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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NEMA 5 소시민이 마블 코믹스의 영웅 캐릭터가 된 사연 <스파이더맨>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2012. 8. 31. 09:48


    미국 만화 주인공들의 고향은 어디일까? 아마도 미국 만화계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 이 두 출판사가 ‘그들의 고향’쯤 될 것이다. 두 만화 출판사는 지금도 영화나 TV 시리즈로 계속 만들어질 만큼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영웅’들을 많이 탄생시켰다.


    DC 코믹스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만화 주인공은 슈퍼맨과 배트맨, 그리고 원더우먼이다. 슈퍼맨은 크립톤이라는 외계 행성에서, 원더우먼은 버뮤다 삼각지 부근에 위치한 영생불사의 여인왕국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늘 자신의 초인적인 힘으로 악당들과 싸우며 정의를 수호하고, 시민들을 보호한다. 배트맨 역시 부모가 뒷골목에서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고담 시의 평화를 위해 범죄자들과 싸우기로 결심한다. 그는 최신식 자동차와 막강한 무기로 범죄자들과 싸운다.


    DC 코믹스의 주인공들은 항상 멋진 폼으로 가뿐히 악당을 처치하는 절대적 영웅인 반면, 마블 코믹스가 만들어낸 주인공들은 왠지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들이다. 마블 코믹스의 대표적인 만화 주인공은 헐크와 스파이더 맨. 이들은 둘 다 방사능 물질의 희생자들이다.


    영웅이 되어버린 돌연변이 소시민들  

     

    〈헐크The Incredible Hulk〉는 1962년 5월 마블 코믹스 사의 시리즈물로 처음 탄생했고 1977년부터 5년간 TV 연속극으로 만들어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데이비드 브루스 배너 박사는 실험 도중에 ‘감마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한 뒤, 2m 15cm의 흉측한 괴물인간 ‘헐크’로 변하게 된다. 그 후로 그는 극도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녹색의 거대한 근육질 거인으로 돌변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게다가 자신이 헐크로 변해 있는 동안 했던 일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정신이 돌아오고 나면 남는 것은 갈기갈기 찢어진 누더기 같은 옷뿐이다. 팬티만 빼고. 


    배너 박사는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한 뒤 방랑의 길을 떠나지만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맥기 기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헐크로 변해서 간악한 무리들을 해치우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후 맥기 기자를 뒤로 한 채 다시 먼길을 떠나는 장면으로 TV 시리즈는 매회 아쉽게 끝을 맺는다. 헐크는 ‘인간의 폭력적이고 동물적인 본성이 형상화된 존재’로 곧잘 해석되곤 한다. 그러나 헐크는 언제나 악당을 물리치고 문제를 해결하고는, 조용히 배너 박사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 드라마에선 인간의 동물적인 폭력성이 예외적으로 선하게 그려져 있다.


    〈스파이더 맨The Spider Man〉은 1977년 TV 영화로 처음 만들어진 후 1978년부터 2년간 TV 시리즈로 방영됐으며,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스파이더 맨의 본명은 피터 파커다. 고등학교 시절에 방사능에 오염된 거미한테 물리는 바람에 거미인간으로 변하게 됐다. 평소에는 《데일리 버글》지 사진 기자로 일하지만 범죄자들과 맞닥뜨릴 때는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벽에 달라붙어 걸어다닐 수도 있고 거미줄을 타고 건물 사이를 타잔처럼 건너다니기도 한다. 그는 항상 거미 특유의 동물적인 초감각과 엄청난 완력으로 범죄자들을 물리친다. 검음색 거미줄이 새겨진 특유의 스판 타이즈를 입고. 


    영화에 담긴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을 읽다 


    헐크와 스파이더 맨의 공통점은 ‘방사능 물질’에 의해 비정상적인 운명과 마주하게 됐다는 점이다. 방사능 물질이란 우라늄이나 토륨과 같이 불안정한 구조로 인한 원자 자체의 붕괴로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을 말한다. 이러한 물질들은 원자 구조가 매우 불안정해 자발적으로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다른 원자로 전환되는데, 이때 방출되는 방사선 중에 하나가 ‘감마선(Gamma Ray)’이다. 감마선은 방사능 물질이 알파선이나 베타선을 내고 붕괴한 직후, 일시적으로 들뜬 상태에 있는 원자핵이 안정된 에너지 상태로 돌아올 때 방출된다. 감마선은 세포의 조직을 손상시키거나 정상적인 활동을 막고,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유발하기도 하는 등 X선보다 에너지가 크고 투과율도 높기 때문에 위험하다(감마선이 때로는 유용하게 이용될 때도 있다. 뇌종양이나 파킨슨 병 환자의 뇌 손상 부위를 정교하게 절단해야 하는 경우, 칼(감마 나이프)처럼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방사선을 쬐면 헐크가 된다든지, 방사능에 오염된 거미에 물리면 스파이더 맨이 된다는 설정은 어떠한 근거도 없다. 이러한 설정은 아마도 방사능 물질이 우리가 예측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데서 기인한 것 같다. 스리마일 섬 사고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얼마나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방사능에 쪼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영화에 필요한 황당한 상황 설정을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과학적인 장치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SF 영화사에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Incredible Shrinking Man〉 역시 방사능에 노출된 후 계속 크기가 줄어들어 벌레만한 크기로 변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크기가 줄어들어 아내와 사랑할 수도 없고,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에 쫓기기도 하고, 벌레와 목숨 걸고 싸워야만 하는 자신의 신세에 심하게 비관하지만, 결국 인간은 여전히 이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하찮은 존재이면서 동시에 위대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카프카식 세계관을 보여준 이 작품에는 그 영향을 가늠하기 힘든 방사능에 대한 혹은 과학 기술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깔려 있다.


    방사능이나 원자력에 대한 공포를 좀 더 현실적인 사건에서 다룬 영화들도 있다. 〈실크우드Silkwood〉와 〈차이나 신드롬China Syndrome〉 등이 그것이다. 특히 〈차이나 신드롬〉은 많은 과학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차이나 신드롬’은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가 지표를 뚫고 지구 반대편인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미국인의 집단 공포를 의미한다.


    미국의 한 원자력 발전소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사태는 겨우 수습되지만, 이러한 과정이 우연히 취재 나온 기자들에 의해 촬영되면서 문제는 커지게 된다. 주인공인 여성 기자와 카메라맨은 국가와 원자력 발전소 측으로부터 위협받지만, 그들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원자력 발전이 과연 안전한가 또는 그렇지 못한가에 대해서는 많은 주장들이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대해 조금도 의심이 없겠지만, 시민 단체 혹은 여러 분야의 학자들은 여전히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의심하고 있으며, 그것이 미래형 에너지로 적합한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원자력 발전 기술을 개발하는 데 들었던 연구비를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사용했더라면 지금쯤 훨씬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에너지를 개발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에게 있어서 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유지하고 앞으로도 새로 지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원자력 발전이 아무리 안전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삶의 형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어떠한 대체 에너지도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는 힘들 것이다.


    ※ 더 자세한 내용은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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