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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빈센조] 속 바벨제약 신약과 퍼듀파마의 옥시콘틴
    책 이야기 2021. 3. 25. 09:42

    요즘 많은 시청자의 잇몸을 마르게 하는 드라마 [빈센조]. 이 드라마에서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는 바벨제약의 신약 개발 임상실험 피해자들의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그 와중에 이 신약이 마약성 진통제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이 약이 출시된다면 마약이 퍼지는 것과 똑같은 거 아닙니까?”
    그렇죠. 공식적인 진통제 중독자가 늘어나게 되겠죠. 근데 더 위험한 건 미국처럼 마약성 진통제 때문에 실제 마약 중독자가 늘어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렇다. 드라마 속 바벨제약의 만행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다. 바로 퍼듀파마의 옥시콘틴 사건이다. 오피오이드는 마약성 진통제 중 하나로, 중증환자에게만 처방되어야 할 약물이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퍼듀파마는 자사의 오피오이드 성분 진통제를 적극 마케팅하며 적용 범위를 대폭 늘리는데, 그 약이 옥시콘틴이다. 1999년 이후 45만 명 이상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일로 지난 2020 10월 퍼듀파마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9조 원의 벌금을, 소유주 새클러 가문은 회사 수익금을 빼돌린 혐의로 약 2550억 원의 벌금을, 판매 촉진 전략을 짜준 매킨지는 7000억여 원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그러나 그들의 악행에 비하면 충분치 않은 결과였다. 옥시콘틴이 미국에 끼친 해는 <슈피겔>의 다음 글이 명확하게 전달한다.

    오하이오와 켄터키 등 중서부 지역들은 2000년대 이후 합성마약 오피오이드에 황폐화되었다. 이 알약 진통제는 헤로인 효과를 낸다. 퍼듀제약사가 팔았다. 시골 의사들이 대표적인 오피오이드인 옥시콘틴을 처방한다. 이들은 옥시콘틴을 팔아 백인 수백만 명을 중독자로 만들었다. 크랙이 1990년대 대도시 흑인들의 마약이었다면, 옥시콘틴은 시골 백인들의 마약이 되었다. 부모들이 오피오이드에 중독된 가정에서 아이들이 자랐다.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등의 백인 슬럼에는 이 약을 남용한 중독자들로 넘친다.
    퍼듀파마는 훌륭한 기업인가? 기업이 수익을 올릴수록 고객, 직원, 사회 일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분명한 상태에서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게 의무인가? 예를 들어 파리기후협약이 서명되던 2015년 12월 이후, 세계의 화석연료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반대하는 로비 자금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해왔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하자는 로비는 단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과연 올바른 생각이라 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대전환》 중에서

    퍼듀파마의 사례는 그 자체가 끔찍한 사건일 뿐 아니라이익 극대화만을 좇는 현재의 자본주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견하는 비극과도 같다.

    Photo by Alex on Unsplash

    오늘날의 ESG 경영/투자 열풍은 더 늦기 전에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하는 전 지구적 노력의 일환이다. 환경(E, Enviroment)과 사회(S, Society)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동시에 그 안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G, Governance)를 만드는 데 점점 더 많은 기업과 투자자가 몰린다. 소비자들 역시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혹은 돈쭐 같은 형태로 이 흐름에 일조한다.

    사람들은 너무 늦었다고 말할 것이다. 혹은 여러분의 노력이 아무 의미 없다거나, 상황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늦지 않았다. 상황은 더 나빠질 뿐이다. 2도가 아닌 6도가 오른 세상이 훨씬 위험하다. -《자본주의 대전환》 중에서

    중요한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다.

    *이 포스트는 하버드 ESG 경영수업 -《자본주의 대전환》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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