 기억에 의한 보안 시스템은 누출 위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사람만의 신체적인 특징을 이용해서 본인임을 확인하는 보안 시스템 개발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바이오메트릭스Biometrics(생체계측학)라고 불리는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벤처 기업이 실리콘 밸리에만 100여 군데나 있으며, 그 규모도 1200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전자 결재와 재택 근무가 가능해지고 정보가 중요한 산업 요소로 등장하면서, 이러한 정보를 보호하는 보안 시스템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구되어 온 분야는 지문 인식 시스템이다. 지문 인식을 100여 년 전부터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신원확인용으로 사용해 왔다는 사실은, 주민등록증을 늘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문은 사람들마다 고유한 것으로 약 10의 12제곱, 즉 1조 개의 패턴이 가능하다. 전 세계 인구가 약 60억(10의 10제곱 이하) 정도니까 지문이 같은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10만 원 정도면 간단한 지문 인식 소프트웨어를 살 수 있다고 한다.


    지문을 인식하는 과정은 간단하다. 시스템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CCD 카메라(Charge-Coupled Display Camera, 빛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 마음대로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카메라로서, 은행에서 폐쇄회로 카메라로 사용되기도 한다)가 지문 패턴을 읽은 후 저장된 개인정보와 비교한다. 그리고 패턴이 일치하면 출입이 가능하다는 사인을 내는 것이다. 이때 지문을 광학적으로 읽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0.03초, 지문을 조회·검색해서 판단하는 시간이 0.05초 정도. 따라서 0.1초 안에 모든 인식이 끝난다. 최근에는 키보드에 아예 지문 인식 시스템을 설치해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본인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되었다고 한다. 지문 인식 시스템의 오인식률은 0.1퍼센트 정도. 목욕을 한 뒤 부푼 손가락의 지문도 문제없이 감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1000번 중에 한 번은 실수한다는 뜻이므로, 절대 실수를 해서는 안 될 상황이라면 지문 인식 시스템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목소리를 알아듣는 시스템의 개발은 말만으로 지시를 내리는 인공 지능형 가전제품 개발과 맞물려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온 상태다. 우리 나라에서는 특히 “우리∼집!” 하면 전화가 집으로 연결되는 CF 장면 때문에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음성의 주파수를 분석해 보면 사람마다 독특한 주파수 분포를 가지는데, 이것이 ‘음색’을 결정한다. 음성 인식 시스템은 이 음색으로 그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하겠다는 것이다. 음성 정보를 1백분의 1초 단위로 잘라서 원래 저장된 정보와 비교하는 것이 이 시스템의 원리다.


    그러나 음성 인식 시스템은 감기에 걸렸거나 나이에 따라 목소리가 바뀌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오인식률도 10퍼센트나 된다. 하지만 폰뱅킹 같은 원거리 통제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어서 꾸준히 연구되고 있는데, 요즘에는 사용자의 독특한 억양이나 말하는 습관까지 고려해서 좀 더 정밀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10의 78제곱, 눈이 만들어내는 경우의 수 


    최근 들어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시스템은 홍채 인식을 통한 보안 시스템이다. 홍채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원반형의 얇은 막인데, 눈이 까맣게 혹은 파랗게 보이는 것도 바로 홍채의 색깔로 정해지는 것이다. 홍채의 주름과 색깔은 지문의 패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양한데, 그 경우의 수가 무려 10의 78제곱. 치맛자락으로 3년마다 바위를 스쳐서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바위가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지만―을 ‘겁’이라고 한다는데, ‘겁’도 10의 72제곱밖에 안 된다.


    홍채 인식 시스템의 또 하나의 장점은 30cm 정도 거리에서도 인식이 가능하다는 점. 이것은 상품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1985년에 미국의 아이덴티파이 사가 망막의 혈관 패턴을 이용한 인식 시스템을 개발했으나 상품화하지 못한 것도 바로 눈을 시스템에 밀착시켜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직접 눈을 대야 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CCD 카메라로 홍채의 패턴을 읽어서 인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초 정도. 안경을 쓰거나 렌즈를 껴도 전혀 상관없으며 밤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 오인식률은 겨우 10만 분의 1. 거의 완벽하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PC 모니터 위에 CCD 카메라를 설치해서 화상통신을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것이므로 가정에서도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지문은 얇은 막에 상대방 지문을 본떠서 위조할 수 있지만, 홍채는 위조가 불가능하므로 007 영화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처럼 무지무지 중요한 순간에 이용하기 적당하다.


    물론 영화 〈데몰리션 맨〉을 보면 홍채 인식 시스템도 그렇게 완벽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홍채 인식 시스템이 보편화된 2032년, 냉동감옥에 갇혀 있던 테러범이 탈출을 하는데, 그는 경찰 소장의 눈을 뽑아서 인식 시스템을 무사히 통과한다. 다시 말해 홍채 인식 시스템 자체가 더 끔찍한 범죄와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뛰는 테러범 위에 나는 과학자가 있지 않은가? 과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살아있는 눈에서만 나타나는 동공의 축소나 확대를 감지하는 부가적인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한편 〈에일리언 4〉에는 입냄새로 사람을 인식하는 시스템이 등장한다. 그러나 위노나 라이더가 다양한 입냄새 스프레이를 이용해 시스템을 속이고 무사히 보안 시스템을 통과하는 것처럼, 입냄새를 이용하는 것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때에 따라 또 먹은 음식에 따라 입냄새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체 보안시스템은 우리의 정체성에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내가 나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보안 시스템은 결국 나의 정체성을 신체에서 찾으려는 노력인데, 과연 나의 홍채나 지문이 타인과는 구별되는 나의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있을까? 앞으로는 몸조심 잘 해야겠다. 눈이나 손을 잃어버리면 내 존재마저 잃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저자
    정재승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 2012-07-18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속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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