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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NEMA 1 <콘택트> 조디 포스터는 외계인과 18시간 동안 접촉할 수 없다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2012. 7. 19. 14:13



    콘택트 (1997)

    Contact 
    9.3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조디 포스터, 매튜 매커너히, 제임스 우즈, 톰 스커릿, 데이빗 모스
    정보
    미스터리, SF | 미국 | 97 분 | 1997-09-27


    영화 〈콘택트Contact〉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와 함께 ‘내가 가장 아끼는 SF 영화’ 중 하나다. 내가 〈콘택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과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SF 영화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감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인간은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지만 우리를 둘러싼 이 우주와 자연은 만물을 탄생시키고 생명을 잉태할 만큼 위대하며, 그것을 깨달으며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 또한 더불어 ‘위대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데 있다. 


    나는 연구를 하다가 힘들거나, 어렸을 때 충만했던 과학에 대한 열정이 소진할 즈음 〈콘택트〉를 꺼내어 다시 본다. 〈콘택트〉는 과학에 특별한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지만, 특히 과학을 전공하거나 전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다.


    외계인을 기다리는 과학자들 


    이 영화는 미국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과학 책 《코스모스》의 저자로도 유명한 칼 세이건은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 열정을 갖고 평생을 바쳤다. 1979년 그는 ‘카사블랑카’라는 영화사로부터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외계 문명 탐사) 계획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그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결국 60페이지 분량의 1차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다. 그 속에는 영화 〈콘택트〉의 초고와 함께, ‘외계인이 과연 존재하는가’, ‘만약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 것인가’, ‘지구인이 그들과 맞닥뜨린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와 같은 의문에 대한 진지한 상상이 담겨 있었다. 그 후 시나리오는 살을 덧붙여 1985년 소설로 출간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17년 만에 영화로 완성된 것이다.


    어려서부터 별을 바라보며 우주에 대해 궁금해하던 소녀 엘리 애로위(조디 포스터)는 밤마다 무선통신 HAM을 통해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응답을 기다린다. 그 소녀는 자라서 천문학자가 되고, 이젠 무선통신 대신 전파망원경을 통해 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로부터의 신호를 기다린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따돌림에도 불구하고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을 열망하던 엘리는 어느 날 드디어 베가성(직녀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게 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개막식 때 히틀러는 자신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전파 방송을 시도했는데, 이 신호를 받은 외계 고등 문명이 지구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해독 결과 이 메시지가 외계 생명체와 교신할 수 있는 우주선의 설계도를 의미한다는 것이 밝혀진다. 드디어 우주선이 완성되고 우여곡절 끝에 엘리는 우주선에 탑승할 승무원으로 뽑힌다. 과연 엘리는 외계 생명체와 접촉할 수 있을 것인가? 외계인은 왜 그녀를 택했으며, 그녀에게 무엇을 전하려 하였을까?


    영화에는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에서부터 이를 둘러싼 전 세계인들의 다양한 반응과 정치인들 간의 이해 분쟁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영화는 초반부에서 NASA의 SETI 계획과 그것을 수행 중인 전 세계 천문대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1959년, 천체물리학자 필립 모리슨과 주세페 코코니는 외계인이 어느 정도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성간 전파 신호를 통해 은하 전체와 교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성간 전파 신호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보낼 수 있으며, 비교적 초보적인 기술을 통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외계인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자 한다면 그 방법을 택하리라는 추측에서였다.


    그 후, 미국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지름 26m짜리 접시 안테나가 달린 전파망원경을 통해 태양과 비슷하게 생긴 두 별로부터 오는 전파 신호를 150시간 동안 수신하였다. 1960년부터 시작돼서 지금까지 진행 중인 이 계획이 바로 SETI의 효시가 된 ‘오즈마 프로젝트Project Ozma’이다. 오즈마 프로젝트 때에는 별다른 신호를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외계 문명 탐사 실험은 그 후 과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1991년에 이르기까지 약 50회의 전파 탐사가 이루어졌다. 영화 〈스피시즈Species〉나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화성 침공Mars Attacks!〉에서 지구인이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체계도 바로 이 프로젝트를 차용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용납하지 않을 만남 


    이 영화에서 과학적으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엘리가 외계인과 접촉하는 장면이다. 엘리는 외계인이 설계한 우주선을 타고 웜홀Wormhole을 지나 초광속 우주여행을 한 후에 외계인과 접촉하게 된다. 웜홀을 지나면서 황산비와 죽음의 가스로 가득 찬 우주는 시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고 성운으로 가려진 우주의 본질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외계 생명체는 엘리를 위해 그녀의 기억(의식)을 복사(반영)하여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녀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이 광활한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결코 인류만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사라진다.


