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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NEMA 2 과연 철이는 안드로메다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은하철도 999>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2012. 8. 3. 11:50



    우주에서 일류가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가장 먼 지점은 어디쯤 될까9 <은하철도 999>에서 철이와 메텔은 은하철도 999호를 타고 안드로메다 은하로 향한다. 철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은하철도 999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향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철이가 안드로메다 은하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영원한 생명이 필요하다. 안드로메다는 지구에서 230만 광년 떨어진 은하이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로 달려도 도착하기 위해서는 230만 년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을 고려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빛의 속도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우주선 안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상대성 이론의 가장 중요한 결론 중의 하나는 시간이 물체의 운동에 따라 상대적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만약 은하철도 999가 안드로메다 은하를 향해 광속의 99퍼센트의 속력으로 달린다면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2만 4450년 정도로 줄어든다.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된다면 99.9999퍼센트로 달려보자. 그러면 3245년 후에는 안드로메다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철이가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말이다.


    은하철도 999에 주어진 미션 임파서블 


    지구에서 1500광년 떨어진 오리온 성운까지의 거리를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1경 4000조 킬로미터 이상이다. 만약 지금의 우주비행선 속도로 간다면 54억 년은 족히 걸리고도 남는 거리다. <스타 워즈Star Wars>에서처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한다면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다. 광속의 99퍼센트로 달렸을 때 필요한 시간은 212년, 99.9999퍼센트로 달린다면 2년 만에 갈 수 있다.


    하지만 3년 안에 오리온성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남아 있다. 첫 번째는 우주여행을 하고 왔을 때 지구는 3000년이 지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광속에 가까운 운동을 했던 우주선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지만 상대적으로 멈춰 있었던 지구에서는 왕복 3000년의 시간이 지나 있기 때문에, 당신이 도착했을때 당신을 반길 가족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게 된다. 한편 광속으로 안드로메다에 갔다가 온다면 460만 년이 넘게 걸릴 테니 지구는 그새 아예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우주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한 연료 문제다. 광속의 99퍼센트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추진 방법 중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방법은 핵융합 반응에 의한 추진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태양이 스스로 빛을 내고 열을 방출하는 원리도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한 것인데, 다량의 수소 핵이 핵융합 반응을 거쳐 헬륨 핵으로 전환되면서 꾸준하게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다. 


    핵융합 반응에서는 전체 질량 중 약 1퍼센트가 에너지로 전환되며, 이 에너지는 생성된 헬륨 원자를 광속의 8분의 1에 달하는 속도로 분사시킨다. 이를 근거로 <우주전함 V호>에 등장하는 거대 모함이나 <스타 트렉Star Trek>에 나오는 엔터프라이즈 호를 광속의 50퍼센트 속력으로 가속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계산해 볼 수 있다. 무게가 400만 톤쯤 되는 엔터프라이즈 호가 광속의 절반에 달하는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엔터프라이즈 호 질량의 81배나 되는 수소를 소모해야 한다. 무려 3억 톤 이상의 연료를 싣고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항성)인 센타우루스 자리 알파별까지의 거리는 약 4.3광년이다. 즉 지구에서 명왕성까지 거리의 1만 배다. 태양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항성으로 여행을 떠날 사람은 없겠지만 탑승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알파별까지 왕복하려면 현재 우주여행에 사용하고 있는 화학 로켓의 1억 배 에너지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SF 영화에서와는 달리 우주  여행을 통해 태양계를 벗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안드로메다에 갈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장기간의 우주여행을 위한 연료 공급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방안이 몇 가지 있다. 첫번째는 비행 중에 에너지를 공급받는 방법으로, 여기에는 태양광선을 이용한 우주 항해(Solar Sail)를 하거나, 성간 물질을 이용하는 램 제트RAM Jet 방법이 포함된다. 우주 공간은 진공이어서 아무런 물질도 없다고들 생각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주 공간에는 지구 대기의 1억분의 1 정도의 밀도로 성간 물질들이 존재한다. 성간 물질의 대부분은 수소다. 따라서 넓게 펼쳐진 성간물질 흡입구를 우주선에 설치하여 수소 핵융합을 일으키면서 헬륨을 분사한다면 처음부터 연료를 싣고 가지 않아도 된다. 아직 지상에서도 핵융합로가 실현되지 않은 현실에서 은하 간 램 제트는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길 하지만, 원리적으로 가능하다면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두번째 가능성은 반물질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스타 트렉>처럼 과학적으로 엄밀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방법이다. 우주에는 통상의 물질인 양성자, 중성자, 전자에 대응하여 전하나 바리온 수(중입자 수)가 반대인 반양성자, 반중성자, 양전자가 존재한다. 이러한 물질을 반물질이라고 부른다. 양자역학을 완성하는 데 공헌을 한 이론물라학자 디렉(P.A.M. Dirac)은 물질의 양자적 상태를 기술하는 방정식인 디렉 방정식을 풀면서 그 해가 두 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이루는 물질에 해당되는데, 그렇다면 이것과 다른 형태의 물질로 가득한 우주가 이론적으로는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 후 실험을 통해 실제로 반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생성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이들 반물질은 보통 물질과 만나면 쌍소멸을 일으켜 모든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된다. 그 에너지 밀도는 화학에너지의 무려 100억 배나 된다. 이론적으로 계산해 보면, 반물질을 이용한 항성 간 유인우주선이 광속의 20퍼센트로 비행할 경우 4.3광년 떨어진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까지 22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지만 문제는 반물질을 만들어내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게 1000톤의 우주선으로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까지 비행하려면 300톤의 반물질이 필요하다. 그러나 300톤의 반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물질 생성 효율을 현재의 1만 배로 올린다 해도 원자력발전소를 30억 년 내내 작동시켜야 한다. 10년 동안에 이정도의 양을 얻고자 한다면 지구와 같은 크기의 태양발전 위성이 10개나 필요하다. 우주여행 한 번 갔다 오기 위해서 10개의 지구를 만들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태양계 안에서의 소박한 우주여행 정도라면 반물질 이용이 가능하다. 수 밀리그램의 반물질만 있으면 수톤 정도의 1인 우주선을 달까지 왕복시킬 수 있다고 하니, 반물질을 마음대로 제조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명왕성 정도쯤은 신혼여행 코스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소망이다. 그것은 비행기 창밖을 내다보면서 느끼는 자연에 대한 웅장함이나, 그 속에서 바둥거리는 작고 초라한 우리 삶에 대한 연민 이상의 무언가를 우리에게 제공해 줄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먼발치에서 지구를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리 삶의 터전 ‘지구’와 ‘인류’라는 거대한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검고 거대한 우주를 바라본다면, 지금까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우주에 대한 경외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거대한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지구라는 푸른 섬에서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의식이란 것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우주와 생명과 의식에 대한 기원을 푸는 문제는 우주에 의식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숙제이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바라보면서 이 많은 별들로도 밝힐 수 없는 캄캄한 우주의 거대함과 적막함에 대해 한 번이라도 경외감을 느껴본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 더욱 자세한 내용은 아래 책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저자
    정재승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 2012-07-18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속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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