    18시간이나 계속된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은 엘리에게 너무나도 아름다운 경험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지구에 있던 사람들에게 우주선은 몇 초만에 그냥 땅으로 떨어져버린 것으로 관측된다. 그녀는 외계 생명체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그녀의 말 이외에는 무엇도 그녀의 말을 증명해 주질 못한다. 그래도 그녀는 증명할 순 없지만 외계인은 존재한다고 외친다. 과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관찰자의 운동 속도에 따라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선 안에서는 지구에서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것은 우주선 안에 탄 사람이 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보다 더 짧은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에서는 10시간이 흘렀는데도 우주선 안에서는 1시간만 흐를 수 있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움직이는 우주선에서의 시간은 지구에서의 정지 시간보다 더 느리게 갈 수는 있어도 더 빠르게 갈 수는 없다’는 뜻이 된다. 즉 지구에서의 시간보다 우주여행을 하면서 겪는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를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구에서 18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주여행을 떠난 우주선에선 몇 초만 흐르는 경우는 있어도, 다른 세계에서의 18시간이 지구에서의 몇 초에 해당할 수는 없다. 기술적인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중력에 의해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르기 때문에 블랙홀 근처에서나 웜홀을 통과할 때 시간은 지구에서보다 더욱 천천히 흐른다. 따라서 영화에서처럼 엘리가 웜홀을 통과하여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면, 시간은 엘리에게 더 천천히 흘렀을 것이며 지구에서는 더 많은 시간이 지나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걸까? 중력이 셀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르기 때문에, 지구보다 중력이 더 약한 세계로 여행을 갔다면 지구에서보다 시간이 더 빨리 흐를 수도 있다. 엘리가 외계인을 만나는 동안 ‘자유낙하’를 하고 있어서 전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시간은 지구에서보다 빨리 흘러서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에서의 몇 초가 18시간에 해당할 정도로 시간 수축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른 하나의 가능성은 바로 ‘시간 여행’이다. 엘리가 외계인과 18시간 동안 만난 후에 웜홀을 통해 시간을 거슬러서 지구 시간으로 몇 초가 경과된 후로 돌아오는 방법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데, 영화 속에서 보여준 장면만으로는 유추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2부의 「시간 여행자를 위한 매뉴얼」 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이 밖의 오류들 


    이 영화는 물리학자들의 꼼꼼한 자문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과학적인 오류가 눈에 띈다. 엘리는 아레시보 천문대 라디오파 망원경에서 외계로부터 오는 신호를 듣기 위해 헤드폰을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 영역은 20KHz를 넘지 않는데 반해 망원경은 20MHz 이상의 주파수를 수신한다. 따라서 망원경으로 수신되는 신호를 헤드폰으로는 결코 들을 수 없다. 칼 세이건도 헤드폰을 사용하자는 감독의 아이디어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장면은 외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과학자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 삽입되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오류 하나. 엘리는 외계로부터 온 신호를 포착하자 통제실의 동료에게 무전기로 이 사실을 알린다. 그러나 라디오파 망원경이 있는 천문대에서 ‘라디오파를 이용하는’ 무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것은 천문대에서 연구하는 학자라면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오류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영화의 처음 부분에는 과거의 역사가 빛의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장면이 펼쳐진다. 자세히 살펴보면 목성을 지날 때쯤 수년 전 방송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목성 근처에 도달한 빛을 포착한다면, 몇 시간 전의 방송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빛이 목성까지 도달하는 데는 몇 시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과학과 철학과 역사의 이름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해 묻고, 여기에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반문한다. 그 해답을 얻지 못하는 한 삶이란 외롭고 공허한 것이다. 〈콘택트〉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이 넓은 우주에서 인류는 결코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며, 수십억 년을 멸망하지 않고 진보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마도 그것은 이제는 고인이 된 칼 세이건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자 그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 더 자세한 이야기는<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저자
    정재승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 2012-07-18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속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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